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파마리서치 2세 창업 ‘픽셀리티’ 특혜 논란 도마 위
- 정래승 이사 창업 회사 적자 지속에도 ‘특혜’ 의혹
CVC, 주가 상승 시 전환권‧하락 시 상환권 둘 다 보유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스킨부스터 ‘리쥬란’ 제조사인 파마리서치가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위한 인적 분할을 추진 중인 가운데, 정상수 파마리서치 이사회 의장의 아들 정래승 파마리서치 이사가 창업한 회사에 대한 특혜 의혹이 제기된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파마리서치의 지분 1.2%를 보유한 머스트자산운용은 지난 2일 홈페이지에 공개한 세 번째 서한에서 파마리서치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뒤 픽셀리티에 대한 인수 또는 투자를 준비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머스트운용은 “당사가 확인한 한 가지 용역 계약에는 VR 기반의 ‘재활용 의료기기 개발’ 용역이 있는데, 용역의 주제가 의료기기기 때문에 추후 파마리서치홀딩스(인적분할 존속회사) 지주회사에서 (픽셀리티를)인수하거나 투자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 가는 과정으로 오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머스트운용은 픽셀리티가 지속적인 적자에도 불구하고, 파마리서치 또는 파마리서치의 자회사 튜링바이오 등에서 픽셀리티와의 용역 계약을 통해 수익 창출 기회를 얻는 특혜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픽셀리티는 정래승 이사가 창업한 개인 회사로 가상현실(VR)·확장현실(XR) 기술 기반 게임 개발사다. 하지만 대부분의 매출이 게임이 아닌 파마리서치로부터 나오는 것으로 파악된다.
파마리서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파마리서치는 픽셀리티에 연간 6억~8억원의 비용을 지급한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간 파마리서치가 픽셀리티에 지급한 비용은 20억9000만원에 달한다. 픽셀리티의 매출액이 연간 10억원 내외임을 감안했을 때, 회사 매출의 대부분이 게임이 아닌 파마리서치에 의존하는 구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머스트운용에 따르면 픽셀리티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 모두 10억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2024년에는 적자 폭이 더욱 커져 약 2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2024년 말 기준 회사의 순자산은 마이너스(-)34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상태다.
머스트운용은 파마리서치가 지주회사로 전환한 뒤, VR 의료기기 개발이라는 명분으로 픽셀리티를 인수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번 인적분할로 소액주주는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소액주주 돈이 대주주 일가의 자산을 키워주는 꼴이 되는 셈이다.
머스트운용은 “중복 상장 분할이 끝나면 지배주주의 (지주사) 지분율은 종전 30%에서 60% 이상으로 증가할 예정”이라며 “다른 일반 주주의 견제 역량은 절반 이하로 내려가는 만큼 픽셀리티에 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머스트운용은 이번 인적분할 계획에 대한 CVC캐피탈파트너스(CVC)의 입장과 파마리서치와 픽셀리티의 관계에 대해서도 설명할 것을 요구했다. 이번 인적분할을 두고 최대주주의 지배력 강화와 상속세 절감이 진짜 목적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CVC 측 이사들이 분할에 찬성한 것을 두고 의문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CVC 측 이규철·이원배 기타비상무이사는 지난 6월 13일 파마리서치 이사회에 참석해 인적분할에 찬성했다.
CVC, 주주가치 훼손 논란 몰랐을까
앞서 CVC는 지난해 10월 파마리서치가 발행한 2000억원 규모의 의결권 있는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인수했다. CVC가 투자금을 납입한 지 반년이 조금 지난 시점에서 대대적인 지배구조 개편이 이뤄진 상황인데, CVC가 투자 시점에 이를 몰랐을 리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정상수 의장의 아들인 정래승 이사가 사내이사로 선임된 점에 비춰봤을 때 승계 논의가 이미 진행됐을 것이란 시각이다.
머스트운용은 지난달 24일 “분할 후 모회사의 주가는 크게 내리고 자회사의 주가는 크게 오르는 변동성이 예상되는 상황인데, CVC는 상승을 누릴 수 있는 전환권과 하락을 방어할 수 있는 상환권을 둘 다 보유했다”며 향후 전환권과 상환권 행사 계획을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74.3%의 높은 분할비율이 되는 지주회사의 순자산의 50%는 CVC가 투자한 현금을 그대로 가져간 자산”이라며 이번 인적분할과 이어질 현물출자의 문제점이 없어질 수 있도록 주요주주로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화장품·의료기기 브랜드 리쥬란으로 인지도가 높은 파마리서치는 지난 6월 중순 인적 분할을 통해 회사를 지주사와 사업회사로 쪼개 재상장한다는 계획을 공시해 소수주주의 반발을 샀다.
가장 큰 반발을 일으킨 부분은 분할 비율이다. 보유 자산 기준으로 파마리서치홀딩스가 74.3%, 파마리서치가 25.7% 비율로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실질적인 수익과 성장을 담당하는 신설 파마리서치(사업회사)의 비율이 현저히 낮고, 자회사 중복 상장과 지주사 특성상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은 파마리서치홀딩스(지주사) 주식을 대다수 보유하게 되는 구조인 것이다.
모회사(지주사)와 자회사가 동시 상장하면서 회사의 가치가 희석되고, 지주사는 주가 폭락이 우려된다는 것이 소수주주 측의 주장이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도 지난달 26일 파마리서치에 대해 “이번 분할은 모회사와 자회사가 동시 상장되는 쪼개기(분할) 상장으로 주주권익을 침해한다”며 분할 계획의 철회를 촉구했다.
포럼은 “사측은 인적분할을 하기 때문에 일반주주 피해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며 “분할 때문에 거의 6주간 주식 거래가 정지되는 리스크가 발생하고 왜곡된 가치평가 때문에 올해 12월 재상장이 되면 지주사의 주식은 주가가 폭락하고 사업법인의 주가가 급등할 것이 명약관화”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조처는 파마리서치 일반주주가 극히 고평가된 지주사를 떠나도록 유도하는 것이라 특정 행동을 사실상 강요하는 ‘구조적 갈라치기’에 해당한다”며 “분할 뒤 지주회사의 지배주주 지분율이 50%가 넘어가면 다른 일반주주들은 소수로 전락하게 돼 결과적으로 권익을 침해당한다”고 우려했다.
한편 인적 분할과 관련해 손지훈 파마리서치 대표는 "인적분할은 주가 부양을 위한 전술이 아니라, 중장기 전략의 관점에서 나온 것"이라며 "향후 5년간 그룹 전체의 연 매출을 1조 원 이상으로 끌어올려, 주주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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