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최근 커버트콜 상장지수펀드(ETF) 과세 오류가 발생하며 투자자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2010년 과세 기준이 바뀐 후 무려 15년 만에 발견된 이 오류는 삼성증권을 시작으로 다수의 증권사로 확산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금융투자업계 전반의 시스템 개선과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5년 만에 드러난 오류, 문제는 과세 기준 미적용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커버드콜 ETF의 옵션 매도 수익을 배당으로 잘못 인식해 비과세 수익에 세금을 부과하는 오류를 확인한 뒤, 10일 자로 시스템 수정을 진행하며 문제를 바로잡는 절차에 들어갔다. 회사 측은 "투자자 피해 최소화를 위한 시스템 수정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삼성증권은 커버드콜 ETF에 2010년 바뀐 과세 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실이 드러난 것은 금융감독원 민원을 통해 이 사실을 인지한 금융투자협회가 지난달 26일 증권사들을 모아 현황 파악에 나서면서다.

이 오류는 2010년 ETF 보유 기간 과세가 도입된 후 15년이 지나서야 발견됐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우려를 더욱 키웠다. 당시 정부와 유관기관,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은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새로운 과세 기준 적용 방안을 논의하고 두 차례에 걸쳐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삼성증권은 2차 가이드라인이 아닌 1차 가이드라인에 따라 과세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2차 가이드라인은 ETF 매도 시 미과세 분배금을 계산할 때 과세 기준을 '과세표준기준가격 감소분(차감액)'으로 삼았으나, 1차 가이드라인은 투자자가 받은 '현금 분배금' 총액을 과세 기준으로 했다.

중소형사 확산 우려…"시스템 문제, 제도 정비 병행돼야"

문제는 이 같은 과세 오류가 일부 증권사에 국한된 사안이 아니라, 다른 증권사들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다수 중소형 증권사들은 자체 과세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고 코스콤(거래소 IT 자회사)에서 제공한 ETF 관련 데이터를 그대로 적용해 과세 업무를 처리해왔다.

일각에선 코스콤이 ETF 분배금 중에서도 과세 대상이 아닌 옵션 매도 수익 등을 일반 분배금으로 제공하면서, 실제로는 비과세 항목까지 세금이 부과되는 구조가 고착화됐다고 지적한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ETF 분배금 수익 중 옵션 매매 차익은 원칙적으로 비과세 대상인데, 시스템상 구분 없이 통합 제공돼 자동으로 세금이 매겨졌다"며 "이를 인지하더라도 코스콤 제공 데이터를 증권사가 임의로 수정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 전반에서는 단순한 개별 증권사의 책임을 넘어, 근본적인 전산 구조 개선과 함께 세법 및 과세 체계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가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증권사 한 고위 임원 관계자는 "이 부분은 증권사들 입장에서 단순히 비용 문제라기보다 ETF 분배 구조에 대한 세법 적용 체계가 오래 전부터 미비했던 제도적 허점이 더 큰 이유"라며 "제도 개선 없이 단순히 증권사 책임만 추궁하는 방식으론 해결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세금을 더 걷었다면 경정청구를 통해 환급이 가능하고, 의도성이 있었다면 추징이 가능하다"면서도 "이번 오류는 개별 증권사의 태도보다도 전반적인 ETF 과세 시스템이 제도·인프라적으로 제대로 설계되지 않은 결과"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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