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이슈
금융권, 배드뱅크 타격에 해외 투자 부실 우려까지…‘추가 규제 나올까’ 긴장
- [가계 대출 빙하기]②
배드뱅크 재원 중 4000억원 금융권이 마련…해외 부동산 투자 손실 우려 부담도
은행 자산·연간 이익 고려 때 우려할만한 수준 아니라는 해석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정부가 초강력 가계 대출 규제 정책을 시행한 이후 장기연체채권 채무조정 프로그램(배드뱅크) 사업까지 추진하면서 금융권이 실적 부진을 우려하고 있다. 가계 대출 규제로 캐시카우가 줄어드는 데다 배드뱅크 재원 절반을 금융권이 내는 방안이 거론되면서 부담이 생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배드뱅크(Bad Bank)란 은행 등 금융기관이 가진 부실채권을 매입해 정리하는 특수 기관을 말한다. 은행으로서는 부실 자산을 정리해 정상적인 영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번 배드뱅크 사업의 초점은 자영업자나 개인의 부채를 탕감해 주기 위한 일환에 맞춰져 있다. 정부가 배드뱅크로 모은 대출을 심사해 채무자가 개인파산에 준하는 수준이라고 판단되면 부채를 모두 소각하고, 개인파산 수준은 아니지만 상환능력이 부족하다는 판단이 나오면 원금을 최대 80%까지 감면해 주고 나머지는 10년간 분할 상환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정부는 7년 이상 연체된 5000만원 이하 개인 채무를 탕감해 주는 특별채무조정패키지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이 가동되면 113만4000명이 혜택을 받아 16조4000억원에 이르는 빚을 탕감 받게 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7월 4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정부의 국민소통 행보 간담회에서 “금융기관이 10명 중 1명은 빚을 못 갚을 것으로 보고 9명한테 이자를 다 받고 있는데 못 갚은 한 명을 끝까지 쫓아가서 받으면 부당이득이다. 이걸 정리해 주는 게 형평성에 맞다”고 말했다.
문제는 배드뱅크 지원에 들어가는 재원의 상당액이 금융권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배드뱅크 재원은 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그중 절반인 4000억원을 전 금융권이 함께 조달하는 내용의 논의가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 은행 관계자는 “자영업자나 개인사업자 대출이 적은 인터넷은행과 달리 일반 은행은 빚 탕감 프로그램이 시행되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번 대출 규제를 놓고 ‘맛보기’에 불과하다는 발언을 하면서 더 센 규제가 나올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도 금융권을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규제지역 LTV(주택담보대출비율) 강화 ▲정책대출·전세대출 등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적용 대상 확대 ▲주담대에 대한 자본 위험가중치 상향 조정 등이 추가 규제 정책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현재 강남 3구와 용산구 등 규제지역의 LTV는 50%인데 이 한도를 낮추고, 비규제지역 LTV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대출 규제 정책을 내놓은 상황에서 바로 다음 정책을 발표하지는 않겠지만, 상황을 보면서 가계 대출이 늘고 집 값이 오른다고 판단하면 추가 조치를 할 수 있다”며 “이 경우 은행 대출은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 부동산 투자에서 손실 우려가 나오는 것도 금융권에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발표한 ‘2024년 12월 말 기준 금융회사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현황’을 보면 지난해 기준 금융권의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규모는 56조원, 이 가운데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한 부실 우려 사업장은 2조5900억원 규모로 나타났다.
EOD 사유가 발생한 사업장 유형으로는 오피스(6600억원)가 가장 많았다. 그 뒤를 주거용(2900억원), 호텔(1600억원)이 이었다. 금감원은 “해외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코로나 이후 회복 기조를 보이고 있으나 경기 둔화 우려, 자금조달 환경의 불확실성 등으로 회복 속도가 더딘 편”이라며 “해외 부동산 투자의 전반적 수익성 개선이 지연되는 가운데 공실률이 높은 오피스 중심으로 손실 확대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금감원은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에 대한 맞춤형 감독을 하면서 대체투자 관련 리스크관리 모범규준 개정을 조속히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3월 금투업권, 지난 5월 보험업권에 이어 오는 9월까지 다른 업권들의 대체투자 리스크관리 모범규준을 개정할 계획이다.

지난해 4대 은행 총 영업익 37조원…타격 미미 해석도
금융권 자산과 이익을 고려할 때 배드뱅크 재원 등이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해석도 있다. 주요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비은행들이 4000억원을 나누어 출자한다고 가정하면 출자 부담이 200억원 수준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4대 은행의 지난해 총 영업이익이 37조원을 넘긴 것을 고려하면 배드뱅크 지원액이 걱정할만큼 큰 규모는 아니라는 뜻이다.
이은미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은행·카드·저축은행 등의 여신금융회사는 연체채권을 지속적으로 상‧매각해 배드뱅크 정책 대상 채권의 규모가 크지 않고, 이미 높은 수준의 충당금을 적립했다”며 “장기연체채권 소각 프로그램이 추진되더라도 단기적으로 금융권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해외 부동산 투자 손실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금융권 총자산은 7234조1000억원으로, 이중 해외부동산 대체투자 규모는 0.8% 수준이다. 2024년 4분기 기준 해외부동산 대체투자가 같은 해 3분기 말(55조8000억원) 보다 2000억원 가량 늘었지만 부실이 우려되는 사업장 규모는 500억원 가량 감소했다.
금감원은 “해외 부동산 투자 규모가 총자산 대비 1% 미만이며, 국내 금융사들의 양호한 자본 비율 등 손실 흡수능력을 고려할 때 투자 손실이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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