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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패밀리 오피스, 부가서비스 경쟁 넘어 ‘고객 수익률’이 핵심” [이코노 인터뷰]

증권 일반

국내 자산가들을 겨냥한 증권사들의 ‘패밀리 오피스’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가문의 자산을 통합 관리하고 상속·증여, 법률, 세무 컨설팅까지 제공하는 이 서비스는 초고액자산가 시장의 새로운 격전지로 떠올랐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5월 4번째 오프라인 점포인 ‘The Sage 패밀리 오피스’(The Sage Family Office)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파이낸스타워에 공식 출범하며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지난 18년간 PB로 활동하며 자산 관리 외길을 걸어온 장의성 미래에셋증권 The Sage 패밀리 오피스 센터장은 와의 인터뷰에서 “여러 부가 서비스도 중요하지만, 패밀리 오피스의 기본은 금융기관으로서 고객의 자산 관리를 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결국 고객 수익률이라는 본질적인 경쟁력으로 시장의 신뢰를 얻고, 자산가들이 믿고 찾을 수 있는 종합적인 플랫폼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패밀리 오피스 서비스는 더 이상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여러 금융사가 이미 시장에 진출해 세무·부동산·법률 등 다양한 비재무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장 센터장은 미래에셋증권의 차별점이 바로 '자산 관리'라는 본질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22년 신설 점포였던 반포WM을 1년도 안 돼 흑자로 전환시키고 자산을 3배 가까이 불린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패밀리 오피스의 초석을 다졌다.그는 “The Sage 패밀리 오피스를 오픈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것은 고객 수익률이 우수한 직원을 우선 선발하는 것이었다”며 “최근에도 매년 고객 수익률 상위권에 들고 올 상반기에도 1등을 했던 직원이 합류했고, 그 결과 높은 수익률에 만족한 고객분들의 추가 입금이나 소개가 이어지며 빠르게 자산을 늘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6월에는 일부 직원의 랩어카운트 포트폴리오가 한 달 만에 30~40%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고객 자산 증대를 이끌었다. 이처럼 높은 수익률에 만족한 기존 고객들이 자산을 추가로 맡기거나 주변의 다른 자산가들을 적극적으로 소개해주는 선순환 효과도 이어졌다. 결국 뛰어난 운용 성과가 새로운 자금을 끌어오는 핵심 동력이 된 셈이다.장 센터장은 “여러 부가 서비스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자산 관리의 기본을 잊지 않고 가장 우수한 자산 관리 능력을 갖춘 전문가들과 함께한다는 것이 저희의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기업 컨설팅으로 중소·중견 오너 가문 공략The Sage 패밀리 오피스의 또 다른 핵심 전략은 ‘기업 경영 컨설팅’이다. 이는 그룹 내 기업금융(IB) 부문 및 여러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통해 구현되고 있다. 특히 자체적으로 미래전략실과 같은 조직을 갖추기 어려운 중소·중견기업 오너들에게는 큰 호응을 얻고 있다는 설명이다.장 센터장은 “자산가 중에는 기업을 경영하며 부를 일군 분들이 많은데, 규모가 큰 기업이 아니라면 미래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전략을 수립하는 별도의 조직을 구성하기는 힘든 부분이 있다”며 “다만 컨설팅펌 등을 통해 이를 자문받으면 비용이 너무 과도한 반면, 패밀리오피스를 통해 이 같은 서비스를 제공받으면 비용이 절감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과거에는 증권사 WM이 오너 개인의 자산 관리에만, IB는 기업금융에만 치중해 단절된 측면이 있었다”며 “저희는 이를 융합해 기업의 성장 전략, M&A, 가업 승계까지 아우르는 종합 컨설팅을 고객에 제공한다”고 설명했다.그는 “The Sage 패밀리오피스에서는 자녀들이 승계를 원치 않아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고민하는 오너, 혹은 이제 막 가업 승계 플랜을 짜기 시작한 젊은 오너 등 다양한 니즈에 맞춰 청사진을 제공하고 법무·회계법인 자문을 제공한다”며 “이와 같은 종합 솔루션에 대한 오너분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고, 자연스럽게 오너 개인과 가족의 자산 유치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앤리치’부터 자녀 세대까지…맞춤형 전략 제공한편 전통적인 자산가와는 결이 다른 ‘영앤리치’(Young & Rich)의 부상도 주목할 만한 변화다. 벤처 창업 등을 통해 단기간에 큰 부를 축적한 이들은 투자 시장의 새로운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은 부동산 등으로 안정적으로 자산을 증식해온 기성세대와 달리, 창업 경험을 바탕으로 한 공격적인 투자 마인드를 갖추고 있다.장 센터장은 “IT 기반 벤처기업 창업으로 성공한 분들은 해당 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고, 투자 마인드 자체가 공격적”이라며 “이런 분들에게는 AI나 유망 비상장 기업 투자 정보를 제공하고, 비슷한 업계 분들끼리 교류할 수 있는 네트워킹의 장을 만들어 드리는 것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나아가 그는 “앞으로는 세 가지 방향의 커뮤니티를 구상 중”이라며 “첫째는 동종 업계 종사자 커뮤니티, 둘째는 미술품 등 공통 관심사를 가진 분들의 커뮤니티,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산가 자녀들을 위한 커뮤니티를 기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가만히 있으면 자산 줄어드는 시대…대비 필요해"장 센터장은 “최근 통화량 증가로 화폐 가치 하락이 이어지면서 자산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며 “가만히 있으면 자산이 줄어드는 시대인 만큼, 화폐 가치 하락에 대한 대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국내 자산가들이 사업체, 부동산 등 원화 자산에 노출된 경우가 많은 만큼, 달러 기반의 미국 국채나 주식 투자를 통한 자산 배분의 필요성도 강조했다.이어 “대한민국의 자산가분들이 재무적, 비재무적 모든 니즈를 해결하기 위해 믿고 찾을 수 있는 플랫폼이 되는 것이 저희의 꿈”이라며 “가장 기본인 자산 관리를 잘하는 패밀리 오피스라는 명성을 얻고, 이를 바탕으로 고객의 모든 고민을 해결해주는 동반자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2025.09.08 10:00

4분 소요
포트폴리오 다각화 요구되는 인터넷은행…“어디로 가야하죠”

