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주주권 강화’ 상법, 약일까 독일까…엇갈린 시장·전문가 진단
- [더 강력해진 상법개정]②
재계 “투자·M&A 위축 불가피” 반발…전문가들 “실효성 지켜봐야”
플랫폼 업은 개미·힘 실린 국민연금’변수로

[이코노미스트 정동진 기자]최근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을 두고 자본시장의 지형 변화를 예고하는 기대와 우려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소액주주들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신호탄이라며 환영하는 반면 재계는 소송 남발과 경영 위축을 초래할 ‘경영 족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법 개정의 실효성과 파장을 두고 전망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재계 “경영 족쇄”…투자·M&A 위축 우려
재계는 지난 7월 3일 상법 개정안 통과 이후 즉각 공동 성명을 내고 법안 통과에 아쉬움을 표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를 비롯한 경제 8단체는 입장문을 통해 “자본시장 활성화와 공정한 시장 여건의 조성이라는 법 개정의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이사의 소송 방어 수단이 마련되지 못했고, 3%룰 강화로 투기세력 등의 감사위원 선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이어 “국회에서도 경제계와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필요 시 제도를 보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경영판단원칙 명문화 ▲배임죄 개선 ▲경영권 방어수단 도입 등에 대한 논의가 조속히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재계는 이번 상법개정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점으로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가 소송 남발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꼽고 있다. 실제로 지난 2월 한경협 등이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상장사의 46.4%가 상법 개정으로 인해 투자 및 M&A를 축소할 것이라고 답했다. 주된 이유로는 주주 간 이견 시 의사 결정 지연(34%), 주주대표소송 등 사법 리스크 확대(26.4%), ‘적대적 M&A 노출 등 경영권 위협 증가(20.8%)’가 지목됐다.
이러한 법적 불확실성과 재계의 우려를 의식한 듯 법무부는 최근 소송 남발을 막기 위한 연성규범 형태의 가이드라인 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병 등 주주 간 이해상충이 문제 되는 상황에서 이사의 행동 기준을 구체화하고 법원의 판단 기준으로 작용하게 함으로써 경영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한편 전문가들은 법 개정의 실효성에 대해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범준 가톨릭대 회계학과 교수는 “분명히 소송은 많아질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그 대상은 모든 경영 판단이 아닌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이나 불공정 합병처럼 대주주와 소액주주 간의 이해가 엇갈리는 상황에 집중될 것으로 봤다.
특히 그는 “과거에는 회사에만 문제가 없으면 대주주가 소액주주와의 관계에서 부를 이전하더라도 법적으로 문제 삼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었지만, 앞으로는 대주주와 소액주주 간의 이해가 엇갈리는 상황에 대해서는 굉장히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고 법 개정의 핵심을 짚었다.
다만 충실의무 확대가 실제 소송 단계에서 얼마나 효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아직 그 실효성을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반응이다.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법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상법 개정안 통과의 상징적인 의미에는 대체로 공감하지만, 실제 법정 판단에서 큰 변화로 이어지긴 어려울 수 있다는 견해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행동주의 펀드 등에서 관련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 만큼, 결과와 관계없이 일정 수준의 견제 장치로는 작동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제도 변화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는 가운데, 실제 시장 참여자들의 움직임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번 상법 개정은 기술로 무장한 소액주주와 기관투자자의 영향력을 키우며 기업 지배구조의 판도를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주주행동 플랫폼 액트(Act)의 등장이 대표적이다. 10만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는 액트는 마이데이터 인증과 전자위임장을 통해 개인 주주의 흩어진 의결권을 결집시키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이처럼 디지털 기반의 집단행동이 가능해지면서 소액주주 중심의 주주권 행사가 새로운 방식으로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증시의 ‘큰손’인 국민연금의 역할 변화도 주목된다. 최근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하는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에 소액주주 보호나 주주권 강화를 중시하는 인사들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이전보다 적극적인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증권업계 “기대감 높지만 신중해야”
시장은 이번 상법 개정을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계기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조규홍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주 가치 강화로 한국 주식 디스카운트 요인을 해소시킨다는 점에서 2023년 일본의 밸류업 프로그램과 비슷한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는 곧 글로벌 투자자가 한국에 주목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어 “집중투표제, 자사주 소각 제도화 등 상법개정 및 배당분리과세, 상속세 등 세법개정이 예상되는데, 이 같은 법안이 모두 시행될 경우 기업의 배당성향 제고와 함께 자사주 소각 제도화가 병행될 것”이라며 “주주환원 정책 전반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주가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신중론도 나온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업 자기자본 비용 중에서 거버넌스 리스크 프리미엄이 축소될 수 있기 때문에 주가순자산비율(PBR)의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며 “그 효과가 그렇게 크지 않고 최근에 주가가 또 많이 올랐기 때문에, 앞으로 추가적인 주가 상승 기여도는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만약 법 개정 부담으로 인해서 자기자본이익률(ROE)이 하락하게 된다면 다운사이드 리스크도 존재한다”며 “이미 주가가 많이 상승했기 때문에 향후 시장 상황에 대해서는 전망하기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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