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잠자던' 외국인 통합계좌, 규제 풀고 재시동…글로벌 투자자 유입 기대
- [외국인 통합계좌 1호, 시장 흔드나]①
2017년 도입 후 실적 ‘0’…제도 개편·하나증권 시범 운영으로 첫 시동
외국인 투자자 유입 확대 기대 속 증권사 리테일 전략 재편 가능성 주목

[이코노미스트 정동진 기자]외국인 통합계좌 제도의 실질적 활용이 가시화되면서 한국 자본시장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최근 '외국인 통합계좌 기반 해외 증권사 고객 대상 국내주식 거래 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금융규제 샌드박스)로 지정하면서 그동안 유명무실했던 통합계좌 제도의 실효성 평가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외국인 통합계좌는 지난 2017년 해외 개인 투자자들의 국내 주식시장 접근성을 개선하고 투자 절차를 간소화할 목적으로 도입됐다. 하지만 지난 8년간 실제로 단 한 건의 계좌 개설 사례도 없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돼 왔다.
여기에는 몇 가지 현실적인 장벽이 작용했다. 우선 통합계좌를 사용하더라도 최종 투자자별 상세 거래 내역을 결제일로부터 이틀(T+2) 안에 금융 당국에 보고해야 하는 의무가 큰 부담이었다. 또한 국내에 법인이나 사무소가 없는 해외 증권사는 통합계좌 개설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해, 글로벌 금융사의 직접 참여가 사실상 차단됐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금융당국은 2023년부터 전면적인 제도 개혁에 착수했다. 가장 큰 변화는 약 30년간 유지돼 온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도의 폐지다. 과거 외국인 투자자는 금융감독원에 사전 등록하고 투자등록번호를 발급받아야 했지만, 이제는 법인식별기호(LEI)나 여권번호를 통해 증권사에서 바로 계좌를 개설할 수 있게 되는 등 절차가 대폭 간소화됐다.
또한 최종 투자자별 보고 의무는 월 1회 사후 보고 방식으로 전환돼 통합계좌의 운영 부담을 크게 줄였다. 국내에 법인이나 사무소가 없는 해외 증권사도 통합계좌 개설을 허용해 글로벌 증권사들의 한국 시장 진입 문턱도 낮췄다
이번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은 이러한 제도 개혁의 첫 번째 구체적 사례이자 새로운 운영 방식의 실효성을 평가하는 중요한 시험대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금융당국은 이번 샌드박스 지정을 통해 해외 증권사가 국내에 법인을 설립하지 않고도 하나증권과의 협력을 통해 외국인 개인 투자자들이 현지 증권사 계좌로 한국 주식을 손쉽게 거래할 수 있는 구조를 시험할 예정이다.

증권업계, 글로벌 리테일 경쟁 압박…브로커리지 시장 재편 조짐
이번 외국인 통합계좌 제도 시행은 외국인 개인 투자자들의 국내 주식시장 접근성을 크게 개선하고 투자 절차를 간소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도가 시행되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증권사에 직접 계좌를 개설하는 번거로움 없이 통합계좌 파트너십을 맺은 현지 증권사를 통해 한국 주식 거래가 가능해진다. 이는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권사를 통해 해외 증시에 투자하는 방식과 유사해,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훨씬 높은 편의성을 제공할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통합계좌 활성화가 시장 유동성 증대와 투자자 기반 다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해외 개인 투자자들의 참여가 늘어나면 대형주뿐 아니라 중소형주나 혁신기업에 대한 관심도 커질 것으로 기대돼, 전반적인 주가 상승이 기대된다. 또 투자자 기반이 다양해질 경우 특정 투자 주체 중심의 수급 쏠림 현상이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이와 함께 위불(Webull) 푸투(Futu)와 같은 해외 주요 리테일 증권 플랫폼들이 국내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점도 주목할만하다. 이들은 낮은 수수료 사용자 친화적인 인터페이스(UI‧UX) 및 다양한 투자 정보 제공 등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해당 플랫폼의 고객들은 이제 별도의 한국 증권사 계좌 개설 없이도 통합계좌를 활용하는 자국 증권사를 통해 한국 주식을 이전보다 쉽게 매매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는 한국 시장이 글로벌 개인 투자자들에게 한층 더 가까워지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시장 유입 확대 기대 속 ‘정보 투명성·AML 리스크’ 대응 열쇠
통합계좌 도입으로 촉발될 경쟁은 단순 수수료를 넘어 ▲고객 응대 체계 ▲외국어 지원 강화 ▲외화 결제 역량 ▲글로벌 파트너와의 연계 시스템 등 인프라와 서비스 역량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높다. 외국인 투자자 유치를 위해 각 증권사들은 ▲해외 투자자에게 익숙한 수준의 거래 편의성 확보 ▲다양한 금융 상품 포트폴리오 제공 ▲심층적인 투자 정보 제공 ▲원활한 다국어 지원 등 다양한 고객서비스 강화에 적극 나서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제도 활성화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서는 자금세탁방지(AML) 강화와 최종투자자(실소유자) 확인 투명성 확보라는 핵심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기존에는 최종투자자 확인의 어려움으로 국내 법인 보유 조건 등이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기능했지만, 이제 월 1회 사후 보고 체제로 전환돼 더욱 정교하고 위험 기반의 AML 프레임워크 구축이 필수적이다. 새로운 관리 체계에서 해외 증권사는 1차적으로 최종 투자자를 식별하고 관련 정보를 기록·유지하는 책임을 맡고, 국내 증권사는 해외 증권사로부터 제출받은 최종 투자자의 세부 투자 내역을 관리하게 된다.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협회는 통합계좌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증권사의 ▲보고 체계 ▲강화된 고객확인 의무(CDD) ▲구체적인 업무 절차 등을 담은 가이드라인과 Q&A를 마련해 이러한 사후 관리 시스템의 실효성을 높일 계획이다. 이에따라 해외 증권사의 AML‧CDD 역량에 대한 국내 증권사의 의존도가 커질 수 있어 양측 간 계약을 통해 정보 접근 및 책임 소재를 명확히 규정하는 작업의 중요성이 한층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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