은행

인터넷전문은행 3사가 올해 상반기 일제히 출범 이후 최대 성적표를 받았지만 ▲수익구조 다변화 ▲포용금융 강화 ▲리스크 관리 ▲플랫폼 경쟁력 강화 등 혁신 필요성이 요구되고 있다. 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 인터넷은행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은행의 올해 상반기 합산 당기순이익은 3883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0억원(13.8%) 늘어난 규모다. 은행별로는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순이익은 각각 2637억원, 842억원을 기록했다. 토스뱅크의 순이익은 지난해보다 65% 증가한 404억원으로 집계됐다. 총자산과 고객 수도 빠르게 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자산 62조원, 고객 수는 2000만명을 넘어섰다. 케이뱅크는 예금 잔액이 20조원에 근접했고 토스뱅크 역시 1300만명에 가까운 고객을 확보하며 덩치를 키우고 있다. 성장 배경으로는 인터넷은행들의 참신한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다. 인터넷은행의 효자 상품 중 하나가 ‘모임통장’이다. 이 상품으로 사용자들이 몰리자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비슷한 서비스를 내놓거나 기존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해 다시 내놨다. 하나은행은 모임전용 체크카드를 이용할 경우 캐시백을 주고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도 뱅킹앱과 연계해 이용 편의성을 확대했다. 모임 통장의 경우 많은 이용자를 한꺼번에 모을 수 있고 목돈이 들어온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인터넷은행에는 수시 입출금되는 상품이 많은데, 이는 일반 예·적금보다 금리가 낮아 은행의 자금 조달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토스뱅크가 ‘환전수수료 무료’ 서비스를 내놓은 이후 다른 은행들이 비슷한 상품을 선보인 것도 인터넷은행들의 순기능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인터넷은행의 덩치가 커지는 만큼 내실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수익의 대부분을 가계 대출을 통한 예대마진으로 얻는 상황에서 새로운 성장 통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인터넷은행들의 순이자마진(NIM)이 하락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계대출에 의존하는 사업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NIM이란 은행의 수익성을 평가하는 핵심 지표 중 하나다. 은행이 예금 등으로 받은 자금을 대출 등으로 운용해 얻는 이자 수익에서 이자 비용을 뺀 후, 전체 자산에 대한 비율로 나타낸 값이다. 은행이 자금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해 수익을 남기는지 보여준다. 카카오뱅크의 2분기 NIM은 1.92%로 1분기 2.09%보다 0.17%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2분기(2.17%)와 비교하면 더 떨어졌다. 카카오뱅크의 NIM이 1%대로 하락한 것은 2021년 3분기 1.98% 이후 처음이다. 케이뱅크도 같은 기간 1.36%를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9%포인트 낮아졌다. 토스뱅크는 2.57%로 소폭 상승하며 선방했지만, 전체적으로 인터넷은행은 금리 변동에 취약한 구조임을 드러냈다. 예대마진만으로 성장하기에는 한계가 보인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터넷은행들은 ‘생활 금융 플랫폼’으로 진화를 꾀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세금 통합 관리 ▲정부지원금 찾기 ▲자녀 금융 관리 등 일상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머니 마켓 펀드(MMF) 운용이나 상업자 표시 신용카드(PLCC) 카드 발급도 수익을 다변화하는 요소로 거론된다. 토스뱅크는 펀드 판매를 앞두고 있다. 금융위원회 예비인가를 받아 올해 안에 해당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또 시니어 고객 전담 조직을 만들고 자산관리·헬스케어 서비스를 결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케이뱅크는 개인사업자 대출 강화 전략을 선택했다. ‘사장님 부동산담보대출’과 보증서 기반 대출을 확대했고, 중소기업 대상 100% 비대면 대출도 준비 중이다.사업자 대출 확대도 피할 수 없는 과제다. 2025년 상반기 기준 카카오뱅크의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2조5338억원으로 1년 전보다 80% 늘었다. 케이뱅크도 52% 증가한 1조5817억원으로 집계됐다. 가계대출 비중을 줄이고 기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해석이다. 다만 개인사업자 대출이 확대로 재정 건전성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에서 꼼꼼한 설계와 대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영업초기 사업자대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컸던 토스뱅크의 경우 해당 대출에 대한 성장세가 주춤해졌다. 6월 말 기준 대출 잔액은 1조4061억원으로 1년 전보다 1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자 대출 확대·디지털 자산 주목인터넷은행 3사가 공통으로 주목하는 분야는 디지털 자산이다. 스테이블 코인 등 가상화폐 시장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토스뱅크는 원화·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상표를 출원했고 케이뱅크는 ‘K-STABLE’을 준비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카카오그룹 차원에서 블록체인 기반 결제·투자 모델을 연구 중이다. 아직 국내 규제는 불투명하지만, 디지털 자산은 인터넷은행이 가계대출 의존에서 벗어나 글로벌 무대로 뻗어 나갈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2일 국회 정무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구체적인 부분을 다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스테이블코인 샌드박스에 대해) 생각도 있고, 준비도 돼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과정에서 “확실한 안정장치를 마련하고 있다”며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에 덧붙여서 국내에서 유통되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 체계도 같이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금융권 관계자는 “규모로 보면 이제 인터넷은행은 어엿한 성인 수준”이라며 “혁신과 서비스 강화,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해 당초 기대했던 ‘진짜 메기’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2025.09.08 09:20

4분 소요
“실시간 어닝콜 번역·통역까지…美 주식 투자 판을 바꾸는 ‘스톡나우’” [이코노 인터뷰]

은행

미국 기업 실적 시즌만 되면 한국 투자자들은 한밤중 유튜브 방송이나 해외 기사 요약본에 의존해야 했다. 속도는 늦고, 정확성은 떨어졌다. 실시간 미국 주식 정보 플랫폼 ‘스톡나우’(StockNow)는 이 불편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2024년 10월 국내 최초로 미국 증시 상장사 4000여 곳의 어닝콜 실시간 한국어 번역 서비스를 선보였고, 2025년 4월에는 실시간 한국어 통역 기능까지 도입했다. 언어와 시차의 장벽이 무너진 순간이었다.는 김정훈·최준회 공동대표를 만나 창업 배경과 향후 전략을 들어봤다. 김 대표는 지그재그 최고마케팅책임자(CMO)로 일했고 최 대표는 개발자 출신이다. 두 사람은 2023년 여름 함께 터네이셔스를 설립했다. 김 대표는 “어느 날 새벽 갑자기 계좌에서 몇백만 원이 사라진 걸 보고 깼다. 국내 언론은 자고 있었고, 블룸버그에 들어가도 영어가 벽이었다. 왜 이런 일이 생긴 건지 실시간으로 알 수 없다는 게 너무 답답했다”라고 창업 이유를 설명했다. 당시 많은 투자자들은 특정 유튜버 방송에 몰려 채팅 투표로 어떤 기업의 어닝콜을 들을지 정했다. 김 대표는 “AI가 있으면 굳이 투표할 필요도 없이 원하는 기업 어닝콜을 각자 실시간으로 번역·통역해 들을 수 있을 텐데 왜 이런 서비스가 없을까라는 의문이 출발점이었다”고 말했다. 단순 거래가 아닌 정보 중심스톡나우는 증권사 앱과 달리 거래 기능이 없다. 대신 정보 탐색과 해석에 초점을 맞췄다. “증권사 앱은 거래가 중심이라 정보 접근성이 떨어진다. 클릭 몇 번을 거쳐야 들어갈 수 있지만, 우리는 실적 캘린더나 속보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접근성과 편의성이 가장 큰 차이다.”현재 서비스의 핵심은 ▲실적 발표 일정 캘린더와 알림 ▲어닝콜 실시간 번역·통역 ▲2시간 콜의 핵심 문장 자동 요약 ▲원문 대조 기능이다. 최 대표는 “어닝콜 번역에서 중요한 건 회계·기술 용어를 정확하고 자연스럽게 옮기는 것”이라며 “AI 모델을 계속 튜닝해 맥락을 잇고 오류를 줄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터네이셔스가 2024년 10월 국내 최초로 시장에 진입한 직후, 토스도 2025년 2월 베타 서비스를 내놨다. 하지만 커버리지와 속도는 차별점으로 남았다. “저희는 현재 4000개 기업을 커버한다. 토스는 수백 개 수준에서 시작했다. 물론 시장에 경쟁자가 생기는 건 긴장 요소지만, 동시에 시장이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다만 데이터 속도는 여전히 과제다. 김 대표는 “블룸버그나 벤징가 같은 글로벌 벤더사도 소형 종목은 늦게 제공한다”며 “직접 수집 비중을 늘리고 AI 처리를 강화해 속도를 높이는 중”이라고 말했다.스톡나우는 거래 수수료 대신 멤버십 구독형 모델을 택했다. 2025년 6월 유료 멤버십을 월 1만6900원에 도입했다. 김 대표는 “현재 월간 활성 사용자(MAU)는 약 4만 명 수준”이라며 “유료 구독자는 두 달 만에 1.5배씩 성장하고 있다. 연말까지 10만 MAU와 손익분기점 달성이 목표다”라고 말했다.다만 대중성에는 한계가 있다고 인정한다. “어닝콜과 실적 발표를 챙겨보는 투자자는 생각보다 제한적이다. 올해 상반기엔 대중적 확장보다는 리치 마켓에 집중하는 게 맞는지 고민을 많이 했다.” AI 어시스턴트로의 진화두 대표는 스톡나우를 단순 번역 툴이 아닌 투자 의사결정 보조 도구로 발전시키려 한다. “1단계가 번역·통역이라면, 2단계는 자동 요약과 사전 브리핑이다. 3단계는 인사이트 발굴이다. 단순히 정보를 옮기는 게 아니라 어떤 키워드, 어떤 산업 트렌드에 주목해야 하는지까지 짚어주는 것이다.”최 대표도 “AI를 이용해 반복적인 조사 과정을 줄여주고, 개인 투자자에게 맞춤형 정보를 제시하는 ‘투자 어시스턴트’가 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연내 일본 진출을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영어권 투자자들도 반복적인 조사나 사전 준비 과정에서 불편을 겪습니다. 이 영역까지 확장하면 영어권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봅니다.”투자유치도 본격화한다. “초기엔 확신 없는 상태에서 투자금을 받기보다, 1년간 스스로 시장성과 재사용성을 검증했다. 이제는 누구를 만나더라도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있는 단계에 와서 투자를 유치하려고 한다.” “끈질기게 문제 해결하는 팀이 되겠다”사명 ‘터네이셔스(Tenacious)’에는 창업 철학이 담겼다. “프랑스 오픈 테니스 경기장 문구 중에 ‘가장 끈기 있는 자가 승리한다’는 말이 있다. 스타트업도 마찬가지다. 결국 끝까지 버티며 문제를 해결하는 팀만 살아남는다. 우리도 끈기 있게 도전하려는 마음으로 사명을 정했다.” 스톡나우는 이제 막 1년을 맞는다. 김 대표와 최 대표는 3~5년 안에 글로벌 시장에서 “AI 기반 투자 어시스턴트는 스톡나우가 제일 잘한다”는 평가를 받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인터넷이 처음 나왔을 때 구글이 모든 걸 장악할 줄 알았지만, 여행·부동산 같은 전문 서비스가 살아남았다“면서 “우리도 그 흐름을 믿는다. 투자자가 놓치는 순간을 끝까지 잡아주는 도구, 그것이 스톡나우다”라고 강조했다.

