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위기를 넘어 미래로…대한민국 보험산업의 ‘리부트’ 전략
- [위기의 韓 보험]④
보험산업 취약성‧한계 드러나…환경 변화 속 생존 기반 위협
구조조정‧상품혁신 등 체질 개선 통한 소비자 신뢰 회복 절실

고금리 기조, 새 회계기준(IFRS17)의 도입, 인구구조 변화와 시장 포화까지. 보험사들은 복합적 환경 변화 속에서 생존 기반을 위협받고 있다. 단순한 연명에 그칠 것이 아니라 산업 전체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하는, 이른바 ‘리부트(Reboot)’ 전략이 시급하다.
부실 보험사‧관성적 포트폴리오 구조 정비해야
무엇보다 우선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자본 확충 없이 연명만 하는 보험사는 시장의 부담일 뿐이다. 부실 보험사는 과감히 정리하고,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시장을 재편해야 하고 시장에서의 그 역할을 정상화해야 한다. 이것이 일시적으로 고통스럽더라도, 장기적으로는 보험시장의 신뢰와 효율성을 회복하는 핵심 조건이다. 또한, 일부 보험사에 의존해 관성적으로 운영되어 온 포트폴리오 구조 역시 전면 개편이 요구된다.
금융당국은 사후 규제자의 지위에서 벗어나 위기 초기부터 조정자로서 선제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다. 보험사들은 이제야말로 자발적이고 선제적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야 한다. 전통적인 자동차보험, 정형화된 실손의료보험 중심에서 벗어나, 새로운 수요에 대응하는 방향으로 구조를 혁신할 필요가 있다. 자산운용 역량을 제고하고, 리스크 기반의 유연한 상품 라인을 확보하는 등 경영의 고도화 없이는 선진국형 보험시장으로 도약할 수 없다.
상품 혁신 또한 필수다. 고령화, 1인 가구 증가, 만성질환 확대 등 크고 작은 사회 변화는 보험의 역할을 전통적 위험보장에서 일상관리와 삶의 질 향상으로 확장시켰다. 고령화는 단순히 보험료 상승의 문제가 아니다. 치매, 간병, 만성질환 등 장기화되는 건강 문제는 노후생활의 리스크를 복합적으로 증폭시킨다.
1인 가구의 급증은 가족 기반의 보장체계를 전제한 기존 보험 모델에 근본적인 도전을 던지고 있다. 독거노인의 고독사 위험, 사회적 돌봄의 공백, 의료서비스의 단절 등은 보험사가 단순한 사고 보상자가 아닌 ‘삶의 동반자’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한 맞춤형 상품 개발, 예방과 사후관리까지 아우르는 플랫폼 보험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보험은 이제 단순한 위험 이전이 아닌,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토탈 헬스케어 서비스 플랫폼’으로 진화해야 한다. 예방–진단–치료–관리까지 전 주기를 아우르는 건강관리형 상품이 주류가 되어야 하며, 병원-약국-건강기기(또는 웨어러블기기)-모바일 앱 등과 연계된 통합형 서비스 모델이 필요하다. 예컨대, 만성질환자의 복약순응도 관리, 맞춤형 식단 코칭, 정신건강 앱 연동, 원격의료 컨설팅 등은 보험사에게 새로운 사회적 가치와 수익모델을 동시에 제시한다.
소비자 신뢰 회복, 보험산업 지속 가능성 좌우할 ‘열쇠‘
소비자 신뢰 회복 또한 지속 가능성의 핵심이다. 보험료 산정의 불투명성, 불완전판매, 과잉설계, 리베이트 중심 영업 관행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 이를 해결하려면 보험료 산정 기준의 표준화, 비교공시제도의 실효성 강화, 상품 설명의무 위반에 대한 실질적 제재가 필요하다. 설계사 자격 요건과 윤리 교육 강화, 내부통제 정비도 병행되어야 한다.
또한 정보 비대칭을 해소해 소비자가 능동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보험은 신뢰를 거래하는 계약인 만큼, 정보 접근성과 투명성이 핵심이다. 디지털 기반 통합 공시 플랫폼 도입이나 금융소비자보호법과의 실질적 연계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의 신뢰는 곧 보험산업의 생명줄이다.
보험의 사회적 기능을 확장할 신사업 진출도 필요하다. 헬스케어, 요양, 건강 모니터링 등 공공성과 수익성을 함께 갖춘 분야에서 민간 보험사의 역할이 더욱 요구되고 있다. 그러나 현행 보험업법은 보험사의 업무를 고유업무와 부수업무로 엄격히 구분하고, 부수업무의 범위를 좁게 해석하고 있어 혁신적 사업모델로의 전환을 구조적으로 제약한다.
특히 금산분리 원칙이 경직적으로 적용되면서 보험사가 전략적으로 투자하거나 플랫폼 기능을 수행하는 데도 한계가 크다. 이제는 부수업무의 정의와 범위를 실질적으로 재조정하고, 디지털 헬스케어, 장기요양, 정보기술 연계 서비스 등 융복합 영역에서의 진출을 제도적으로 인정해야 한다. 동시에 금산분리에 대한 유연한 예외 적용 또는 기능적 완화를 통해 보험사가 사회적 수요에 부응할 수 있도록 정책적 균형 감각이 요구된다.
금융당국, 과도한 개입 대신 혁신 조력자 돼야
마지막으로 금융당국의 역할 전환이 필요하다. 보험은 국민의 삶과 직결된 산업이다. 이러한 산업적 특성을 파악하여 금융당국의 과도한 개입은 자제하되, 산업이 자생적으로 혁신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을 조성하는 전략적 조력자가 되어야 한다. 스타트업과의 연계, 조기 인가, 유연한 규제 설계 등을 통해 민간 주도의 혁신을 촉진해야 한다. 감독당국은 시장을 통제하기보다는 방향성과 기준을 설계하는 이정표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
위기가 곧 기회다. 그러한 측면에서 지금이 보험산업 개혁의 결정적 시기다. 산업의 체질을 개선하고 국민 신뢰를 회복하며, 인구구조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면 이번 위기는 새로운 도약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정부, 기업, 소비자가 함께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한국외국어대에서 학·석사를 마치고 독일 만하임대학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매각소위 위원과 법령해석심의위원회 위원, 금융위 옴부즈만,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 조정위원과 제재심의위원회 위원, 한국소비자원 분쟁조정위원회 조정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금융 법률, 소비자 보호 분야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2020년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으로 선임됐으며, 당시 금감원 최초의 여성 부원장으로 주목받았다. 보험법과 관련된 연구논문을 다수 발표해 ‘보험법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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