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韓, 인도주의 리더십의 중심으로 올라설 기회[순화동필]
- 국경없는의사회 “21대 대통령에게 바란다”
글로벌 보건 분야에 예산 확대 필요
소외 재난 지역 등 수요에 기반해 예산 배정·집행해야

[황지희 국경없는의사회 인도적지원 총괄 협력관] 국제 인도주의 무대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은 꾸준히 성장했다. 한국은 지난해부터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2023~2025년 글로벌 펀드(Global Fund)에 1억달러의 기여를 약속하는 등 국제 보건 협력에도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하지만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은 여전히 많다. 분쟁‧기후위기‧감염병 등의 문제가 심화하면서 전 세계 인도주의 현장은 더욱 어려워졌다. 또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원이 닿지 않는 소외된 지역과 위기는 더욱 늘고 있다. 수단은 장기화된 내전 속에 극심한 기근과 콜레라 대유행이 진행됐고 국제사회의 관심에서 멀어진 방글라데시 로힝야 난민캠프에서는 여전히 100만 명 이상의 과밀한 인구가 생활하고 있다.
한국의 인도적 지원이 단순한 지원을 넘어 국제사회에서 신뢰받는 리더십으로 이어져야 할 시점이다. 제21대 대통령은 보다 주도적이고 전략적인 인도적 지원 정책을 통해 한국 역할을 공고히 해야한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앞으로 선출될 대통령 후보에게 인도적 지원과 글로벌 보건 분야에 관한 5가지 정책 제안을 하려고 한다.
첫째, 인도적 지원 예산은 현장 수요에 기반해 유연하게 배정‧집행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로힝야 난민, 콩고민주공화국 내전과 같이 수많은 소외 재난이 전 세계적으로 지속되고 있다. 이처럼 만성화되고 지원이 턱없이 부족한 지역들에 인도적 지원 예산이 우선적으로 배정돼야 한다는 뜻이다. 예산 배정 시 현장에서의 실제 활동 여부와 인도적 영향력을 기준으로 지원 대상을 국제기구, 민간단체 등 다각적으로 선정해야 한다. 긴급한 상황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재정 집행 구조를 간소화하는 등 기민성을 높이는 제도적 개선도 필요하다.
둘째, 한국 정부는 특히 글로벌 보건 분야에 대한 예산을 확대해야 한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국제원조 중단과 유럽 및 서부권 국가들의 대외원조 축소에 따라 아시아 국가들의 글로벌 리더십에 대한 주목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한국은 바이오 및 AI 산업에서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는 만큼 글로벌 보건 분야에 이니셔티브를 갖고 나선다면 충분히 리더십을 확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글로벌펀드(Global Fund)나 세계백신면역연합(GAVI)와 같은 글로벌 보건 다자기구에 대한 공여액을 증가한다면 인도주의 위기 해소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글로벌 보건 분야에서의 한국의 영향력 또한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공정·독립·중립 원칙 기반한 전문 민간단체와 소통해야
셋째, 정부 부처와 전문 민간단체의 자유로운 상시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 공정성‧독립성‧중립성 원칙에 기반한 인도적 지원 전문 민간단체들은 인도적 현장에 대해 누구보다도 신속하고 객관적이며 공신력 있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이미 영국‧일본‧캐나다 등 여러 나라 외교부는 국경없는의사회와 같은 전문 민간단체와 정기적이고 상시적인 소통을 통해 인도적 지원 및 글로벌 보건 정책을 논의하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 또한 인도적 지원 전문 민간단체들과의 지속적이고 상시적인 정보 교환을 기반으로 보다 효과적이고 실질적인 인도적 지원 및 주요 외교 정책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넷째, 정부는 인도적 지원 민간 인력을 양성하고 현장 파견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제33차 국제개발협력위원회에서 의결된 ‘인도적지원 전략 개정안’을 보면 여섯번째 전략으로 ‘인도적 지원 분야 역량 강화’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여권법은 여행금지국 내 민간 기관 소속 인도주의 활동가 파견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이런 제한은 결국 민간 인력의 현장 근무 기회 축소와 더불어 장기적으론 민간 전문가 육성에 제약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현행 여행경보제도 개선을 통해 민간 인도적 활동가들에 대한 파견 기회를 보다 확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국은 소외열대질환(Neglected tropical disease‧NTD)에 대한 연구‧개발(R&D) 투자와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소외열대질환이라는 이름이 암시하듯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해 백신‧진단‧치료제 등이 없는 곳이 많다.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고통받고 있는 것이다. 매년 전 세계 20만여 명이 뎅기열‧뱀물림 사고‧리슈마편모충증‧노마병 등 NTD로 사망한다. 또 연간 10억명 이상이 NTD로 고통받고 있다.
인도주의적 이유뿐만 아니라 NTD에 대한 투자는 잠재적인 신흥 헬스케어 시장에 대한 진출로 이어질 수 있다. 기존의 감염병 대응 기술과도 기술적 연계성이 높아 관련 산업의 역량 강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은 차기 글로벌 보건 리더로서 보건 공적개발원조(ODA) 프로그램에 NTD 관련 요소를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NTD 관련 치료제나 진단도구 연구개발을 주도해야 한다.
한국은 이미 인도적 지원과 글로벌 보건 분야에서 의미 있는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국제사회는 한국의 더 큰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단순한 공여국을 넘어 글로벌 보건과 인도주의 리더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전환점이다. 이런 점에서 차기 대통령은 보다 주도적이고 지속가능한 인도적 지원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국경없는의사회는 한국의 이러한 변화를 기대하며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함께 협력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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