2025.09.08 09:00

4분 소요
대한항공의 계산된 '70조' 승부수

항공

대한항공이 승부수를 띄었다. 약 70조원 규모의 항공기 및 엔진 도입 계획을 확정하며 기단 현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항공사 역사상 최대 규모이자 글로벌 시장에서도 손꼽히는 대규모 발주다. 대한항공은 미국 보잉으로부터 총 103대의 항공기를 도입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는 ▲차세대 장거리 여객기 B777-9 20대 ▲중대형 장거리 모델 B787-10 25대 ▲단거리 고효율 기재 B737-10 50대 ▲화물기 B777-8F 8대다. 이와 함께 GE에어로스페이스(GE Aerospace)사와 6억9000만달러(약 9600억원) 가량의 항공기 예비 엔진(Spare Engine) 구매 및 130억달러(18조원) 규모의 엔진 정비 서비스 계약도 추진한다.이번 결정은 단순한 기재 교체를 넘어 항공업계의 경쟁 구도, 한·미 산업 협력, 대한항공의 재무 전략 등 다방면에 크고 작은 변화를 끼칠 전망이다.대한항공의 묵직한 한방대한항공의 신규 항공기는 2030년대 말까지 순차 인도될 예정이다. 현재 대한항공이 보유한 보잉 기단은 108대 규모인데, 신규 기재가 들어오면 175대로 늘어난다. 전체 보유 항공기 중 36% 이상이 새 기체로 채워지는 셈이다. 이는 단순한 수적 확대가 아니라 항공기 평균 연령을 낮추고, 연료 효율과 운항 안정성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효과를 낳는다.이번 투자의 핵심은 국제 경쟁력 확보다. B777-9와 B787-10은 연비 성능과 운항 거리에서 강점을 갖춘 기종으로, 대한항공은 이를 통해 미주·유럽 등 장거리 시장에서 운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단거리와 중단거리는 B737-10으로 대응해 노선별 맞춤형 운용이 가능해진다. 여기에 B777-8F 화물기 투입은 코로나19 이후 급증한 항공 화물 수요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한다.글로벌 항공사들은 이미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루프트한자, 에미레이트항공 등은 차세대 기재를 공격적으로 도입하며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대한항공의 이번 발주는 세계적 추세와 발맞추는 동시에, 아시아 지역에서 우위를 굳히기 위한 승부수로 해석된다.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은 ‘투자 효과’를 극대화할 요인이 됐다. 2024년 12월 아시아나 인수를 마친 대한항공은 단숨에 세계 12위권 항공사로 올라섰다. 하지만 양사 노선의 중복과 기단 편재 차이는 효율성 저하 요인으로 지적돼 왔다.대한항공은 전통적으로 보잉 기종을, 아시아나는 에어버스 기종을 주력으로 운용해 왔다. 기종이 이원화되면 정비 체계, 부품 조달, 승무원 훈련 등에서 중복 비용이 발생한다. 이번 대규모 발주는 보잉 기종을 중심으로 기단을 정리해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장거리와 단거리 운항 전략을 보다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의미가 있다.보잉 중심의 기단 재편은 곧 규모의 경제 실현으로 이어진다. 정비와 부품 수급, 조종사와 승무원 훈련 체계를 일원화할 수 있고, 중복 노선 통합 및 노선별 기종 최적화도 가능하다. 결과적으로 운영 효율성과 비용 절감, 서비스 품질 제고라는 세 가지 효과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산업적·외교적 함의도 크다. 대한항공의 계약 규모는 항공기 가격만 약 362억달러(약 50조원), 엔진과 정비 계약까지 포함하면 총액이 500억달러(약 70조원)에 달한다. 단일 항공사 발주로는 역대 최대급으로, 미국 보잉사에 전례 없는 '메가 수주'를 안겼다.보잉에 따르면 이번 계약은 미국 내 수십만 개 일자리를 직접적으로 뒷받침하는 효과를 가져올 전망이다. 특히 항공기 제작과 관련된 부품 업체, 엔진사, 정비 분야까지 파급 효과가 확산되면서 미국 항공우주산업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분석된다.정치·외교적으로도 의미가 작지 않다. 이번 계약은 한·미 정상회담 직후 발표되며 사실상 ‘경제 외교’의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 내 제조업과 일자리 창출에 직접 기여하는 대규모 발주가 한국 기업에 의해 이뤄졌다는 점은, 양국 간 전략적 동맹 강화의 상징적 사례로 통한다. 70조 투자에도 흔들림 없는 이유다만, 투자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대한항공의 재무 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동시에 제기된다.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311%에 달한다. 총 차입금은 약 17조9000억원, 현금성 자산은 6조원 남짓에 불과하다. 순차입금만 11조원을 넘는 상황에서 70조원 규모의 신규 발주를 단행한 것은 시장의 경계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실제로 발주 발표 직후 대한항공 주가도 하락세로 돌아섰다.다만 전문가들은 투자 집행 구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이번 발주는 일시에 지출되는 것이 아니라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분산돼 진행된다. 연평균으로 따지면 3조원 안팎에 불과해, 대한항공의 영업이익과 현금흐름을 고려할 때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는 분석도 있다.대신증권은 이번 발주를 ‘대규모 설비투자(CAPEX) 사이클의 시작’으로 규정했다. 기존 발주를 포함한 공시상 규모는 81조원에 달하지만, 실제 집행액은 절반 수준인 40조원 안팎으로 추정된다는 설명이다. 대신증권 연구원은 “2022년부터 2032년까지 약 11년간 연평균 3조원 이상이 투자될 것”이라며 “대한항공의 연간 상각전영업이익(EBITDA)가 5조원 내외로 예상되는 만큼 금융비용과 배당을 감안해도 현금흐름은 플러스(+)를 유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즉, 부채비율이 300%를 웃도는 부담은 분명 존재하지만 단계적 집행 구조와 영업이익 규모를 고려하면 당장 재무 구조가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다.한화투자증권은 이번 계약을 “초대형 글로벌 항공 그룹으로 거듭나기 위한 선제적 투자”로 해석했다. 공시 기준 70조 원은 어디까지나 리스트 프라이스에 불과하며, 실제 도입 단가는 40~60% 할인된 25조 원 안팎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항공기 103대는 약 10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인도될 예정이어서, 도입이 본격화돼도 연간 CAPEX 증가 폭은 2조 원 중반대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여전히 글로벌 항공사들의 기재 도입 지연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현금흐름에 무리되는 수준은 아니다”라며 “이번 발주는 합당한 선제적 투자”라고 평가했다.

