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를 무력화시키려는 트럼프 신임 정부의 기막힌 계획을 조목조목 따져본다 캘리포니아 주 쿠퍼티노의 애플 캠퍼스를 찾은 관광객. 트럼프 정부는 IT 산업을 좋아하지 않는다.미국을 망치는 법. 권력 잡은 트럼프 정권을 위한 실천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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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술 산업의 기를 꺾어라
워싱턴 D.C.를 장악한 도널드 트럼프 신임 정권은 잘난 체하는 젊은 디지털 기술광들을 더는 못 봐주겠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카페인 힘으로 밤샘하며 일주일 만에 그림문자 기반의 챗봇 음식주문 앱을 만들어 10억 달러에 판매하는 그 잘난 친구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주려고 벼른다. 지난 20년 동안 미국 기술산업은 놀라운 힘으로 세계를 휩쓸었다. 구글과 페이스북, 아마존, 클라우드 컴퓨팅, 오큘러스 리프트 가상현실(VR) 고글을 만든 것은 중국이나 러시아가 아니라 미국이었다. 지금 IT산업은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7%를 차지하며 그 과실의 대부분은 동부와 서부 해안 지역으로, 약간은 텍사스 주 오스틴으로 흘러 들어가지만 중부 캔자스 주에는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 그것이 IT업계를 응징해야 할 첫 번째 이유다.
트럼프 신임 대통령은 맥북(애플 노트북)이나 웨이즈(SNS 기반 길 안내 서비스 앱), 벤모(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사용한 적이 없다. 따라서 그런 앱은 미국에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게 그들을 억눌러야 하는 두 번째 이유다.
여론조사기관 퓨 리서치 센터에 따르면 1995~2005년 생겨난 모든 IT 업체 중 약 4분의 1은 이민자들이 세웠다. 그 비율이 지금은 더 높아졌을 게 분명하다. 그들을 탄압해야 할 세 번째 이유다.
그렇다면 IT 산업을 어떻게 길들여야 할까?
우선 이민자 유입을 막아야 미국인이 IT 업체를 설립할 여지가 커진다. 당연한 일 아닌가? 인도나 아일랜드, 이스라엘에서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 왜 미국에 와서 IT 업체를 설립하게 두는가? 자기 나라에서 회사를 차리게 하라.
트럼프 정부는 IT 업체가 미국에서 제조업 일자리를 늘리도록 강요하고 싶어 한다. 그래야 제품 가격이 더 비싸고 경쟁력이 약화된다. 애플은 중국 공장에서 아이폰을 만드는데 그곳 근로자들은 공장 옥상에서 투신 자살한다. 슬픈 일 아닌가?
시장조사업체 스트라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아이폰은 전 세계 스마트폰 매출의 12%를 차지할 뿐이지만 이익에선 90%를 가져간다. 왜 애플이 그렇게 많은 이익을 올려야 하나? 아이폰을 미국 공장에서 만들어 비용이 더 많이 들면 삼성 같은 다른 기업이 애플의 이익 중 일부를 가져갈 수 있지 않은가(너무도 많은 미국인이 삼성 폰을 갖고 있어 신임 정부는 삼성이 미국 회사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마지막으로 트럼프 정권은 우쭐해하는 IT업체를 향해 닥치는 대로 위협을 가함으로써 그들이 계속 정부의 속셈을 추측하게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테러범의 아이폰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보안 잠금과 암호화를 풀어주라는 법원의 명령을 애플이 기업철학을 들어 단호히 거부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애플 보이콧’을 위협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CEO가 진보파에 편향된 ‘가짜 뉴스’를 보도하는 워싱턴포스트 신문을 소유한다며 “심각한 아마존은 반독점 문제가 있다”고 협박했다. IT 업체 경영진이 ‘혁신’에만 몰두하지 말고 가끔씩은 떨어지는 주가를 떠받치려고 발버둥치는 것도 그들의 건강에 좋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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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신재생 에너지를 묵살하라
최근 중국은 2020년까지 태양이나 바람을 이용하는 대체 에너지 개발에 36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은 기후변화 문제를 극복하고 세계가 석유로부터 탈피하면 자국에도 큰 기회가 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의 일부 지역에선 태양 에너지가 어떤 다른 에너지원보다 더 싸다. 월마트와 구글 같은 기업은 100% 신재생 에너지 사용을 추진한다. 자산관리업체 RBC 웰스 매니지먼트의 토머스 밴 디크 상무는 “경제 논리로 볼 때 태양력이나 풍력, 배터리로 에너지가 옮겨가는 추세를 되돌리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신임 정부의 귀에는 그런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그들에겐 태양력이나 풍력보다 석유와 석탄이 훨씬 낫고, 지구온난화는 전부 헛소리일 뿐이다. 탄소를 태우는 게 무슨 문제가 되느냐고 그들은 반문한다. 렉스 틸러슨을 국무장관으로, 릭 페리를 에너지장관으로 지명한 게 기막힌 발상인 이유다. 미국 석유기업 엑손모빌의 CEO 출신이자 미국석유협회 회장인 틸러슨은 미국을 위해 더 나은 석유 거래 협상을 벌일 수 있을 것이다. 또 페리 에너지장관 내정자는 에너지부 폐지를 주장해 온 인물(2012년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쓸모없는 정부 부처 3개를 없애겠다”고 했는데 그중 하나가 에너지부였다)로 텍사스 주지사 시절 화석연료 사용 제한 규제를 없앴으며, 에너지 산업의 걸림돌인 환경 규제를 푸는 데는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은 탄소 없인 안 된다고 트럼프 정부는 생각한다. 트럼프 정부는 신세대가 혁신의 미래가 아니라 과거로 회귀하길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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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건강보험을 무너뜨려라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는 ‘오바마케어’(전 국민의 건강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의료보험 혜택 및 지원을 제공하는 건강보험개혁법)를 죽이고 있다. 그에 따라 2000만 명이 건강보험을 잃고 관련 법이 개정될 예정이다. 그러면서 첨단 기술에 의해 개혁되기 직전에 있던 3조2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의료산업이 큰 혼란에 빠질 전망이다.
