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일반
지방 미분양 아파트 사들인다…돈 풀기 나선 정부
- [악성 미분양의 늪]①
4월 기준 전국 준공 후 미분양 주택 2만6422
정부, LH 기존주택 매입 임대 예산 3000억원 활용 계획

[이코노미스트 원태영 기자]‘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후 미분양 물량이 연일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악성 미분양이 늘면 건설사가 재정난을 겪을 수 있고 경기 침체에 악영향을 끼치는 등 부작용이 우려되는데, 이를 막기 위해 정부가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미분양 물건을 직접 사들이기로 결정했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4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7793가구로 집계됐다. 이 중 지방 미분양 물량이 5만1888가구로 전체의 76.5%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후 미분양 물량이 지방을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다. 4월말 기준 전국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2만6422가구로 전월 대비 5.2% 증가했다.
악성 미분양 물량이 2만6000가구를 넘긴 것은 2013년 8월(2만6453가구) 이후 처음이다. 11년8개월 만에 최고 기록을 새로 쓴 셈이다.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의 82.9%는 지방(2만1897가구)에 쌓여 있다. 지방에서 다 짓고도 팔리지 않은 주택은 전월 대비 6.6%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악성 미분양 물량 2만6000가구 넘겨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지난 2월 ‘지역 건설경기 보완방안’을 발표했다.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지역 건설경기 보완방안’ 핵심은 철도지하화 등 인프라 개발사업과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조기집행, 미분양 매입 등을 통해 지방 부동산시장 회복을 앞당기는 것이다.
특히 건설경기 침체 원흉으로 꼽혀온 준공후 미분양의 경우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낮은 가격으로 매입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정부는 LH를 통해 3000호 수준의 미분양 아파트를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직접 매입하기로 했다. LH의 매입임대 예산 가운데 기존주택 매입 임대 예산 3000억원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사들인 미분양 주택은 ‘든든전세’에 활용할 예정이다. 든든전세는 세입자가 시세의 90% 수준 전세금으로 최소 6년간 살다가 분양받을지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 유형이다. LH는 글로벌 금융 위기 여파로 미분양 주택이 크게 늘어나자 2008∼2010년 7058가구를 매입했다. 당시에는 미분양 대부분을 분양가의 70% 이하에 사들였다.
정부는 비아파트에만 허용되는 ‘매입형 등록임대’를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85㎡ 이하)에도 허용할 계획이다. 매입형 등록임대는 현재 비아파트에만 적용하는데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하려면 민간임대주택법을 개정해야 한다. 준공 후 아파트를 분양받아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중과 배제 등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구입할 경우 디딤돌 대출 금리를 우대해주는 방안도 신설한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 6월 19일 국무회의를 통해 총 30조5000억원의 추경을 확정하고 이중 2조7000억원을 건설경기 활성화에 투입한다고 밝혔다. 핵심은 지방의 준공 전 미분양 아파트 1만가구를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해 매입하는 ‘미분양 안심환매’ 사업이다. 정부가 지방 미분양 주택을 분양가의 50% 수준으로 매입한 후 준공 후 매입 가격과 이자를 합한 가격으로 재매각하는 방식이다. 2028년까지 3년간 주택 1만가구를 매입하는 것이 목표다.
국토부 관계자는 “2008~2013년에도 대한주택보증(HUG 전신)이 1만9000호 미분양 주택을 환매조건부로 사들여 700호가량을 제외한 99% 이상이 환매됐다”며 “지방 미분양 적체를 해소하면서 사업자 자구노력도 유도하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미분양 매입 외에도 건설사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초기 토지 매입 비용을 낮은 금리로 빌려주는 등 금융지원책도 병행한다. 우수 개발사업장에는 공공이 선투자하는 ‘앵커리츠’ 제도를 도입, 1조원 규모의 리츠(부동산투자회사)를 조성해 브릿지론 단계부터 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번 대책은 서울 등 수도권 집값이 급등하는 반면, 지방은 미분양 적체와 건설사 자금난이 심화되는 양극화 현상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다만 미분양 주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전략 또한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수도권에서 미분양 주택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일률적인 대책을 적용하는 게 아니라 지역 시장의 구조적 요인과 정책적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접근이 필요한 상황이다.
고하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미분양 주택 해소를 위해 정부의 재정적 지원과 정책이 개입된다면 ‘지역별 특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며 “수도권의 이점을 받지 못하는 지역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고려하지 않고 ‘수도권’과 ‘지방’으로 단순히 이분법적으로 구분해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단기적인 대책만으로는 힘들어
미분양 주택의 근본적인 문제는 단기적인 대책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단기간 돈을 풀어 미분양 주택을 사들이면 일시적으로 해소할 수는 있지만, 이후 주택을 매수하려는 수요가 살아나지 않는다면 같은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지방의 위축된 수요 심리를 회복할 수 있는 장기적인 방안 마련 역시 필수적이다.
고하희 부연구위원은 “현재 우리나라의 주택보급률은 이미 높은 수준이며, 지방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100%를 초과한 상황이다. 이로 인해 실수요자를 대폭 늘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지방의 미분양 주택 문제는 단순한 공급 과잉뿐만 아니라, 해당 지역에 대한 주택 수요 자체가 부족하다는 점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 “지역별로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다르며, 수도권 이외의 지역에서는 향후 주택 가격의 상승 가능성을 낮게 전망하는 경향이 크다”며 “이에 따라 투자 수요가 제한적이며, 특히 다주택자 규제 등의 정책적 요인으로 인해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강화되면서 지방의 미분양 해소는 더욱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장기적인 해결책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인구 유입 촉진이 핵심이 돼야 한다. 지역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창출함해 주택 수요를 자연스럽게 증대시켜야 한다”며 “교통망 확충과 기반시설 개선을 통해 지방의 접근성을 높인다면 거주 수요도 점진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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