2025.09.07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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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한 아파트가 온다…AI부터 로봇 배송까지

건설

국내 아파트가 단순한 주거 공간을 넘어 첨단 생활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로봇 등 혁신 기술이 아파트 단지에 속속 도입되면서, 건설사들의 도시정비사업 수주 경쟁 구도도 빠르게 재편되는 모양새다. 편의와 안전, 나아가 건강 관리까지 아우르는 ‘스마트홈’은 미래형 아파트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건설사들의 차별화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AI·로봇이 바꾸는 주거 환경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물산 건설부문(이하 삼성물산)은 ▲래미안 원베일리 ▲래미안 원펜타스 ▲삼성노블카운티 거주 시니어들을 대상으로 ‘홈 AI 컴패니언(Companion) 로봇 서비스’ 실증을 시작한다.홈 AI 컴패니언 로봇은 1인 또는 부부 중심 소가구 시니어의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있는 3대 핵심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화를 통한 감정 교류로 정서적 교감을 하는 말동무 역할을 비롯해 ▲호출 응답 ▲IoT 기기 음성제어 ▲응급상황 보호자 알림 등 집사의 역할과 ▲복약 알림 및 확인 ▲웨어러블 기기 연동 만성질환 관리 ▲인지 능력 향상 등 전담 간호사 역할을 수행한다.삼성물산은 로봇 시대에 대비해 다양한 로봇 서비스 상용화를 목표로 지난해 ‘도어 투 도어’(Door-to-Door) 실내외 배송로봇 서비스를 출시하는 등 로봇 솔루션 사업을 추진 중이다.입주민이 아파트 인근 상가나 아파트 단지 내의 커뮤니티 카페 및 식당에서 음료 및 음식을 주문할 경우, 자율주행 로봇 ‘뉴비’가 직접 각 세대 현관문 앞까지 배달해 준다. 특히 엘리베이터와의 완벽한 연동 시스템을 통해 실내외를 자유롭게 오가는 자율주행이 가능해졌다.삼성물산은 최근 수주에 성공한 개포우성7차 재건축 사업에서는 AI 기반 스마트 지하주차장을 제안하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AI 통합 주차 유도 서비스 ▲AI 주차 관리 서비스 ▲AI 전기차 충전 서비스 등 래미안의 AI 기술을 집약한 최첨단 지하주차장을 구현한다.HDC현대산업개발은 최근 송파한양2차 재건축 사업에 AI 기반 자율주행 주차로봇 ‘파키’(Parkie) 도입을 제안했다. 이번에 도입되는 파키는 AMR(Autonomous Mobile Robot·자율주행로봇) 기술을 기반으로 한 주차로봇으로 운전자가 지정된 구역에 차량을 세워두면 차량 하부로 이동해 바퀴를 들어 올리고, 빈 공간을 찾아 주차를 대행해 준다. 출차 시 입주민이 전용 앱이나 월패드를 통해 호출하면 차량이 출차 구역으로 자동 이동해 대기한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최근 송파 한양2차 재건축 사업에 AI 기반 자율주행 주차로봇 ‘파키(Parkie)’ 도입을 제안했다. 이번에 도입되는 파키는 AMR(Autonomous Mobile Robot·자율주행로봇) 기술을 기반으로 한 주차로봇으로 운전자가 지정된 구역에 차량을 세워두면 차량 하부로 이동해 바퀴를 들어 올리고, 빈 공간을 찾아 주차를 대행해 준다. 출차 시에는 입주민이 전용 앱이나 월패드를 통해 호출하면 차량이 출차 구역으로 자동 이동해 대기한다.HDC현대산업개발은 송파한양2차를 단순한 주거 공간을 넘어 ‘스마트 AI 랜드마크’로 조성한다는 비전 아래, 다양한 첨단 기술 도입을 추진해 왔다. ▲AI·디지털전환(DX) 기술 적용 ▲AI 홈 에이전트 ▲차세대 헬스케어 플랫폼 ▲웰니스 프로그램 등에 이어 AI 기반 자율주행 주차로봇 시스템까지 도입함으로써 차별화된 주거 경험을 제공하는 미래형 단지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다.스마트홈 플랫폼 진화건설사들은 단순한 편의 기능을 넘어, 입주민 생활 전반을 관리할 수 있는 자체 스마트홈 플랫폼을 고도화하며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현대건설은 2011년 ‘힐스테이트 스마트 앱’을 시작으로 스마트홈 시스템 개발에 앞장서 왔으며, 2016년 국내 최초로 ‘하이오티’(Hi-oT)를 선보였다. 2018년에는 국내 최초 AI 기반 ‘보이스홈’을 개발해 현대건설의 스마트홈 기술력을 한 단계 발전시켰다. 현대건설은 입주민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한 맞춤형 스마트홈 서비스도 확대하고 있다.현대건설은 올해 5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에 AI 기반 학습 플랫폼 ‘H 스마트스터디’와 IoT 기반 의류 리워드 시스템 ‘H 업사이클링’을 도입하기로 했다. H 스마트스터디는 AI 기반 학습관리 솔루션 전문 기업 ‘알고리고’와 협업해 개발된 스마트 학습 공간이다. 기존의 단순한 독서실에서 나아가, 청소년 입주민의 ▲공부 시간 ▲자세 ▲집중도 ▲학습 패턴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학생 개개인에 맞춘 학습 루틴과 AI 기반 코칭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입주민이 사용하지 않는 옷을 손쉽게 정리하고, 보상까지 받을 수 있는 H 업사이클링도 선보인다. 이 서비스는 현대건설이 IoT 기반 의류 순환 시스템 전문기업 ‘그린루프’와 협업해 적용한 의류 리워드 수거 시스템 ‘오터리’를 통해 운영되며, 수거함에 투입된 의류는 품질 상태에 따라 등급별로 분류돼 보상금이 자동으로 정산된다.이 밖에 GS건설은 빅데이터 기반 ‘자이 AI 플랫폼’을 개발하고, 통합 앱 ‘자이홈’을 통해 입주민에게 맞춤형 라이프스타일을 제공한다. ▲조명 ▲난방 ▲가전제품 등 IoT 기기는 스마트폰 앱이나 음성 인식 스피커를 통해 제어할 수 있다. ‘SPACE SCOPE’라는 빅데이터 플랫폼을 통해 실내 공기질 최적화, 에너지 절감 등의 서비스도 제공한다. 특히 원격진료 서비스를 연계하며 헬스케어 영역까지 확장해 주목받았다.DL이앤씨는 2021년 지능형 공동주택관리 솔루션인 ‘디홈’(DI·home) 플랫폼을 도입했다. 디홈 플랫폼은 ▲공동주택의 시운전 ▲품질 관리 ▲보안 등에 특화된 기능을 가지고 있다. 스마트 세대 출입관리 솔루션을 통해 각 세대별 출입 인증과 이력을 철저하게 관리해 불필요한 세대 출입 통제도 가능해졌다.전문가들은 스마트홈 경쟁이 단기 유행을 넘어 산업 전반의 기준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한다. 기술 기반의 효율성과 만족도는 입주민의 주거 가치를 끌어올리고, 건설사의 브랜드 경쟁력과 부동산 자산 가치까지 동시에 강화하기 때문이다.건설 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스마트홈 플랫폼을 통해 단순한 주택 공급자가 아니라 생활 전반을 관리하는 ‘서비스 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며 “향후에는 건설·정보기술(IT)·의료·로봇 산업이 결합하는 융합 비즈니스 모델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5.09.07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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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원격진료에 혈당 관리까지…아파트도 ‘헬스케어’ 시대

