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더 강해지는 프렌드쇼어링, 한국과 동남아시아 ‘공급망 동맹’ 가능할까 [동남아시아 투자 나침반]
- 흔들리는 세계 공급망, 한국 기업 동남아에서 활로 찾아야
단순 생산기지 넘어 기술·인력·제도 잇는 공급망 파트너십 필요

[김상수 리겔캐피탈 상무] 기업은 끊임없이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와 같다. 성장이 멈추면 도태되고, 이윤을 남기지 못하면 사라질 수밖에 없다. 생산기지 이전도 마찬가지다. 기업은 언제, 어디에, 어떻게 생산기지를 둘 것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하며, 이를 위해 막대한 자본과 시간을 투자한다. 공장을 건설하고 생산이 안정화하는 데까지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든다. 따라서 기업의 생산기지 이전은 절대 쉽지 않은 결정이다.
이처럼 복잡한 생산기지 이전 전략을 설명할 때 ‘온쇼어링’(Onshoring)은 해외 제조 시설을 본국으로 옮기는 것이고, ‘오프쇼어링’(Offshoring)은 그 반대로 해외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것을 의미한다. ‘니어쇼어링’(Nearshoring)은 자국과 문화나 언어가 비슷한 인근 국가로 생산 거점을 이전하는 전략이다. 미국 기업들이 캐나다나 멕시코로 공장을 이전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프렌드쇼어링…신뢰 국가들과의 협력이 핵심 가치
그렇다면 최근 대세로 떠오른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은 무엇일까? 바이든 행정부 시절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자주 언급한 용어다. 우호적인 국가들과 공급망을 재편하여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응하자는 전략적 개념이다. 단순히 비용 효율을 따지는 오프쇼어링에서 벗어나, ‘신뢰할 수 있는 국가들과의 협력’이 핵심 가치로 떠오른 것이다.
프렌드쇼어링이 부상하자 중국은 '차이나 플러스 원’(China +1) 전략으로 대응했다. 미국 중심의 압박을 피하면서도 공급망을 다변화하려는 전략으로, 중국 외 지역, 특히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생산을 분산시키는 흐름이다. 이에따라 베트남·인도네시아·태국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인도는 가장 큰 수혜국이 되었다. 다국적 기업들의 투자가 몰렸고, 이들 국가는 지난 수년간 고속 성장을 기록했다.
하지만, 프렌드쇼어링에도 그림자는 존재한다. 올해 4월 2일, 미국은 베트남·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 주요국에 대해 최대 30%에 달하는 고율 상호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그 이유는 ▲무역적자 ▲투자 조건 미이행 ▲공공 조달의 불균형 등이다.
프렌드쇼어링 대상국이라 해도, 경제적 요구와 이해관계에선 예외가 없다는 점이 명확히 드러났다. 현재 일부 국가는 미국과 조정을 통해 세율을 낮추는 데 합의했지만, 여전히 공급망 안정성과 시장 접근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데는 한계가 존재한다.
이런 상황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한국과 동남아시아 간의 관계다. 한국은 반도체·전기차· ·디스플레이·이차전지 등 글로벌 핵심 산업의 기술력과 생산 능력을 갖춘 나라다. 그러나 ▲인건비 상승 ▲전력 및 물류 비용 부담 ▲미·중 갈등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인해 제조기지의 다변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들은 동남아를 전략적 거점으로 삼고 있으며, 향후 정부의 동남아 정책 또한 공급망 연계와 경제협력 강화 중심으로 설계될 필요가 있다.

'K-동남아 공급망 동맹'으로 위기를 기회로
동남아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단순 OEM 생산기지를 넘어 산업 고도화와 기술 생태계의 업그레이드를 모색하고 있다. 공급망 다변화가 필요한 한국과 산업역량을 끌어올리고자 하는 동남아는 서로를 필요로 하는 구조적 파트너다. 이것이 바로 프렌드쇼어링을 넘어 공급망 동맹으로 나아가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일부 동남아 국가들은 외국인 투자 규제를 강화하고 있으며, 법·세제 변화가 잦고, 토지 소유권 불확실성도 여전히 존재한다. 또한 국가 간 인프라 격차도 크고, 전력·항만·물류 체계의 효율성 역시 균일하지 않다. 생산 인력은 풍부하지만, 고급 기술 인재는 부족하다는 점도 한국 기업 입장에선 부담이다. 이런 요소들이 동남아에 대한 투자를 신중하게 만드는 이유다.
이제는 한국 정부가 나설 때다. ▲공동 인프라 개발 ▲제도 연계 강화 ▲인재 교류 확대 ▲디지털 통합 등 구체적인 정책을 통해 한국과 동남아가 단순한 경제 파트너를 넘어, 실질적 공급망 동맹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한국 정부는 동남아 국가들에 대해 존중과 장기적 파트너십 의지를 명확히 보여줄 필요가 있다.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계획과 실행을 통해 동남아 국가들이 한국을 신뢰할 수 있는 ‘진짜 동반자’로 인식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제 프렌드쇼어링은 단순한 우호국 중심 공급망이 아니라, ‘신뢰 + 역량 + 구조적 상호 보완’이라는 조건을 갖춘 동맹 모델로 진화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위와 같은 정책을 실행할 때 한국기업들이 중심이 되어야 하고 한국기업들이 동남아시아 국가들로부터 실질적인 혜택을 받도록 해야 한다.
한국과 동남아시아는 단순한 거래 파트너가 아닌, 서로의 약점을 채워줄 전략적 동반자가 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기술과 생산 ▲제도와 인력 ▲환경과 데이터 등 이 모든 축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될 때 한국과 동남아시아는 프렌드쇼어링을 넘어 ‘공급망 동맹’의 대표 모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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