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달러 스테이블코인’ 도입...韓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김기동의 이슈&로(LAW)]
- 美 국채 시장 안정적 수요처 확보 및 달러 패권 유지 목적
국내 사용 금지 어려운 현실...리스크 안정적 차단 필요

스테이블코인은 가상자산의 높은 변동성 문제를 해결하고, 결제 수단으로서의 유용성을 높이기 위해 개발됐다. 대중화된 첫 스테이블코인은 2014년 등장한 테더(USDT)다. 미국 달러와 1대 1로 페깅(pegging, 가치 고정) 돼 있다. 바이낸스, 바이비트, 코인베이스 등 해외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코인 거래 및 결제에 스테이블코인을 사용 중이다.
GENIUS Act는 스테이블코인을 결제·송금 수단으로 명확히 규정하면서 모든 발행 물량을 미 달러 또는 우량 국채와 같은 고품질 자산으로 1:1 담보하도록 법적으로 의무화했다. 발행사는 분기마다 외부 회계감사를 받아 준비금 보유 현황을 공개해야 하고, 미 금융정보분석원(FIU) 등록과 각 주(州) 금융당국의 인가를 동시에 받아야 한다.
은행·보험사 등 전통 금융기업에도 발행 허용권을 부여함에 따라, JP모건·뱅크오브아메리카·페이팔·비자 등 대형 기관들은 자체 달러 기반 코인을 출시할 계획이다. 이들은 기존 결제망과 고객을 기반으로 P2P 송금·크로스보더(cross border) 결제 시장에 빠르게 진입할 것이다. GENIUS Act는 ‘디지털 금융의 새 질서’를 수립하는 기폭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CBDC 경쟁 가속화...美 달러 패권 지키나
미국이 디지털 달러 시대를 서둘러 연 이유는 무엇일까?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이 막대한 규모의 미국 국채를 담보로 매입함으로써 미 국채 시장이 안정적 수요처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나아가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 유럽의 디지털 유로 등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경쟁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달러 패권을 유지하려는 목적도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블록체인 네트워크상에서 중개기관 없이 개인 간(P2P) 직접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존 은행 중심 금융 체계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은행 시스템은 영업시간과 중개 기관 수수료, 국가 간 결제 인프라 차이 때문에 비용과 속도 측면에서 제약이 있다. 반면 스테이블코인은 스마트 콘트랙트가 자동으로 거래를 처리하고 분산원장에 즉시 기록하기 때문에 24시간·저비용·즉시 결제가 가능하다.
스마트폰 지갑 앱을 통해 손쉽게 주소를 입력하거나 QR코드를 스캔하는 것만으로도 국경을 넘어 가치를 전송할 수 있다. 은행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은 저개발 국가에서도 대출 등 금융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무역대금 결제에서도 환전 과정을 생략하고 선적 조건이 충족되면 스마트 컨트랙트가 자동으로 대금을 송금하도록 설계할 수 있다. 기존의 신용장 방식보다 훨씬 투명하고 효율적인 결제가 가능하다.
GENIUS Act 시행은 긍정적 효과가 기대되지만, 부작용도 우려된다. 미국 정부는 GENIUS Act 시행에 맞춰 스테이블코인을 기존 금융만큼 엄격한 자금세탁 방지 체계(AML)와 테러자금조달 방지 체계(CFT)로 편입하는 등 규제·모니터링·과세·감독 전 분야를 강화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이 불법 자금 세탁이나 탈세 수단이 되는 것을 차단하려는 조치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활용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2025년 1분기 기준,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의 스테이블코인 거래량은 약 57조원에 달하며, 이 중 83.1%를 USDT가 차지한다. 서울 남대문시장 등 일부 전통시장에서는 가상자산 자동 환전기와 디지털통화 환전기가 설치돼 관광객들이 스테이블코인을 현금으로 바꾼 뒤 원화로 결제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그동안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방치돼 왔다.
환전 절차를 우회한 자본 유출·유입은 기존 외환·자본통제 제도를 교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개인이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매수해 국경을 넘어 한국으로 전송한 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바로 원화로 환전할 경우, 현행 외국환거래법상 신고·제한 의무를 쉽게 회피할 수 있게 된다.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커질 때 투자자나 기업이 원화 대신 스테이블코인으로 자산을 옮기면 자본유출이 가속화되고, 급격한 환율 변동은 수입 물가 상승과 물가 불안을 초래해 실물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통화 주권이 위협받고, 원화 기반의 금융시스템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다.

금융 혁신의 기회, 그리고 리스크 차단
그럼에도 한국 정부가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국내 사용을 완전히 금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블록체인 네트워크 자체를 검열하거나 특정 토큰 전송을 원천 차단하는 기술적 수단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직 가상자산과 법정화폐가 상호 전환되는 지점, 즉 거래소·지갑 사업자를 통한 온·오프 램프 단계에서만 엄격한 라이선스 기준과 KYC(고객확인)·AML(자금세탁방지) 등 규제를 작동할 수 있을 뿐이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성장과 확산은 기존 법체계 전반의 개정·보완을 불가피하게 만들 것이다. 스테이블코인과 스마트 컨트랙트는 기존 법률의 ▲물건 ▲증권 ▲외국환 ▲계약 ▲채권 ▲문서 ▲재물 ▲재산 등의 개념으로 포섭하기 어렵다. 새로운 분쟁 유형과 신종 범죄가 등장할 것이고, 해석과 단속 과정에서 혼선이 발생할 것이다. ‘디지털 달러’의 권리·의무·집행 절차를 기존 법체계 안으로 수용하기 위한 전면적인 법률 정비가 필요하다.
이제 한국은 스테이블코인이 가져올 금융 혁신의 기회를 잡는 동시에, 그 이면에 도사린 리스크를 차단해야 한다. 정부와 국회에서도 달러 스테이블코인 시행에 대비한 입법 및 보완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원화 스테이블 코인의 도입에 대해서는 찬반 논쟁이 뜨겁다.
“바람이 불면 어떤 사람은 벽을 쌓고, 어떤 사람은 풍차를 세운다”라는 말이 있다. 변화를 거부하지 말고 받아들여 잘 활용해야 한다는 교훈이다. 스테이블코인은 디지털 금융 혁신의 핵심 열쇠다. 풍차를 세우는 기업이나 국가만이 한 단계 도약할 기회를 맞이할 것이다. 과감한 제도 개혁과 선제적 대응이 절실한 시점이다.
김기동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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