부동산 일반

건설사들이 주거 공간을 넘어 건강 관리까지 품은 ‘헬스케어’ 아파트 개발에 속속 나서고 있다. 최근 ▲초고령화사회 진입 ▲1인 가구 증가 ▲팬데믹 이후 생활방식 변화 등이 맞물리면서, 집의 역할 또한 주거를 넘어서는 초개인화 케어로 진화하는 모양새다. 건설사들은 최근 도시정비사업 수주전에서 헬스케어를 차별화된 서비스로 제안하는 등 ‘웰니스·메디컬’ 기능을 포함한 미래형 주거 서비스가 건설업계의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건설업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은 최근 송파한양2차 재건축 사업에 차세대 건강 관리 서비스 도입을 제안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비대면 진료 플랫폼 ‘웰체크’ ▲멘탈케어 솔루션 전문기업 ‘옴니씨앤에스’ ▲휴식가전 글로벌 브랜드 ‘세라젬’과 각각 전략적 제휴를 맺고, 신체 건강과 정신 안정, 휴식을 아우르는 토탈 헬스케어·웰니스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모든 서비스는 HDC현대산업개발이 개발한 앱(App)을 통해 스마트폰으로도 이용할 수 있다.비대면 병원 검진 등으로 특화회사는 웰체크와의 협력을 통해 단지 내 전용공간이나 자택에서 전문 의료진과 비대면 상담과 진료를 제공한다. 옴니씨앤에스와는 뇌파와 맥파 등 생체신호를 기반으로 스트레스 지수와 두뇌 건강 등을 측정하고, 맞춤형 치유 콘텐츠를 제공한다. 또 세라젬을 통해 척추·순환·휴식·뷰티·영양·운동·정신 등 7개 분야에서 건강한 삶을 도와주는 ‘7케어 솔루션’을 도입한다. 입주민들은 안마의자를 비롯한 다양한 웰니스 기기를 통해 피로 회복과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앞으로도 글로벌 최고 기업들과의 파트너십 확대를 통해 미래 주거 트렌드를 선도하고, 입주민들에게 차별화된 주거 가치를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GS건설은 지난 8월 통합 서비스 앱 ‘자이홈’에 업계 최초 비대면 원격진료 서비스를 선보였다. 기존에는 앱 내 커뮤니티 예약이나 시설 안내가 중심이었다면, 이번에는 원격 의료 솔루션 기업 ‘솔닥’(SOLDOC)과 제휴를 맺고, 자이홈의 기능을 헬스케어로까지 확장했다.입주민은 진료 후 인공지능(AI) 기술 기반 맞춤형 건강관리 리포트를 제공받을 수 있다. 해당 리포트는 사용자의 처방전 데이터를 분석해 건강 상태를 종합적으로 요약한 형태로 제공되며 복잡한 의학정보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헬스케어 컨시어지 서비스’도 한시적으로 무상 제공된다. 전담 상담 인력이 이용자 편의를 지원하는 이 서비스는 특히, 고령자나 디지털 환경이 익숙지 않은 사용자에게 유용하다.자이홈에 솔닥을 연동한 서비스는 지난 8월 광주 상무지구 ‘상무센트럴자이’에 먼저 적용됐다. 입주민이 거주 단지와 연계된 ▲의료기관 정보 ▲진료 일정 ▲실시간 예약 정보 등을 자이 홈 앱에서 확인 가능하게 구현될 예정이다.GS건설 관계자는 “자이(Xi)는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닌 고객의 삶의 흐름에 맞춰 유기적으로 진화하는 라이프케어 플랫폼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초개인화 케어로 진화 현대건설은 지난 4월 경기도 용인시 마북동 기술연구원에 미래형 건강주택인 ‘올라이프케어 하우스’(All Life-care House)의 실증시설을 국내 최로로 구축했다.올라이프케어 하우스는 현대건설이 개발 중인 헬스케어 기술이 접목된 주거모델이다. 현대건설은 실제 주거환경과 동일한 조건의 아파트 평형을 그대로 조성해 실생활에 근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수면·운동·멘탈 등을 관리하는 ‘웰니스(Wellness) 솔루션’ ▲응급상황 발생 시 병원과 연계해 긴급대응하는 ‘메디컬(Medical) 솔루션’ ▲온도나 습도는 물론 공기·물·빛 등을 제어해 최적의 생활환경을 조성하는 ‘헬스리빙(Health Living) 솔루션’ 등을 제공한다.올라이프케어 하우스의 일환으로 현대건설은 지난해 ‘H 헬스케어’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를 위해 현대건설은 유전자 분석기업 ‘마크로젠’, 혈당 코칭 기업 ‘닥터다이어리’와 손을 잡았다.현대건설은 마크로젠을 통해 입주민들의 유전자를 분석한 후 ▲음식과 영양 ▲운동 ▲빛 ▲온·습도 등의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기로 했다. 또 닥터다이어리와 함께 혈압·혈당 관련 일대 일 코칭, AI 식단 관리 등의 서비스도 선보인다. 또한 현대건설은 슬립테크 스타트업인 에이스립 등과도 협업해 임상·유효성 검증을 고도화한다.현대건설은 수주에 공을 들이고 있는 압구정2구역 재건축을 비롯해 다른 아파트 단지에도 올라이프케어 하우스를 적용할 계획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다양한 헬스케어 솔루션으로 입주민의 삶을 건강하게 지켜주는 웰니스 주거환경을 실현하고 집의 본원적 가치에 혁신을 더한 하이엔드 주거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대우건설은 최근 수주를 노렸던 서울 강남구 개포우성7차 재건축 사업에서 노년층 거주자들을 주요 대상으로 하는 ‘AI 비대면 시니어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안하기도 했다.대우건설은 단지 내 시니어클럽에 비대면 헬스케어 라운지를 두고 ▲AI 의료서비스 구축 및 자가검진 ▲혈압·혈당 등 검사 및 주변 병원 연계 시스템 구축 ▲의사와 비대면 진료 및 처방전 발급 등의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을 밝혔다.건설업계 관계자는 “단순한 편의성 제공을 넘어 건강 관리까지 주거 서비스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며 “특히 재건축·재개발 수주 경쟁에서 입주민 맞춤형 헬스케어 서비스는 건설사들이 앞다투어 내세우는 핵심 차별화 요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25.09.0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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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8 대입제도 개편, 수학이 최대 시험대 [임성호의 입시지계]

