서울 아파트 전세난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전세 매물이 급감하면서 임차인들이 신규 계약 대신 기존 계약을 연장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 강화와 입주 절벽이 맞물리며 전셋값 상승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 22일까지 신고된 서울 아파트 전체 전·월세 거래 계약은 20만5890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신규 거래는 10만9018건으로. 전체의 52.9% 수준이다.지난해 같은 기간 신규 거래 비중(65.4%)보다 12% 가량 감소한 반면 재계약은 전체의 37.4%로, 지난해 같은 기간 비중(29.4%)보다 8% 증가했다. 재계약 가운데 갱신권 사용 비중이 지난해 30%에서 올해 50%로, 20% 급증했다.갱신 계약이 증가한 것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전셋값 상승세와 금융당국의 전세자금대출 규제 강화 등이 영향이 미쳤다는 분석이다.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전세수급지수는 151.98을 기록했다. 이 지수가 150을 돌파한 건 지난 2021년 10월(162.25) 이후 3년 10개월 만이다. 전세수급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높으면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의미다.통상 아파트는 전세 선호 현상이 뚜렷하지만, 정부의 초강력 대출 규제로 전세의 월세화가 가팔라지고 있다. 소유권 이전을 조건으로 전세자금대출이 금지되고, 임차인의 전세금 반환을 위해 받는 전세퇴거자금대출도 1억원으로 제한되면서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전세 계약을 주저하고 있다.서울 아파트 전세 물건이 감소했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4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5012건으로, 연초(1월1일 3만1814건) 대비 21.4% 감소했다.하반기 이후 본격적인 '입주 절벽'으로 전세난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직방에 따르면 하반기 전국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10만323가구로, 상반기(14만537가구) 대비 29%, 지난해 하반기(16만3977가구) 대비 39%나 감소했다. 지난해 연간 입주 물량(32만5367가구)과 비교해도 급감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서울 전셋값 고공행진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권대중 한성대 일반대학원 경제·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 도심 내 주택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금리가 인하되고,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가속화하면서 전세 시장이 불안해지고 있다"며 "내년 수도권 입주 물량이 올해보다 20%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고, 수급 불균형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전셋값 상승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