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일반
지방 건설사 산소호흡기 된 'CR리츠'…구조조정 역할 해낼까
- [악성 미분양의 늪]②
취득세 중과세율을 미적용·취득 후 5년 종합부동산세 합산도 제외
건설사, CR리츠에 자기 자금 넣고 악성 미분양 털어…시간 벌기 지적도
"생존 여력 있는 건설사에 기회 줘야" 의견도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이른바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증가로 건설사들이 휘청거리는 가운데 CR리츠가 주목받고 있다. CR리츠란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사들이는 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다. CR리츠가 자금을 모아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면 건설사는 현금을 확보해 경영난을 해소할 수 있고 리츠는 매입한 주택을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다 향후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면 매각해 차익을 남길 수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5월까지 말까지 CR리츠 3개가 신규 영업 등록을 신청했다. 이들 리츠는 각각 ▲경북 경주 163가구 ▲경남 양산 265가구 ▲대구 달서구 990가구의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 매입을 계획하고 있다. 대구에서 지난 4월 후분양으로 준공한 아파트 단지는 발코니 확장 등 옵션 항목을 무상으로 제공했지만, 찾는 사람이 없어 1년 넘게 방치됐는데, 전체 990가구를 CR리츠가 매입하기로 한 것이다.
건설업계에서는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는 듯 보이지만, 지방까지 불씨가 이어질 것으로 보지 않는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수요자들은 지방 집값이 오를 것이라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굳이 인기 없는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할 요인이 떨어지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분양 아파트 문제를 해결하려면 건설사가 분양가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내놔야 하는데 이럴 경우 건설사가 적자를 볼 수도 있다. 재무구조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CR리츠가 미분양 아파트를 주목하고 있다. 배경에는 정부의 지원이 자리한다. 정부는 CR리츠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각종 인센티브를 제시했다. 올해 말까지 지방에서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사들이는 CR리츠에 대해 취득세 중과세율을 적용하지 않고, 취득 후 5년간 종합부동산세 합산에서 제외해 주기로 했다. 내년 12월까지 취득한 주택만 현행 최대 12%인 취득세율을 1~3%(6억원 이하 주택은 1%)로 조정한다. 조달 금리 역시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모기지 보증 가입 수준으로 낮추고 보증 심사 기간도 2주 이내로 단축한다.
만약 CR리츠가 저렴한 가격에 미분양 주택을 매입해 임대 수익을 낼 수 있다면, 부동산 경기가 살아날 때까지 세금 부담을 덜어낸 상태에서 수익을 확보하며 기다릴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셈이다. 실제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부동산 시장이 가라앉자, CR리츠가 나서 2100가구를 매입했고, 2014년에도 500가구를 사들였다.
이번에도 지방 부동산 시장이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준공 후 미분양 문제가 심각해지자 정부는 CR리츠 도입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직접 매입, 3년간 준공 전 미분양 아파트 1만 가구를 환매 조건부로 매입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지역 건설사에 숨통을 틔워주면서 재정 건전성이 나쁜 회사가 퇴출당할 수 있는 시간을 벌겠다는 뜻이다.
최근에는 국토교통부가 ‘준공 전 미분양 주택’ 1만 가구에 대한 환매 조건부 매입 방안을 내놓으면서 건설사의 유동성 확보 해결책을 제시했다. 분양 보증에 가입하고 공정률 50%를 넘긴 지방 아파트를 대상으로 분양가의 50% 수준에 사들이면 건설사가 준공 후 1년 이내에 다시 환매하는 것이 핵심이다. 건설사에 되팔 때는 매입 가격에 이자 비용을 더한다. 시행 시기는 3년, 매입 규모는 연평균 3000가구로 정해졌다. 건설사가 정해진 기간에 환매하지 않으면 소유권은 HUG로 넘어가게 된다.
정부의 이런 조치는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 급증 문제가 커질 경우 경기 침체를 가속화 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됐다. 통계를 보면 4월 기준 전국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2만6422가구로 집계됐다. 이 중 82.9%인 2만1897가구가 지방에 몰려있다. 특히 ▲대구(3776가구) ▲경북(3308가구) ▲경남(3176가구)이 지방 물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CR리츠 “건설사 악용 우려” vs “살아날 기회 줘야”
일각에서는 재정건전성이 좋지 않은 일부 건설사들이 정부 지원을 수명 연장의 수단으로 악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CR리츠를 활용하면 저리로 융자를 받을 수 있는데, 이런 방법으로 유동성 위기라는 급한 불을 끌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대구 소재 중견 건설사인 우방은 CR리츠를 활용해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를 털어내는 데 성공했다. JB자산운용이 설립한 CR리츠는 467억원의 자금을 모집해 우방의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인 대구 수성구 수성레이크우방아이유쉘 288가구를 매입했는데, 이 자금의 100%를 우방이 낸 것으로 알려졌다.
우방이 시공한 아파트의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을 우방이 CR리츠를 통해 재매입하면서 자금의 상당 부분은 저금리 대출을 통해 해소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렇게 확보한 주택에 전세 세입자를 들이면 목돈을 확보할 수 있고, 월세를 계약하면 대출 금리를 조달할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몇 단계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건설사가 저금리 대출을 통해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만든 폭탄이 터지는 시간을 잠시 유보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다만 이런 방식이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해석도 있다. 악성 미분양 문제로 타격을 받는 곳은 대부분 지방 중소‧중견 건설사들인데, 이들이 유동성 문제를 동시에 겪으면 건설과 연관된 관계 산업과, 협력업체들이 줄줄이 도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일부 자금을 투입하거나, 저금리 자금을 빌려주면서 회생할 수 있는 건설사가 살아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도 충분히 검토해 볼 수 있다는 해석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사가 CR리츠를 활용해 미분양을 털어내려 해도 어느 정도 자금 여력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며 “경기 회복을 위해 회생 가능한 기업은 살아날 수 있는 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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