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 하나증권 팀장 "외국인 통합계좌 통해 글로벌 투자자 K증시로"
- [외국인 통합계좌 1호, 시장 흔드나]③
8년 만에 '외국인 통합계좌' 도입 눈앞…K-증시 체질 바꾸는 시험대
하나증권, 혁신금융서비스 선정…시범 운영 준비

[이코노미스트 정동진 기자]8년간 굳게 닫혀 있던 외국인 개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직접투자에 마침내 물꼬가 트였다. 하나증권이 지난 4월 금융위원회로부터 '외국인 통합계좌를 활용한 해외증권사 고객 대상 국내주식 거래'로 혁신금융서비스에 선정되면서, 2017년 제도 도입 후 사실상 사문화됐던 외국인 통합계좌 시스템의 도입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는 외국인 투자자 접근성 개선이라는 국내 자본시장의 숙원 과제를 푸는 첫걸음으로, 증시 활성화에 대한 기대를 한층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이 혁신의 중심에는 김철 하나증권 외국인투자솔루션팀 팀장이 있다. 그는 2007년 에셋플러스자산운용 상하이법인에서 중국 주식 리서처로 금융계에 입문한 이후 한국투자증권 해외투자영업부, NH투자증권 글로벌주식부 등에서 개인 투자자의 해외 직접투자 확대를 위해 힘써왔다. 2019년부터 하나증권에 합류해 외국인 투자자들의 직접 투자 니즈를 확인한 김 팀장은 외국인투자솔루션팀을 이끌며 통합계좌 시스템 구축을 진두지휘해 이번 성과를 거뒀다.
8년 만의 개문…외국인 통합계좌, 규제 넘어 첫발
김철 팀장이 외국인 통합계좌 제도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2014년 중국 시장의 대외 개방을 지켜보면서부터다. 그는 당시 “왜 한국에는 이런 제도가 없을까”라는 의문을 품고, 이후 국내 외국인통합계좌제도 도입 과정에 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다. 하지만 당시 국내 제도는 제약이 많아 실질적인 활용이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김 팀장은 "가장 큰 문제는 외국인 통합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 해외 증권사를 국내에 법인이 있는 곳으로 제한했던 것"이라며 "2017년 제도 도입 당시의 최종 투자자 즉시 보고 규정 또한 실무적으로 집행하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변화의 계기는 2023년 금융투자업 규정 개정이었다. 금융당국은 실시간 보고 의무를 월 1회로 완화하고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를 폐지하면서 통합계좌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규제 완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하나증권은 이러한 제도 개선 흐름에 발맞춰 홍콩 엠퍼러증권과의 협업을 진행하고, '외국인 통합계좌 기반 해외증권사 고객 국내주식 거래서비스'를 기획해 지난 4월 혁신금융서비스로 선정됐다.
김 팀장은 “외국인 통합계좌는 단순한 거래 편의 개선을 넘어, 글로벌 투자자들이 K-증시에 진입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다”며 “해외 개인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에 실질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목표로 준비해왔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직접투자 큰손 잡아라…K-증시 매력 어필
김철 팀장은 이번 외국인 통합계좌 시범 서비스가 단기적인 거래량 확대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방식에 구조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봤다. 그는 “리테일 투자자들이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에서 모바일 플랫폼을 활용한 직접투자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며 “해외 MZ세대 역시 직접투자를 선호하는 흐름이 뚜렷해, 한국 주식이 그들의 투자 선택지에 포함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처럼 리테일 비중이 높은 시장은 세계적으로 드물지만, 오히려 해외 리테일 입장에서는 차별화된 투자처로 느껴질 수 있다"고 국내 시장의 가능성을 짚었다. 또 "이미 대만, 싱가포르, 일본, 중동 등지에서는 K-콘텐츠, 반도체, 2차전지 등 특정 산업을 중심으로 한국 주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성공적인 안착까지는 과제가 남아 있다. 그는 “실시간 시세 데이터 비용이 홍콩 등 경쟁 시장보다 4~5배 높아 해외 증권사의 부담이 크다”며 “시장 활성화 초기에는 일정 기간 시세 비용을 면제하거나 유예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외국인 주주 효과' 기대…거래 활성화 넘어 K-증시 체질 개선 이끌까
김철 팀장은 외국인 통합계좌가 단순한 거래 편의성 개선을 넘어, 자본시장 전반의 신뢰 회복과 주주문화 성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외국인 개인 투자자들이 국내 상장사의 주주로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기업의 투자자 관계(IR) 전략이나 소통 방식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발전하는 등 시장 전반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변화를 이끌 동력으로 ‘팬심’을 지닌 해외 개인 투자자들을 꼽았다. “이들은 특정 K-콘텐츠나 한국 브랜드와 정서적으로 연결된 기업에 장기 투자하며, 기업과의 소통에도 적극적인 경향을 보인다”며 “이런 팬 기반 주주 참여는 상장사들의 IR 전략을 더욱 선진화하는 긍정적 자극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외국인 통합계좌를 통해, 그간 한국 증시에 접근이 어려웠던 새로운 유형의 투자자 유입도 가능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 팀장은 “일부 기업은 외국인 선호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더욱 주목받을 수 있다”며 “제도 도입 과정에서 KYC나 불공정거래에 대한 우려는 존재하지만, 시장과 함께 해법을 찾아간다면 외국인 통합계좌는 자본시장에 의미 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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