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수도권 공화국을 넘어서는 정책 틀이 필요하다[김현아의 시티라이프]
- [새 정부 주택·부동산 정책, 무엇을 바꿔야 할까]①
수도권 재개발·재건축, 쏠림 현상 가속화 우려
초고령사회 , 노인 주거 복지도 고려해야

[김현아 가천대 사회정책대학원 초빙교수·정책평가연구원 연구위원·전 국회의원] 2025년 치러진 조기대선은 그 어느때보다도 정책 경쟁이 실종된 선거였다. 후보들의 공약집 발표도 가장 늦었고, 주거·부동산 같은 민생 공약들은 토론회서조차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여전히 집은 누군가에게 평생을 바쳐야 겨우 얻는 안식처이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감히 넘볼 수 없는 높은 벽처럼 버겁기만 하다. 투기를 잡겠다는 정책은 수시로 바뀌고 복잡해져서 집 한 채를 사고파는 일이 누군가에게는 로또가 되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세금폭탄이 되는 현실이다. 하지만 각 후보들의 주택 부동산 공약 어디에도 이런 복잡한 현실을 풀어낼 해법은 찾아볼 수 없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이번 대선 후보들의 주거·부동산 공약 전반이 산발적이고 주거 취약계층 대책이 빠져 있다며 “내용이 부실하고 구체적이지 않다”고 혹평했다. 종합적인 주거 비전이 부족하고 지하방·옥탑방·고시원 등 최악의 주거환경에 대한 대책이 부재하다는 지적이었다. 재개발·재건축 완화 공약 역시 환영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늘어난 공사비나 초과이익환수제 등에 대한 대책은 없었다. 자칫 집값 상승과 투기를 부추겨 주거 약자를 내모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세부 대책 없는 공약, 방향 없는 정책 될까 걱정
이제 막 임기를 시작한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와 실천과제들은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새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평가하기는 시기상조다. 다만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는 않겠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는 유지하겠다”는 입장 정도만 언론 보도를 통해 확인될 뿐이다. 문재인 정부의 규제와 세금 위주의 정책과는 다른 접근 방식으로 읽힌다.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나라 부동산 정책에서 인구위기와 수도권 집중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큰 방향과 기조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인구와 수도권 집중 문제는 부동산 정책의 근본적인 틀을 재고하게 만드는 가장 시급한 배경이다. 이는 국가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핵심적인 도전 과제이기도 하다. 교육‧취업‧의료와 같은 필수 인프라가 수도권에, 특히 서울에 극도로 집중된 현상은 “결국 어떻게든 서울로 가야 한다”는 인식을 팽배하게 했다.
반면 지방은 인구 유출로 인해 지역 경제와 기반 시설이 축소되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서울의 집값 상승세가 여전히 나타나고 있는 배경도 이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광역급행철도(GTX) 노선 확충과 같은 교통망 개선 정책은 교통 여건 개선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동시에 수도권 외곽 거주자를 더욱 서울로 유인하는 ‘빨대 효과’를 낳아 결과적으로 수도권 1극 체제를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는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하기보다는 서울 생활권의 지리적 범위만 넓혀놓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정부의 각종 부동산 금융·조세 정책 역시 수도권의 똘똘한 한 채 수요를 부추기는 부작용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완화나 특별대출 정책들 역시 서울 등 집값 비싼 지역의 수요를 자극해 수도권 집중을 심화 시켰다는 분석이다.
주택공급정책도 문제가 있다. 지금까지는 재개발·재건축을 억제하면 신도시 개발을, 재개발 재건축을 활성화시키면 신도시 건설을 중단해 왔다. 그런데 지금까지 드러난 이재명 정부의 주택공급정책은 이 두가지를 병행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심지어 수도권 4기 신도시 건설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수도권 공급 확대의 함정, 균형발전은 포기하는 것인가
수도권에 신도시 건설과 재개발 재건축을 병행한다는 것은 지방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지방도시들은 인구 감소로 주택수요가 감소하면서 자산가치를 유지시키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인구 유출이 심한 지방 중소도시일수록 주택 노후화가 심하고, 빈집은 늘어나 주거환경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지방의 도로·철도·학교·병원 등 도시 인프라 시설은 기능을 유지하기 힘든 구조적 문제에 봉착하고 있다. 그런데도 계속 수도권에 집만 짓겠다는 것인가
고령화시대를 대비한 정책도 마찬가지이다. 65세 이상 인구가 드디어 1000만명을 돌파해 전체 국민의 5명 중 1명이 노인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정작 이번 대선에서는 이에 대한 참신한 정책들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고령자 친화 주택 공급” 등 기존 정책을 반복하는 수준에 그쳤을 뿐,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를 위한 주택 개조나 저소득 고령층 주거 지원 대책은 사실상 부재했다.
현재 민간에서 운영되는 시니어 주택들은 웬만한 중산층에게도 진입장벽이 높을 만큼 비용이 고가다. 대다수 노인에게는 ‘그림의 떡’인 상황이다. 정부 차원의 고령자용 공공임대 확대도 필요하지만 살던 집에서 익숙한 이웃, 동네와 함께 안전하게 나이들 수 있게 하는 고령자 주택 개보수 지원 정책이 더 시급하고 수혜 계층이 넓을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수도권에서 재개발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면서 동시에 신도시 개발까지 한다면 어떻게 될까, 용적률 상승에 의한 집값 상승, 고령자들의 추가부담금 지불능력 미비는 물론 수도권 집중은 더 심화되지 않을까? 일본의 신도시가 고령화로 유령도시로 전락한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인구 구조 변화를 도외시한 대규모 신도시 건설은 장기적으로 공실 위험과 도시 관리 비용만 키울 수 있다. GTX 중심 교통망 확충 정책도 교통 여건 개선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수도권으로의 더 빠른 접근이 가져올 부작용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수도권 1극 체제와 지역 간 불균형은 지금보다 더욱 심화될 것이다.
앞으로 드러나게 될 새 정부 부동산 정책의 구체적인 내용에는 위와 같은 고민에 대한 해법이 담겼으면 좋겠다. 수도권 위주의 주택공급 폭주를 경계하고, 사람이 떠나가는 지역에 사람이 돌아올 조건을 만드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재개발 재건축 역시 세입자와 고령자가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보완대책이 병행돼야 지속가능하다. 매번 뻔한 대책의 반복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부동산 정책의 대전환을 기대할 때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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