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이슈
트럼프 스톰, 복합 위기 맞은 韓 경제 직격…슬기로운 ‘패키지 딜’ 필요
- [경제 대전환의 시대 K기업이 사는길]①
보호무역의 부활, 나라별 각자도생 위기 대응
컨트롤 타워 부재, 정치의 위기가 경제에도 영향
재산·세대·직종 등 동시에 몰리는 국내 갈등
하나씩 해결하기 보다 묶음 협상 통한 해결 모색 필요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시대, 세계 각국은 지금 스스로 자기 살길을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폭탄’을 던지며 보호무역의 드라이브를 건 이후 미국의 동맹이나 우방국이라는 관계의 두터움은 무의미하다고 할 만큼 얇아지고 있다. 많은 전문가는 “미국을 빼고는 아직 세계 무역 질서를 논하기는 이르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미국의 관세 정책이 어느 정도 정리되고 나면 이후에 다시 나라 간 협력 관계가 재편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복합적인 위기를 동시에 맞고 있다는 점이다. 수출 중심의 경제로 성장해 온 우리나라는 기업들이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전 세계로 제품과 서비스를 수출해 왔다. 그런데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각 나라들이 관세율을 인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면서 수출 정책에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12일부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 한 달 뒤인 4월 3일부터는 외국산 자동차에 대한 25%의 관세를 부과했다. 같은 달 5일부터는 10%의 기본 관세(보편 관세)도 발효했다. 현재 90일간 유예를 두기는 했지만, 한국에 대해 국가별 상호 관세 15%도 부과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저출생 고령화’ 현상은 우리 스스로를 안에서 약화하는 위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청년이 노동과 생산에 중심이 돼야 하는데 세계 최저 수준의 출생률로 청년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 지난 4월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인구 동향’에 따르면 합계출산율은 0.82명을 기록했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가임기간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뜻한다. 열 가구에서 태어나는 자녀 수가 여덟 명 안팎이라는 뜻인데, 이는 20~30년 뒤 청년 수가 지금의 절반 수준에 못 미칠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고도 성장기를 이끌었던 1950~1960년대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서 청년들은 급격히 늘어난 노인 인구 부양이라는 이중고를 겪어야 하는 상황도 직면하고 있다. 노동인구의 감소로 생산성은 떨어지고 국민연금 등 복지 지출이 늘어나는 상황은 정부의 재정 악화는 물론 세대 간 갈등으로 옮아가고 있다. 이런 위기의 무게감이 더 크게 다가오는 것은 해결책을 찾아야 할 컨트롤 타워가 없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2월 계엄, 탄핵으로 정치적 혼란을 겪었고 대통령 부재와 조기 대선을 앞두고 많은 문제에 대한 대응이 뒤로 미뤄지고 있다. 대통령 자리가 공석인 지금 우리 정부는 이주호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이끌고 있다. 이 대행은 국정 서열 4위인데, 교육부 장관이 대통령 권한 대행을 맡은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교육부 장관이 대통령 권한대행, 컨트롤 타워가 없다
이주호 권한대행은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사임하면서 2일 0시부터 대행직을 이어받았다. 이 권한대행은 5월 2일 “무거운 책무를 맡게 돼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대선을 한 달 앞둔 기간이기 때문에 공정한 선거관리에 중점을 두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가 경제적 불안을 넘어 사회적인 혼란까지 확산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5월 12일 미국과 중국이 손을 맞잡고 다소나마 국제적 경제 갈등을 봉합했다는 결과가 나온 이후에도 한국 증시는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미국과 중국은 상대국에 대한 관세를 145%에서 30%로, 125%에서 10%로 낮춘 뒤 90일간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고 같은 날 발표했다. 서로에 100% 넘는 보복관세를 매기며 대립하던 두 나라가 화해의 모습을 보이자 같은 날 뉴욕 주식시장은 환호했다. 다우지수는 2.81%, S&P500은 3.26%, 나스닥지수는 4.35% 오르며 장을 마감했다.
하지만 코스피는 미·중 협상의 긍정적인 분위기에도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13일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코스피는 전날보다 1.09포인트(0.04%) 오른 강보합 수준으로 마감했다. 전날 기대감이 먼저 반영되며 1.17% 오른 영향이 있었다는 해석도 있지만,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불안감이 주식시장을 억누르고 있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중 관세 협상은 예상보다 훨씬 즉각적이었다”면서도 “보호무역주의와 공급망 분리, 탈달러 등 우려 요인들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속도 조절이라고 봐야 한다”고 전했다.
실력이 기본…초격차 어렵다면 한 걸음 격차 유지 전략 필요
이런 상황을 우리는 어떻게 타개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독보적인 실력을 쌓는 게 우선이라고 말한다. 당장 해결 가능한 문제는 아니지만, 각자도생의 시대에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초격차를 통한 경쟁력 확보가 필수라는 것이다. 박양수 대한상공회의소 SGI 원장은 “단순 가격경쟁력이 아니라 기술력의 우위와 아이디어의 참신함, 트렌드를 만들 수 있는 혁신이 필요하다고” 했다. 과거 삼성전자가 반도체 후발주자에서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오르고, 최근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로 반도체 시장에서 왕좌를 탈환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초격차 전략이 주효했던 것과 연관 지을 수 있다.
이근 한국경제학회 회장도 “조선 산업에서 볼 수 있듯이 초격차를 유지하지 못하더라도 어느 정도 격차를 유지하는 전략은 필수”라고 말했다. 이 학회장은 “중국이 조선 분야에 기술력을 키우며 따라오고 있지만, 우리 기업들이 오랜 기간 잘 버티고 있다”며 “한발 앞서 나가는 기술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국과의 협상을 비롯해 저출산 고령화 같은 국내 문제는 ‘패키지 딜’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박양수 원장은 “밖으로는 알래스카 개발 투자, 조선 사업 협력 등 우리가 가진 장점을 이용해 우리가 미국에 가장 적절한 협력 파트너임을 강조하고, 상호 관세율 인하 등 부담을 덜어내는 협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안으로는 직무급제 전환이나 정년 연장, 국민연금 개혁 등 커다란 문제를 하나씩 해결하려면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집단의 반발로 진전하기 어렵다”며 “주요한 이슈에 해당하는 것들을 한꺼번에 모아 일부 정책에서 이익을 보면 다른 정책에서 양보하는 슬기로운 협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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