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보급은 하이브리드, 목표는 전기차…韓 자동차 동상이몽
- [하이브리드에 빠진 한국]①
HEV 차량 판매 꾸준히 성장세
전기차 확대 보급에 걸림돌 많아

국내에서 하이브리드의 인기는 수치에서도 잘 나타난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국내 하이브리드차 신차 판매는 총 18만5739대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17.4%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국내 자동차 시장의 총판매량은 67만9050대로 집계됐는데, 4대 중 1대 꼴로 하이브리드차가 판매된 셈이다.
하이브리드차는 2020년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왔다. 2020년 연간 15만대 수준에서 시작된 판매는 ▲2021년 18만대 ▲2022년 21만대 ▲2023년 30만대 이상으로 매년 상승 곡선을 그렸다. 지난해에는 연간 38만6490대가 판매돼 또 한 번 최대치를 경신했다. 올해는 5개월 만에 전년 총판매량의 절반 가까이를 기록한 만큼, 연간 기준으로 40만대 돌파도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이브리드차의 인기는 역설적으로 전기차의 한계에서 비롯됐다. 전기차의 대중화 흐름이 이어지고 있지만, 충전 인프라 부족은 여전히 소비자 선택을 가로막는 주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충전기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으나, 실사용자들이 느끼는 체감 편의성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같은 인프라 문제는 하이브리드차로 수요가 이동하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에 설치된 공공 급속 및 완속 충전기는 약 59만기로 집계됐다. 전기차 등록 대수를 감안할 때 차량 1.7대당 충전기 1기 수준이다. 전년(1.9대당 1기)보다는 개선됐지만, 여전히 주차 공간이 한정된 도시나 아파트 밀집 지역에서는 접근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충전기 절반 이상이 지하주차장에 설치돼 있다는 점도 문제다. 실제 2024년 7월 기준 전체 공공 충전기 중 약 58.7%가 지하에 설치돼 있으며, 이 중 상당수는 과충전 방지 기능이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는 안전 우려를 이유로 EV 충전 자체를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예산 문제도 발목을 잡고 있다. 정부는 올해 전기차 충전 인프라 지원을 위해 당초 6187억원을 편성하며 전년 대비 약 43% 증액했지만, 최근 국무회의에서 ‘새 정부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무공해차 보급사업(4673억원), 충전 인프라 구축사업(630억원) 등 주요 항목의 집행 가능성과 여건을 고려해 총 5473억원이 삭감됐다. 사실상 예산 대부분이 줄어든 셈이다.
전기차 충전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는 한국의 배터리 산업이 뜨거울 때 같이 주목받았지만, 지금은 산업 동력이 예전만 못하다”며 “새 정부의 관심은 사실상 인공지능(AI)과 반도체에 집중돼 있고, 무공해차는 한발 밀린 듯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전기차 관련 예산 삭감으로만 5000억원 규모가 날아갔다”며 “하반기 보조금 지원을 기대하고 구매를 미뤘던 전기차 소비자들은 더욱 구매를 주저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HEV에 눈길 돌린 완성차
이러한 상황에서 하이브리드차는 전기차의 장점은 일부 누리면서도 불편함은 최소화된 ‘현실적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덩달아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변화한 소비자 수요에 발맞춰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말부터 아반떼·투싼·코나 등 주요 모델에 하이브리드 트림을 연이어 선보였고, 기아 역시 니로·스포티지·쏘렌토 등 주력 스포츠다목적차(SUV) 라인에 HEV 옵션을 기본 장착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니밴 수요가 높은 북미 시장을 겨냥해 '카니발 HEV'까지 선보이며 해외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KGM도 올해 2월 첫 하이브리드 모델인 ‘토레스 하이브리드’를 출시하며 전동화 전환에 본격적으로 나섰고, 최근엔 또 다른 HEV 모델인 ‘액티언 하이브리드’도 내놓았다. 오는 2026년부터는 중대형 SUV ‘SE10’(프로젝트명) 등 하이브리드 기반 신차를 연이어 투입할 계획이다.
르노코리아도 지난해 말 출시한 ‘그랑 콜레오스’를 통해 하이브리드 시장 재진입에 성공했다. 해당 모델은 출시 10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3만대를 돌파하며, 전체 판매량 중 하이브리드 비중이 95%를 넘는 등 시장의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처럼 완성차 업계가 앞다퉈 HEV 모델을 강화하는 것은, 단순한 과도기적 선택이 아니라 시장의 ‘신호’를 반영한 구조적 변화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전기차로의 전환은 불가피하기 때문에 전기차 충전 인프라의 질적 개선과 장기적 로드맵 설계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최근 하이브리드차가 주목받고 있지만, 이는 과도기적 해법일 뿐 탄소중립을 위한 근본적인 대안은 아니다”라며 “지금처럼 하이브리드차 중심으로 수송 부문이 채워지게 되면, 국가 차원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충족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기차 보조금 지원 등으로 초기 구매를 유도하더라도, 충전 인프라의 부족과 비합리적인 요금 체계가 지속되는 한 전기차 대중화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며 “충전기의 물리적 수량뿐 아니라, 실제 운전자가 체감하는 편의성·접근성·유지관리 체계까지 포함한 종합적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특검, 尹 오후 조사 재개…계엄 국무회의·외환 혐의 조사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송하윤 측 “학폭 의혹 유포자, 지명통보 수배”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최대 55만원' 소비쿠폰 21일부터 지급…신청 방법은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하반기 본게임 시작"…조단위 M&A ‘풍년’ 예고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거품 꺼지는 바이오]①사면초가 바이오벤처, 자금 고갈에 속속 매물로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