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디자인은 도시의 언어…서울, 경쟁력을 다시 디자인하다 [길에서 만난 사람들]
- DDP 10년, 산업과 관광을 잇는 플랫폼으로 진화
디자인이 정책·창업·패션을 연결하는 서울의 새 전략
2014년 개관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는 10년 만에 서울의 얼굴로 자리 잡았다. 누적 방문객 1억1000만명, 지난해만 1729만명이 찾았다. 시설 가동률은 79.9%, 재정자립도는 98%로 공공시설로선 드문 성과다.
지금까지 1000건이 넘는 전시와 ‘서울라이트’ ‘서울패션위크’ ‘서울디자인어워드’ 등 대규모 행사가 도심 문화를 이끌었다. ‘한국관광 100선’ 6회 연속 선정, ‘서울에서 가장 사랑받은 관광명소 TOP7’ 등재 등 관광지로서의 상징성도 확보했다.
도시경제 플랫폼 DDP
서울디자인재단은 DDP를 단순한 랜드마크가 아닌 ‘도시경제의 플랫폼’으로 정의한다. 전시·공연·브랜드 런칭을 통해 민간 기업의 마케팅 무대를 제공하고, 시설 임대와 콘텐츠 수익으로 운영비를 충당한다. 2015~2022년 평균 재정자립도 98%는 공공문화시설 중 최고 수준이다. 디자인이 미학을 넘어 경제 모델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차 대표는 “관광은 이동의 산업이 아니라 머무름의 산업”이라며 “DDP는 소비와 체험이 순환하는 공간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외벽을 스크린으로 활용한 ‘서울라이트’는 매년 100만명 이상을 끌어들이며 체류형 관광의 가능성을 증명했다.
서울디자인재단의 역할은 전시 운영을 넘어 도시 창의산업 설계로 확장되고 있다. 올해 동대문 밀리오레 7층에 ‘서울디자인창업센터 제2캠퍼스’를 개소해, 한때 의류 도매 중심지였던 공간을 디자인 창업 허브로 바꾼다.
“동대문은 여전히 패션과 유통의 중심이지만 에너지가 흩어져 있습니다. 창업센터는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관광객이 그 결과물을 경험하는 창작 허브가 될 겁니다.”
차 대표의 말처럼 재단은 패션·디자인 창업을 기반으로 한 체험형 관광 모델을 구상 중이다. 이는 문화사업을 넘어 창의산업 육성과 관광 활성화를 아우르는 전략이다.
LG전자 디자인연구소에서 30년간 근무한 차 대표는 제품 디자이너에서 도시를 설계하는 경영자로 변신했다. “좋은 디자인은 지역과 기업, 시민이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는 디자인을 ‘조직이 사고하고 일하는 방식’으로 보고, 도시 정책 또한 디자인 사고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난 9월 DDP는 세계 디자인 시장의 중심으로 주목받았다. ‘디자인 마이애미 인 시추’(Design Miami. In Situ)가 아시아 최초로 서울에서 열려, 해외 12개·국내 4개 갤러리와 71명의 디자이너가 참여했다.
전통공예와 현대디자인, K컬처가 융합된 170여점의 작품이 전시됐고, 2주간 25만명이 다녀갔다. 차 대표는 “서울이 세계 디자인 네트워크의 중심으로 도약했음을 보여준 상징”이라고 했다.
서울은 2027년 세계디자인기구(WDO) 정기총회 개최지로 확정됐다. 2010년 ‘세계디자인수도(WDC)’ 선정 이후 15년 만의 귀환이다. 이를 두고 차 대표는 WDO 창립 70주년과 맞물린 총회는 서울의 디자인 인프라를 세계와 공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 내다봤다.
‘서울디자인어워드 2025’는 디자인의 사회적 역할을 입증했다. 74개국 941개 프로젝트가 출품돼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대상은 나이지리아 농촌의 전력 불평등을 해소한 ‘자자 에너지 허브’(Jaza Energy Hub)가 차지했다. 한국의 오환종 디자이너의 ‘라디스 식수 살균기’와 서한주의 ‘나무껍질 바코드’도 각각 수상했다. 지속가능한 디자인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구체적 성과로 평가받았다.
서울디자인재단은 디자인을 정책·산업·관광의 공통 언어로 본다. DDP의 높은 가동률과 재정자립도는 공공시설 경영모델을 바꿨고, 서울디자인어워드는 도시가 직접 주최하는 유일한 국제 디자인상으로 성장했다. 서울은 디자인을 통해 사회적 혁신과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11월 12일 열리는 ‘DDP 브랜드 포럼: 변화의 순간을 말하다’는 이러한 변화를 보여줄 무대다. 정구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하이브 이정민 실장, OMA 아시아 대표 크리스 반 두인 등 전문가들이 참여해 런웨이, 팬덤, 건축을 통한 도시 브랜드 전략을 공유한다. 이번 포럼은 DDP가 건축물에서 ‘도시 브랜드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첫걸음이다.
차 대표는 “서울은 이제 디자인을 배우는 도시에서 가르치는 도시로 바뀌어야 한다”며 “우리가 만든 디자인 해법이 세계의 기준이 되는 순간, 진짜 글로벌 도시가 된다”고 강조했다.
서울의 변화는 조용히 진행 중이다. 야간 미디어쇼를 보러 온 시민이 디자인스토어에서 제품을 사고, 창업센터에서 아이디어를 실험한다. 이들의 소비와 참여가 곧 서울의 경제가 되고 문화가 된다. DDP는 건축물이 아니라 도시의 생태계다. 디자인이 산업이 되고, 산업이 도시를 움직인다. 서울은 디자인으로 경쟁력을 다시 그려가고 있다.
1962년 인천 출생의 차강희 대표는 홍익대 산업디자인 박사로, 1991년부터 LG전자 디자인연구소 상무를 거쳐 2018~2021년 한국산업디자이너협회 회장, 2018~2024년 홍익대 산업미술대학원 교수를 역임했다. 2024년 10월부터 서울디자인재단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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