전문가 칼럼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이 첫 적용되는 현재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의 수학 성취도 격차가 중학교와 고등학교 진학 단계에서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교육계 분석에 따르면 이들 학생이 중학교 3학년이던 지난해 전국 3271개교에서 치러진 2024학년도 1·2학기 학교 시험에서 수학 90점 이상을 기록해 A등급을 받은 비율은 전국 평균 28.5%였다. 즉, 중학교 당시 학생 세 명 가운데 한 명은 수학에서 최상위권 성적을 거뒀다는 의미다. 혼란 겪는 상위권올해 고교 입학 직후인 3월에 시행된 전국연합학력평가에서는 사정이 크게 달랐다. 시험 범위가 중학교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90점 이상을 받은 학생 비율은 1.2%에 불과했다. 중학교에서 상위권을 차지했던 학생들이 불과 몇 달 사이 성적에서 큰 혼란을 겪고 있는 셈이다.세부 구간을 보면 격차는 더 뚜렷하다. 중학교 3학년 때 80점대 B등급 비율은 16.9%였으나, 고1 3월 전국연합학력평가에서는 3.5%로 떨어졌다. 80점 이상 비율이 누적으로 45.4%였던 것이 불과 몇 달 후 4.7%로 줄어든 것이다. 중학교 시절 절반 가까이가 80점 이상을 기록했지만, 고교 진학 후 같은 범위의 시험에서 극히 일부만 해당 점수를 받은 상황이다.더 나아가 중학교에서 90점 이상을 받은 학생 비율이 28.5%였던 것에 비해, 고1 전국연합학력평가에서 60점 이상을 기록한 학생 비율은 23.5%에 그쳤다. 즉, 중학교 시절 90점 이상 상위권에 속했던 학생 중 상당수가 고등학교 진학 후 60점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이는 상위권 학생 일부가 수학 포기자로 전락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지역별 격차도 크다. 지난해 전국 17개 시·도의 중학교 수학 A등급 비율은 최고 37.2%, 최저 22.0%로 15.2%포인트 차이가 났다. 2025학년도 수능 기준으로는 고3 학생의 수학 2등급 이내 비율이 지역별로 최고 13.5%, 최저 3.3%로 나타나 10.2%포인트의 차이가 벌어졌다. 중·고교 모두에서 지역 간 수학 성취도 격차가 심화되고 있는 셈이다.올해 고1 학생들이 치른 3월과 6월 전국연합학력평가의 원점수 평균을 보면 수학은 각각 44.6점, 41.9점으로 두 차례 모두 40점대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국어는 52.7점, 48.7점, 영어는 55.8점, 61.0점으로 나타나, 수학의 성적이 다른 주요 과목에 비해 두드러지게 낮았다.현재 고1 학생들은 2028학년도 대입 개편의 첫 대상 학년이다. 이번 개편에서 가장 큰 변화는 수능 수학 과목이다. 지금까지 유지돼온 문·이과 구분이 사실상 사라지면서 출제 방식이 완전히 달라진다. 기존에는 ‘가형(이과)’과 ‘나형(문과)’으로 구분돼 있었고, 2022학년도부터는 문·이과 통합 선택형으로 바뀌어 문과는 확률과 통계, 이과는 미적분·기하를 주로 선택했다. 그러나 2028학년도 수능부터는 수학이 단일 유형으로 출제된다. 문과와 이과 학생이 동일한 시험지를 풀고 같은 상대평가 체계 안에서 순위를 매기게 되는 것이다. 사라진 문·이과 구분시험 범위에서도 변화가 크다. 문·이과 구분이 사라지면서 심화 과정이었던 미적분Ⅱ, 기하 단원이 제외된다. 결과적으로 수학 시험 범위는 문과 범위에 가깝게 좁혀지며, 수학이 하나의 시험지로 통합되는 것이 핵심이다.정부는 현재 AI 및 첨단학과 집중 육성 정책을 추진 중이다. 수학 과목은 이러한 정책과 밀접하게 연계돼 있으며, 향후 개편된 수능 체제에서도 필요한 인재를 길러낼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수험생 입장에서는 문·이과 구분이 없어지고 선택 폭이 넓어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 그러나 시험 범위 축소가 곧 부담 완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상대평가 체제에서 수학 시험이 지나치게 쉬워진다면 이과 학생들에게는 만점자가 속출하는 ‘물수능’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변별력 논란이 불가피하고, 결국 좁아진 시험범위에서 문제 난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대학 입시에서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수능 범위에서 제외된 심화 수학 과목의 이수 여부를 대학이 반영할 수도 있지만, 이미 내신 경쟁에서 밀린 학생들은 동기부여가 약화될 수 있다. 이는 주요 대학 진학을 노리는 학생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결과적으로 AI·첨단학과 등 미래 핵심 산업을 이끌어갈 인재 양성과 수학교육의 방향성이 엇갈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험범위 축소에도 불구하고 수학은 여전히 어렵게 출제될 수 있으며, 이는 학생들에게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입시적 관점에서 바라봤을 때, AI와 첨단학과 육성정책이 국가적 과제로 추진되는 상황에서, 수학 교육의 변화를 대학과 산업계, 교육계가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2025.09.0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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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엔드 vs 가성비”…카페 창업자 위한 에스프레소 머신 선택법 [심재범의 커피이야기]

