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고강도 대출 규제...금융권 '손쉬운 이자 장사' 위축되나
- [가계대출 빙하기]①
주담대 6억 제한, 3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
주 수입 가계대출인 인뱅 직격탄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정부가 전 금융권 가계대출 규모를 제한하면서 은행의 하반기 실적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시중 은행의 상당수는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처럼 개인 이용자를 대상으로 가계대출 상품을 운용하는데, 그 비중이 전체 대출의 50%에 육박한다. 여기서 나오는 이자 수익이 은행 곳간을 채우는 데 큰 역할을 한다. 그런데 가계 대출 규모가 축소되면, 은행의 수익도 함께 줄어들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 전 금융권의 가계대출 총량 목표를 당초 계획의 50% 수준으로 감축하기로 했다. 디딤돌과 보금자리론 등 정책대출도 연간 공급 계획보다 25% 줄인다.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연간 가계대출 증가 규모가 당초 예상치보다 최대 20조원가량 줄어들 수 있다. 신진창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지난 6월 27일 열린 간담회에서 “현재 금융권 가계대출 규모는 1800조원 정도”라며 “총량 목표를 50% 수준으로 줄이면 연간 기준으로 20조원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기에 7월부터 시행된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상환비율(DSR) 정책으로 개인이 받을 수 있는 대출 규모가 축소되면서 은행의 가계대출 상품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제도는 DSR 산정 시 일정 수준의 스트레스(가산) 금리를 부과하는 것이 핵심이다. 금리가 오르면 변동금리로 은행에 돈을 빌린 사람의 상환 부담이 커지는 것을 고려해 처음 대출을 진행할 때부터 미리 대출 한도를 축소하는 것이다.
7월 1일부터 DSR 3단계가 시행되면서 수도권 기준 스트레스 금리 1.50%포인트가 적용됐다. 연 소득 5000만원인 직장인이 변동형·30년 만기로 주담대를 받을 때 대출한도가 기존 3억원에서 2억9000만원으로 1000만원 줄어든다.
은행은 대출이 줄면서 이자 수익이 함께 감소하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처지가 됐다. 문제는 은행들이 실적 감소를 피하기 위한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기업을 대상으로 한 대출을 늘리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대안으로 거론되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방 A 은행의 한 영업 담당자는 “기업을 대상으로 대출 영업을 해보면 경기가 얼어붙고 정부 정책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대출을 받아 투자하기보다 일단 기다려보자고 말씀하는 사장님들이 많다”고 말했다. 또한 “사업자 가운데서도 아무한테나 대출을 해줄 수 없으므로 실적이 좋고 신용도가 높은 회사를 상대로 영업하는 일이 많다”며 “이런 회사들은 재정 건전성이 나쁘지 않아 굳이 당장 대출을 받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기업 대출을 확대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케이뱅크나 카카오뱅크 같은 인터넷은행에 더 큰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2024년 카카오뱅크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운용 자금 60조3577억원 가운데 대출금이 42조1568억원을 기록했다. 이중 가계 대출금은 40조7384억원으로 전체 대출금의 96%에 달한다. 가계대출 실적이 기업 전체 실적과 직결된 셈이다.
케이뱅크도 비슷한 처지다. 15조4954억원의 전체 대출액 가운데 14조4412억원이 가계대출로 그 비중이 93%를 넘는다. 가계대출 비중이 43.5%인 신한은행이나 48.6%인 KB국민은행 등 국내 주요 은행들과 비교하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을 맞을 수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정부는 규제 지역 담보인정비율(LTV) 강화, 전세·정책 대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등 추가 규제도 예고하고 있다. 7월 3일 금융위원회는 정부서울청사에서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국세청·금융감독원 등과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하고 부동산 관련 불법·탈법·이상 거래 대응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금감원은 사업자 대출금을 주택 구입에 활용하면 대출금을 즉각 회수하고 최대 5년간 신규 대출을 제한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 및 한국부동산원과 합동으로 자금조달계획서, 실거래 자료 등을 통해 허위, 업·다운 계약을 집중 점검한다.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그간 상환능력을 초과하는 과도한 빚을 레버리지로 삼아 주택을 구입하는 행태 등으로 주택시장의 과열과 침체가 지속 반복됐다”며 “갚을 수 있는 만큼 빌리고, 처음부터 나눠 갚는다는 일관된 원칙을 시장에 확고하게 안착시키겠다”고 했다.

대출 줄어들까 우려하는 은행 ‘예대마진’ 키우나
상황이 이렇자 업계에서는 은행들이 예금 금리보다 대출금리를 더 천천히 내리는 방식으로 수익을 보전하려 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기조가 명확해지면서 금융사들이 대출을 줄여야 한다는 명분을 방패 삼아 예대마진 차이를 키울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예금은행 예대금리차(신규취급액 기준)는 1.54%포인트(p)로 전월 대비 0.06%포인트 늘었다. 3월에는 1.52%p, 4월에는 1.48%포인트 수준이었는데, 줄어드는 듯했던 금리 차이가 5월 들어 다시 커진 셈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 규제가 강화된 지금 같은 상황에 은행이 대출 금리를 내리며 가계 대출을 확대하기는 쉽지 않다”며 “대부분의 은행들이 실적 개선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5월 기준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이 신규로 취급한 가계대출(정책서민금융 상품 제외)의 평균 예대금리차는 1.34%포인트로 나타났다. 신한은행이 1.45%포인트로 가장 높았고 하나은행(1.39%포인트), 국민은행(1.38%포인트), 우리은행(1.25%포인트), NH농협은행(1.21%포인트)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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