컬러 지노믹스나 카운실 같은 벤처 기업들이 개인의 유전체 분석 비용을 몇 백 달러로 낮춘다. 곧 모두가 암이나 다른 질병의 사전 예방에 도움이 되는 유전자 검사를 쉽게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또 새로운 인공지능(AI) 기술은 의사들이 수백만 쪽의 의학 논문을 뒤져 환자의 데이터와 일치하는 것을 찾아내 이전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진단하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 미국 기업들이 그런 기술 발전을 이끌 수 있다면 앞으로 한동안 경제를 이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시나리오가 새 정부를 혼미스럽게 만드는 듯하다. 트럼프 정권은 전통을 고수하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이다. 가정의는 환자가 많아 정신 못차리고, 환자는 대기실에서 오래된 잡지나 읽으며 반나절이나 기다리는 그 말도 안되는 상황 말이다.
오바마케어를 폐지한다는 것은 대학 학자금 부채에 짓눌리고 박봉에 시달리는 밀레니엄 세대가 건강보험에 들 수 없도록 만드는 정책을 채택한다는 뜻이다. 그들이 디지털 시대에 성장하고 세계를 감탄시킬 새로운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엄청난 세대라면 어떻게 될까? 미국의 새 정권은 그들이 건강하게 살고 싶다면 건강보험이 보장되지 않는 창업의 길을 포기하고 건강보험을 제공하는 기성업체에 취직하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혁신을 생각하지 말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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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러시아의 해킹을 무시하라
미국에선 경제부터 국방까지 모든 것이 IT를 바탕으로 돌아간다. 일과 생활, 상업, 오락, 정부 군사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온라인 가동률이 가장 높은 나라는 아마도 에스토니아(세계 최초로 인터넷 접속권을 인권으로 포함시켜 전국을 무료 와이파이존으로 만들었고 전 세계 어느 국가들보다 먼저 초등학생 코딩교육을 시작했으며 세계 최초로 선거에 전자투표를 도입한 나라) 다음으로 미국인 듯하다.
또 미국은 데이터를 활용하는 기술로 경쟁적 우위를 확보했다. 그러나 지금은 바로 그것이 미국의 아킬레스 건이 됐다. 이제 미국은 데이터 보안에 너무도 취약해졌다. 예를 들어 최근 식품의약국(FDA)은 의료기 제조업체 세인트주드 메디컬의 인공 심장 박동기 또는 제세동기에 해커가 침투할 경우 배터리를 소진하거나 잘못된 신호로 쇼크를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 해커가 미국인의 심장을 장악할 수 있다니!
만약 그렇다면 미국의 국가안보에 중대한 위협이 된다. 하지만 신임 트럼프 정권에선 러시아가 미국의 친구라서 그들이 미국의 데이터를 훔치거나 미국 시스템을 손상하지 않을 것이란다. 게다가 북한이나 이란 같은 나라의 해커들은 러시아 만큼 미국에 손해를 끼칠 정도로 똑똑하지 않다. 따라서 경계해야 할 데이터 보안 위협은 이제 없다. 미국인은 아무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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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자원을 도시에서 지방으로 옮겨라
미국의 도시엔 부자와 예술가, 다른 나라에서 태어난 이민자가 많다. 인구의 도시 집중화는 계속된다. 하루 15만 명이 도시로 이주한다. 미국 사상 최초로 시외 인구보다 도시 인구가 더 많다. 특히 미국 도시는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이 계속 몰려들면서 혁신적 사고를 꽃피울 수 있다. 과학 저술가 스티븐 존슨은 ‘탁월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오는가(Where Good ideas come from)’에서 바로 그런 현상을 탐구했다. 전문가들은 미래가 도시에서 만들어진다고 말한다.
그러나 미국의 새 정권은 ‘미래’를 원치 않는다. 그들은 ‘과거’를 약속함으로써 선거에서 이겼다. 따라서 미국 도시들은 참 안 됐다. 이번엔 지방이 도시의 엉덩이를 보란 듯이 제대로 걷어찼다. 이제 도시는 연방정부의 지원 없이 살아갈 방도를 모색해야 한다. 추가: 북한을 약올려 실리콘밸리에 핵폭탄을 쏘게 하라.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지도자를 향해 짧막한 트윗 몇 개만 날리면 그 목표는 충분히 달성할 수 있지 않을까?
-케빈 메이니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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