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속도로 전기차 충전소 구축사업 절반 유찰
지난해에 이어 연속 유찰에...“투자 얼어붙어”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확장하겠다는 정부의 청사진에 먹구름이 꼈다. 한국도로공사의 ‘전기차충전소 구축’ 입찰에서 2년 연속 절반이 넘는 단위 사업에 유찰이 발생하면서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한국도로공사가 추진한 ‘2025년 고속도로 휴게소 전기차충전소 구축사업’ 입찰에서 전체 3개 구간 중 2개 구간이 유찰됐다. 일부 단위에 어떤 사업자도 입찰하지 않아 유찰이 난 것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이는 전기차 인프라를 뒷받침할 핵심 사업에서 민간이 줄줄이 발을 빼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사업은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72곳에 총 391기의 급속 및 멀티충전기를 구축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도로공사는 휴게소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민간 사업자가 충전기를 설치·운영하는 방식이다. 대신 충전사업자는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사용요율’로 공사 측에 납부한다.
올해 사업은 권역별로 나뉜 3개 단위로 구분된다. 강원·충북·대전·충남 지역의 1단위, 수도권·전북·세종 등의 2단위, 광주·대구·부산권의 3단위로 나뉘며, 설치 수량은 각각 122기·131기·138기에 달한다.
문제는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는 데 있다. 운영수익보다 전기요금·유지비 부담이 크고, 초기 설치비는 전적으로 민간이 책임지는 구조라는 점에서 수익성이 맞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전기차 충전소 확대 막는 장애물들
전기차 보급은 정부가 주도해온 대표적 친환경 사업이다. 특히 장거리 이동에 필요한 고속도로 충전소는 전체 충전망에서 상징성과 실용성을 동시에 갖춘 필수 인프라다. 이 때문에 충전 인프라가 멈추면 전기차 전환도 멈출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기차 충전소 확대를 가로막는 장애물들은 여전히 산재해 있는 실정이다.
대표적으로 전기차 충전 요금이다. 요금은 전기차 충전사업자의 매출 핵심 요소다. 다만, 전기차 충전 요금은 상하방 모두에서 제약이 심하다. 한국전력으로부터만 구매해야 하는 경직된 전기 단일구매 구조(하방), 공공 급속 충전 인프라 요금으로 인해 실질적으로 제한되는 충전 요금 (상방) 제도가 이중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
이 같은 이중 족쇄 속 자본집약적인 충전 사업은 전기차 확산의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을 넘지 못한 채 장기 적자 국면에 빠지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목소리다. 특히 한전 전기요금에 포함된 과도한 기본요금은 충전소 운영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으며, 충전요금 자율성의 부재는 신규 투자 유인을 떨어뜨리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업계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 사업이 장기적인 투자와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필요로 하는 인프라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정부의 지원 체계가 지나치게 단기적이고 불확실하다고 지적한다. 급속 충전기 설치를 위한 보조금이 해마다 공고되는 방식으로 진행되다 보니, 장기 계획 수립이 필수적인 민간 투자자나 금융기관의 접근이 제한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업자들은 중장기 보조금 운영계획이 명확히 제시돼야만 안정적인 투자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와 더불어, 현행 공공부지 충전소 입찰계약이 대부분 5년 안팎의 단기 위탁 구조에 머물러 있다는 점도 문제로 떠오른다. 유럽 주요국처럼 최소 20년 이상의 장기 계약 체계를 도입하고, 계약 연장 옵션이나 중도 해지 제한 등 안정성을 보장하는 조항이 함께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입장이다. 이를 통해 자금 조달 비용을 낮추고, 충전 서비스의 지속가능성과 품질까지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고속도로 휴게소 전기차충전소 구축사업의 연이은 유찰과 해결책을 찾지 못한 문제들을 두고, 업계는 ‘전기차 인프라 투자 위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한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2단위 유찰 당시 해당 사안을 심각하게 받아들였다”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연이어 유찰이 발생하니 전기차 급속 충전 투자가 둔화됐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듯 하다”고 말했다.
이어 “고속도로 휴게소는 부지별 수전 용량이 부족해 전기 인입 일정이 불확실하다”며 “고속도로 휴게소를 전력 공급 우선지역으로 지정하거나, 수전용량 상향 및 선제 인입 계획을 수립하는 것도 하나의 개선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나서서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장에 힘을 보태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선 전기차 충전 시설 역시 뒷받침 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추후 전기차 확대는 충전 인프라가 충분하고, 충전 편의성이 보장돼야 이뤄질 것”이라며 “전기차 충전 시설은 전기차 보급이나 활성화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인 만큼, 정부 지원이 필요한 타이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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