전문가 칼럼

작년 한 해 동안 5444개의 카페가 새로 문을 열었고, 1만2242개 매장이 문을 닫았다. 하루 평균 34곳의 카페가 폐업한 셈이다. 한국 카페의 평균 수명은 2.9년에 불과하다. 창업 수의 두 배가 넘는 매장이 매년 사라지고, 상당수는 3년을 채 버티지 못한다.한동안 카페 창업은 직장인의 로망으로 여겨졌다. 현실에서는 치열한 생존 경쟁과 고단한 노동, 불안정한 수익 구조가 기다린다. 카페 창업 시 프랜차이즈 방식이 가장 쉽고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높은 가맹비와 유지비 탓에 독립 매장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카페 창업을 준비하는 초보 사업자가 흔히 하는 고민 중 하나는 ‘어떤 에스프레소 머신을 쓸 것인지’다. 스타벅스가 이끈 ‘라마르조코’의 성장1930년대 지오바니 가찌아가 에스프레소 머신을 개발하고, 1980년대 스타벅스가 에스프레소 기반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의 시대를 연 뒤 황금빛 크레마를 만드는 에스프레소 머신은 커피 산업의 중요한 축이 됐다. 가찌아 이후 다양한 에스프레소 머신이 시장에 자리를 잡았지만,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시작한 ‘라마르조코’(La Marzocco)가 자타공인 하이엔드 머신의 대명사가 됐다.라마르조코의 특징은 ▲정밀한 온도 제어 ▲유량 제어 ▲안정적인 추출 압력과 같은 섬세한 기술과 ▲리네아 ▲GB5 ▲스트라다 등 다양한 모델의 아름다운 디자인이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는 점이다. 성능과 디자인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라마르조코는 1980년대 이후 빠르게 성장한 스타벅스와 궤를 같이했다. 프랜차이즈 커피 산업을 발전시킨 스타벅스는 확장 과정에서 라마르조코의 대표 모델 ‘리네아 클래식’(Linea Classic)을 대량 도입했고, 수천 개 매장에 공급되면서 라마르조코가 고급화와 기능성의 상징적인 머신이 됐다. 스타벅스가 자동 머신으로 전환한 뒤 스페셜티 커피 산업의 확장 과정에서도 라마르조코는 브랜딩의 상징으로 남았다.라마르조코의 급격한 성장 이후 독립 보일러 시스템과 정밀 온도 보정으로 추출 변수를 안정적으로 제어하는 ‘시네소’(Synesso), 저유량 프리인퓨전과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바리스타의 퍼포먼스를 극대화하는 ‘슬레이어’(Slayer)가 더해지면서 하이엔드 에스프레소 머신은 스페셜티 커피 산업 전반으로 확장됐다. 라마르조코를 포함한 하이엔드 머신의 가격은 2000만원 이상으로 초기 창업자가 접근하기 쉽지 않지만, 중고 시장이 비교적 잘 갖춰져 있다.라마르조코를 포함한 하이엔드 머신 외에도 ▲시모넬리 ▲란실리오 ▲페이마 등 메인스트림 브랜드는 이탈리아를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상업용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자리 잡아 왔다. 한국 시장에서는 최근 들어 ‘씨메’(CIME)가 가성비의 대표 주자로 주목을 받고 있다. 롬바르디아에서 출발한 씨메는 멀티보일러와 고출력 모터를 강점으로 내세우며 가격 대비 만족스러운 품질을 제공한다. 최저 가격은 600만원대부터 시작한다. 내구성과 소모품 관리 측면에서 아쉬움이 있지만, 하이엔드 머신의 절반 이하 가격으로 공급되면서 초보 창업자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가성비의 범주에서 조금 벗어나지만 반자동 머신 가운데 독특한 추출 헤드를 통해 탄탄한 질감의 에스프레소를 구현하는 ‘페이마’(Faema), 바리스타 챔피언으로 커피 템플 김사홍 바리스타와 오랫동안 협업한 ‘달라코르테’(Dalla Corte) 역시 메인스트림 브랜드 중에서 품질 대비 합리적인 선택지로 평가받는다. ‘가성비’로 주목받는 국산·전자동 머신 이탈리아 에스프레소 머신이 주도하는 한국 커피 산업에서 최근 들어 한국형 머신이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스페셜티 커피 전문가 방정호가 설립한 ‘비다스 테크’(Vidas Tech)다. 비다스는 언더바 머신부터 최신 3그룹 하이엔드 모델까지 라인업을 갖췄으며, ▲유량 변화 제어 ▲자동 세정 ▲안정적인 보일러 ▲직관적인 조작계 등 다양한 기능으로 스페셜티 업계 전문가에게 주목받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 스페셜티커피협회(SCAJ) 컨벤션에 한국을 대표해 초청되며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았다. 비다스 머신 가격은 1000만원 초반대부터 형성됐다. ‘엘로치오’(Eleochio)는 준상업용 머신에서 출발했으나 최근 소형 카페에서의 활용도가 높아지는 모습이다. 가격대는 600만원부터 시작하고, 1인 카페나 디저트 매장에 적합하다. 단순한 구조와 합리적인 가격 덕분에 국산 머신의 저변을 넓히는 역할을 한다. 엘로치오가 국산 머신의 보급형이라면, 비다스는 프리미엄 영역에서 한국형 머신의 위상을 끌어 올리고 있다. 스타벅스가 전자동 머신을 도입한 후 할리스, 엔제리너스와 같은 프랜차이즈 업체가 뒤를 따르고 있다. 전자동 머신은 고품질 추출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 아쉽지만, 숙련되지 않은 파트타이머가 많은 매장에서 일정한 품질을 보장한다는 장점이 있다. 스타벅스가 사용하는 ‘마스트레나’(Mastrena), 독일 주방 가전업체의 ‘WMF’, 스위스의 전자동 머신 ‘유라’(Jura)등이 대외적으로 널리 알려진 전자동 머신이다. 상업용 전자동 머신의 가격은 평균적으로 2000만원 이상이다.국산 머신의 품질이 빠르게 향상되는 가운데 메인스트림 브랜드의 가성비 모델은 창업자의 가격 부담을 완화하는 대안이 되고 있다. 전자동 머신까지 시장에 안착하면서 비싼 머신이 최선이라는 공식은 더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 매장의 지향점과 정체성 기반해 어떤 경험을 전달하고자 하는지에 맞춰 브랜딩 전략에 기초한 에스프레소 머신을 선택하기를 추천한다.

2025.09.0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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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엔 상상도 못했을 일”...대한민국 요리 명장도 놀랐다 [소스, 국내 넘어 해외로]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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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엔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박효남 대한민국 요리 명장(세종사이버대 조리·서비스경영학과 교수 겸 한국소스학회장)은 와의 인터뷰에서 국내를 넘어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는 K-소스에 대해 이처럼 평가했다.박 명장은 40년 이상의 경력을 자랑하는 요리 전문가다. 그는 지난 2014년 대한민국 요리 명장에 선정됐다. 2015년부터는 세종사이버대 호텔관광경영학부 조리산업경영학과 교수 겸 세종호텔 총주방장 등으로 활동 중이다. 지난해엔 한국소스학회 제2대 회장으로 취임하기도 했다.K소스, 전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다K-소스의 위상이 달라졌다. 한국인의 밥상을 넘어 세계인의 식탁에 오르내리고 있다. 미국의 영화배우 기네스 팰트로(Gwyneth Paltrow)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고추장·간장·참기름 등을 활용해 만든 요리를 소개하며 “살짝 매콤하고 풍부한 맛까지 갖췄다”고 평가했다. 영국의 유명 요리 연구가 나이젤라 로슨(Nigella Lawson)은 파스타에 고추장을 넣는 레시피 등을 수차례 공유해 왔다.박 명장은 “맛에 대한 사람들의 호기심이 한국 소스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이어지는 것 같다”며 “가정간편식(HMR)이 활성화된 요즘이지만 개인별 선호도에 따라 또 다른 소스류를 추가로 첨부하는 등 조리·섭취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그러면서 “소스는 음식의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한국 소스는 단순한 외국 소스와 달리 발효 과정 등을 거쳐 좀더 다양하고 깊은 맛을 낸다. 이런 측면에서 활용도가 더 높다”고 덧붙였다.물론 K-소스가 외국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문화’다. 최근 아이돌 가수를 추종하는 K-팝 문화와 영화·드라마 등 K-콘텐츠 등이 전 세계로 급격하게 확산하는 추세다. 이 여파로 한국과 관련된 모든 콘텐츠·제품 등이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박 명장은 “물론 지금과 같은 K-열풍의 중심엔 한국의 음악·영상 등 콘텐츠 효과가 있다”며 “최근엔 케데헌(케이팝 데몬 헌터스)이 인기를 끌면서 K-푸드·소스 등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케데헌엔 라면·매운맛 소스 등 한국 관련 제품들이 대거 등장한다.다만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뛰어온 사람들의 노력도 무시할 수 없다고 했다. 박 명장은 “현재의 K-푸드, 소스에 대한 인기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한국의 전통 문화 역시 K-열풍의 밑거름이 됐다. 이런 기반이 있었기에 지금의 성과가 가능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될 정도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국가 차원의 노력도 병행돼 왔다. 정부는 지난 2008년부터 한식 세계화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다. 이를 통해 한식 표준 레시피, 전통 발효식품의 과학적 연구 등을 지원해 왔다. 요리 전문가들은 미국·유럽 등 다양한 국가에서 K-푸드·소스 등을 알리는 역할을 했다. “K열풍 쉽게 끝나지 않아”…지속 가능성 위한 요소는K-소스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현지화’라고 박 명장은 강조했다. 그는 “고추장, 된장 등은 정말 좋은 소스인데 외국인들에게 먹어보라고 하면 선뜻 먹지 못한다”며 “우리 전통 소스를 외국인들도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이어 “지금보다 경쟁력을 키우려면 우리의 것(원재료 등)을 기반으로 제조하면서 현지 최적화를 위한 요소들을 적절히 첨부해 프리미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건강한 소스’라는 이미지를 적극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는 게 박 명장의 생각이다. 최근 미국·유럽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헬스앤드웰니스(Health & Wellness) 관련 관심이 높은 편이다. 그는 “강렬한 매운맛이나 단짠(달콤하면서 짠맛) 등에 집중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며 “한국 전통 방식으로 발효 과정 등을 거쳐 완성되는 소스 본연의 가치와 건강한 이미지를 글로벌 시장에 전달하는 것이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박 명장은 국제 표준화, 인재 양성도 K-소스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산업계와 학계 등이 지속적으로 R&D(연구개발)에 협력하면서 소스 레시피에 대한 국제 표준화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며 “지금은 고추장이나 된장 등의 레시피가 제각각인데 이를 표준화하면 제품 간 격차도 줄어드는 등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지금의 K-열풍이 반짝하고 끝날 것은 아니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이런 분위기를 이어가려면 효과적인 글로벌 마케팅, 유통도 중요하지만 관련 인재의 양성 또한 중요하다”고 덧붙였다.한국소스학회에서는 인재 양성의 일환으로 소스 자격증을 발급하고 있다. 박 명장은 “방송사와 함께 관련 종사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자격증 제도를 만들었다”며 “자격증 취득을 통해 소스 전문가로 활동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박 명장은 K-소스라는 이름에 걸맞게 국산 원재료를 사용하는 비중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그는 “음식과 소스 모두 원재료의 중요성에 대해서 항상 강조하고 있다”며 “개인적으로 한국 땅을 달다고 표현하는데, 그만큼 국산 농산물의 품질이 좋다. 제조사들이 수출하는 K-소스에 수입산이 아닌 국산 원재료의 비중이 계속 확대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이 부분도 지속 가능성을 위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5.09.0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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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단계 하청의 이중 착취, 죽음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대신경제연구소 ESG인사이트]

