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리쥬란으로 승승장구 파마리서치 인적분할…'승계 꼼수' 논란에 시장 분노
- 대주주 지배력 강화 위한 ‘정교한 승계 플랜’ 의혹
소수주주 반발...상법 개정안 역행 논란도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스킨부스터 제품 ‘리쥬란’으로 유명한 파마리서치가 발표한 인적분할 계획을 둘러싸고 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이번 지주사 전환 과정이 대주주의 상속세 절감과 지배력 강화를 위한 '승계 꼼수'라는 지적이 일며, ‘지배구조 리스크’ 논란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파마리서치는 지난 13일 기존 법인을 존속법인 ‘파마리서치홀딩스(가칭)’로 전환하고, 리쥬란 등 에스테틱 사업을 담당할 신설법인 ‘파마리서치(가칭)’를 분리하는 인적분할 계획을 발표했다.
문제는 지분 배정 비율이다. 자산을 기준으로 파마리서치홀딩스가 74.28%, 사업회사인 파마리서치가 25.72%의 지분을 받게 된다. 통상 인적분할에서 존속법인과 사업회사 비율이 5 대 5 수준에서 형성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분할 비율은 소액주주에게 불리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구체제으로 들여다보면 최근 사업연도 기준 지주회사의 매출은 32억원에 불과하지만, 신설법인은 3095억원으로 약 96배 차이가 난다. 실질적인 수익과 성장을 담당하는 신설 파마리서치(사업회사)의 비율이 현저히 낮고, 자회사 중복 상장과 지주사 특성상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은 파마리서치홀딩스(지주사) 주식을 대다수 보유하게 되는 구조인 것이다.
업계에서는 지주사 전환과 맞물린 이번 자산 배분 구조가 오너일가 승계를 위한 지배력 강화 수순으로 보고 있다.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 지주사 지분만으로 여러 자회사를 간접 지배할 수 있다. 지주사 하나만 상속하거나 증여해도 계열사 전체의 경영권을 효율적으로 승계할 수 있는 셈이다.
특히 파마리서치의 75대 25 인적분할이 단순한 분할이 아닌 정교하게 설계된 승계 전략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의도적으로 ‘지주사 디스카운트(할인)’를 유발해, 저가로 승계 받으려는 전략이라는 지적이다.
파마리서치 최대주주이자 창업자인 정상수 의장은 올 3월 말 기준 356만1663주(30.48%)를 보유했다. 최근 1년간 주가가 5배가량 뛰면서 상속세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반면 자녀인 정래승 이사는 1만주(0.09%), 정유진 이사는 1만71주(0.09%)만 보유 중이다. 승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현물출자·지주사 디스카운트 활용한 ‘승계 설계’
파마리서치홀딩스는 분할신설회사인 파마리서치의 재상장 이후, 해당 지분을 공개매수 방식으로 확보해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진행할 예정이다.
예상 시나리오대로 라면 이번 인적분할로 지배주주도 다른 주주들과 마찬가지로 지주회사 74.3%, 사업회사 25.7% 비율로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이후 지배주주가 자신의 사업회사 주식을 지주회사에 현물출자하고, 그 대가로 지주회사 주식을 추가로 취득한다. 최종적으로 ‘지배주주→지주회사→사업회사’의 지배구조를 완성할 수 있다.
이 구조를 활용하면 지배주주는 현물출자 과세 이연 특례를 통해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지배권을 강화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조세제한특례법상 ‘주식의 현물출자 등에 의한 지주회사의 설립 등에 대한 과세특례’ 제도는 대주주가 사업회사 주식을 지주회사에 현물출자할 때 양도소득세를 이연해주는 특례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인적분할을 두고 비판적인 시각이 이어졌다. 파마리서치 지분 약 1%를 보유한 기관 투자자인 머스트자산운용은 지난 16일 "파마리서치는 분할되는 두 회사의 신주인수권이 종전의 전체 주주에게 주어지는 인적분할을 택해, 자본시장에서 문제 됐던 물적분할과 다르다는 주장을 펴지만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인적분할 뒤 현물출자로 모회사·자회사를 모두 상장시키는 지배구조를 계획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머스트운용은 이어 "신주인수권 관련 차이점이 있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중복상장이며 본래 기업가치보다 할인돼 시장에서 거래될 수밖에 없다"며 "애초 지주회사가 필요했다면 100% 자회사로 물적분할을 하고 해당 자회사는 재상장을 안 했으면 됐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모회사의 대주주 지분율은 분할 전 현재의 약 30%에서 크게 증가하게 될 것”이라며 “이로 인해 ‘대주주가 회사를 지배하는 지배구조의 효율성이 좋아지는’ 변화라는 점과 ‘전체주주의 거버넌스는 안 좋아지는’ 변화라는 점이 충돌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맥쿼리증권은 ‘지배구조 문제가 성장을 압도하다’는 보고서를 내고 파마리서치 투자의견을 ‘언더퍼폼’(시장 수익률 하회)으로 하향 조정했으며, 목표주가도 53만원에서 36만원으로 대폭 낮췄다.
최준 맥쿼리증권 연구원은 “지배 주주에게만 유리한 불공정한 방안으로서 불공정한 분할 비율로 주주에게 가치 없는 껍데기 주식만 남긴다”며 “회사가 최대 주주인 정상수 이사회 의장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의장이 주식 교환을 통해 파마리서치홀딩스 과반수 지분을 확보하고, 분할 후 낮은 기준 가격으로 상속세 부담을 줄이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분할 구조는 이재명 정부가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의 취지와 정면충돌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쪼개기 상장 등 불공정 구조를 개혁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고 밝혀 왔다. 개정안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 이사의 충실의무 명문화 등과 함께 ‘인적분할 후 재상장 제한’을 포함하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파마리서치가 해당 법안이 시행되기 전에 구조를 선제적으로 단행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소액주주 주주행동 플랫폼 액트는 지난 17일 이번 분할이 형식은 인적분할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우회적 물적분할’이라고 지적했다. 액트는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 여부, 현물출자 거래의 공정성 여부, 이해상충의 구조적 문제 등을 법률 전문가들과 함께 면밀히 분석하고, 주주연대와 법적 검토를 통해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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