산업 일반

산업현장의 죽음이 멈추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재해조사 대상 사고사망자 통계에 따르면 산업재해 사망자는 ▲2022년 644명 ▲2023년 598명 ▲2024년 589명으로 집계됐고, 동기간 사망사고 건수 역시 감소하고 있다.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란 사업주의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조치 의무 위반으로 발생한 산업재해 사망사고를 의미한다.산재 사망 줄었지만…소규모·하청 현장은 여전히 사각지대 해당 수치만 보면 산업재해가 감소하고 있다고 안도하게 된다. 하지만 최근 3년간 50인 미만 사업장에서의 사망자 수는 전체 사망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2024년만 해도 사망자 589명 중 339명이 소규모 하청 및 재하청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그 중 152명은 5인 미만 초소형 사업장에서의 사고였다. 올해 상반기 산재 사망은 지난해 동기에 비해 소폭 감소했지만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크게 늘었다. 하청 노동자들이 ‘떨어짐·깔림·부딪힘’ 등으로 하루가 멀다 하고 사망했다. 이 배경에는 뿌리 깊은 다단계 하청 구조가 자리잡고 있다. 많은 현장, 특히 건설·조선·제조업의 경우 원청에서 1·2·3차 하청으로 이어지는 다단계 구조가 ‘위험의 외주화’를 양산해 반복적으로 대형 참사가 터지고 있다. 이는 ‘사고’라기보다는 구조적인 문제다. 고위험 작업을 하청업체에 맡기면서 원청의 관리와 책임은 소홀해진다. 고용은 불안정하고, 가장 위험한 작업에 집중 투입됨에도 원청이 지급한 대금은 하청에 재하청으로 내려오면서 쪼개져 근로자가 손에 쥐는 임금은 원청이 지급한 금액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러한 현상은 파견뿐 아니라 사내하청·도급·용역 등 간접고용 전반에서 발생하고 있다. 거기에 하청업체는 인건비와 납기 압박에 안전 투자를 소홀히 한다. 실제 사례를 보자. 올해 6월, 7년 전 김용균씨가 사망한 태안화력발전소에서 28년 베테랑 기술자가 기계 끼임 사고로 사망했다. 비정규직이 2년 이상 근무할 경우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야 하기에 같은 발전소에서 같은 일을 하면서도 회사 명의가 매년 바뀌는 ‘쪼개기 계약’이 일상화됐다. 재하청 업체 노동자였던 그는 밤 10시 이후, 심지어 자정 넘어서까지 작업 지시를 받았다. 당진 대한전선 공장에서는 하청업체 소속 40대 노동자가 떨어진 작업대에 깔려 숨졌다. 그의 업무는 납기마다 달라졌다.7월에는 구미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베트남 출신 20대 노동자가 폭염에 체온 40도가 넘는 상태로 숨졌다. 한국인 노동자들은 조기 출근하여 1시에 퇴근했지만 외국인 일용직 하청 노동자였던 사망자는 폭염 속에서 작업을 계속했다. 올해 상반기에만 세 차례 사망사고가 발생해 고용부의 특별 감독을 받았던 포스코이앤씨에서는 7월에도 사망사고가 이어졌고, 대부분은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였다. 제도 부족·현장 근로자 안이한 시각 문제법제도 역시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는 도급인(원청) 사업장에서 관계수급인(하청업체 등) 근로자가 작업하는 경우 원청은 물론 하청업체 근로자의 산재를 예방하기 위해 원청이 안전 및 보건 시설의 설치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함을 규정하고 있다. 동법에 따라 ‘도급인이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안전조치·보건조치를 해야 하는 경우는 근로자 파견의 징표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법원과 고용노동부의 입장이다. 그럼에도 현장에서는 ‘불법파견’ 판정 논란 등으로 원청의 감독이 소극적으로 이뤄진다. 임금 착취 구조와 관련해서는 지난 2019년 건설 공공부문에 공공발주자가 임금 및 하도급 대금 등을 직접 지급하는 ‘임금 직접 지급제’가 도입됐으나 전반적인 산업현장에서의 전면 도입은 요원하다. 또 중대재해처벌법이 2024년부터 5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됐지만 하청업체들의 안전비용 투자나 인력 충원은 언감생심이다. 제도 이행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것이다.물론 현장 근로자들의 안이한 시각에도 일부 원인이 있을 수 있다. 현장에 방문해 가장 기본적인 안전수칙 중의 하나인 지게차 작업 시 안전모 착용을 권하면, 현장 근로자들은 “개활지에서는 법적 의무가 아니잖아요”라고 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지침상으로는 그렇죠. 근데 안전벨트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코너 돌다가 넘어져서 지게차에서 튕겨 나가 떨어지면요? 매년 지게차 사고로 1000명 이상이 다치거나 죽고 있는데 선생님이 거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나요?”라고 다소 강하게 말하면 그렇게나 사고가 많이 일어나냐며 놀라곤 한다. 공장 출입구에 긴 파이프 더미가 적재돼 있어 지적하면, 현장 근로자에게선 “잠깐 놓은 것 뿐”이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화재 등 비상시 탈출에 방해가 될 것은 자명하다. 하지만 이러한 안이한 인식도 결국은 잘 정비된 제도와 강화된 관리·감독 및 교육훈련을 통해 바꿔 나가야 할 부분이다.결국 다단계 하청의 이중 착취 구조가 지속되고 원청의 관리·감독이 소홀하며, 정부가 법제도를 정비하고 적극 대처하지 않는 한 산업현장의 죽음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바꾸려면 원청의 책임 강화, 하청 단계 제한과 적정 이윤 보장, 실질적 안전비용 지원, 원청이 적극적으로 사업장 내의 유해·위험요인을 파악하고 해소하는 방향으로의 법제도 정비와 강력한 시행 등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오늘도 또다른 노동자가 영영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2025.09.0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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