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명, 추석 물가 잡아라]①
농·축·수산물 물가 폭등…정부, 추석 성수품 대책 발표
물가 안정 압박 지속…2023년 기업들 실제 가격 인하

성수품 공급량 늘리고 할인 예산 200억원 추가
정부가 물가 안정을 외치고 있지만 여전히 치솟는 물가로 소비자들의 한숨은 늘어간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1.7% 올랐다. 이는 지난해 11월(1.5%) 이후 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 폭이다.
다만 농·축·수산물 가격이 채소류를 중심으로 4.8% 오르며 물가 상승 압력을 키웠다. 이는 지난해 7월 이후 13개월 만의 최대 상승 폭이다. 특히 배추·파프리카·시금치 가격이 전월 대비 각각 51.6%·52.1%·50.7%씩 뛰었다.
최근 정부가 추석 민생안정대책의 일환으로 대규모 지원에 나선 이유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추석에는 배추·사과·쇠고기 등 21대 성수품 공급을 역대 최대 규모인 17만2000톤(t)까지 확대한다. 할인 지원 예산은 사상 최대 규모인 900억원으로 책정했다. 해당 예산은 소비자 구매 가격을 최대 50%까지 낮추는 데 활용된다. 구체적으로 정부의 재정 지원은 20%, 생산·유통업체 자체 부담은 20~30% 수준이다.
정부의 이번 추석 민생안전대책은 지난해보다 공급·할인 측면에서 규모가 더 크다. 지난 정부에서는 추석 성수품 공급량을 17만t으로 늘리고 700억원의 할인 지원 예산을 책정한 바 있다. 또한 정부는 바가지요금 등 불공정 행위를 잡기 위한 모니터링도 강화한다. 행정안전부는 10월 9일까지를 ‘추석 물가 안정관리 특별대책기간’으로 정했다. 해당 기간 지방자치단체와 협업해 행동점검반을 구성하고 불공정 행위 근절을 위한 집중 단속에 나설 계획이다. 특히 ▲가격표시제 불이행 ▲저가 음식류의 고가 판매 ▲계량 위반 등의 행위를 집중 점검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명절 물가가 올라가면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진다. 작년 명절에도 사과 가격이 폭등하면서 금사과라는 말이 나왔다”며 “이번 정부 정책은 소비 진작 효과를 기대하기보다 명절 물가 관리 측면이 더 크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이어 “소비를 끌어올리려면 지갑을 열게 만드는 이벤트가 필요하다. 공급량 확대와 할인 예산 확충만으로는 소비가 눈에 띄게 늘어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역대 최대 규모의 예산을 투입해 소비자 체감 물가를 낮추려 한다. 경기불황 장기화와 물가 폭등으로 침체된 내수 시장을 살리려면 꽉 닫힌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가 안정과 소비 진작 등 민생안정은 지난 5월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이래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는 부분이다. 이에 따른 가격 인하 압박도 거센 것으로 전해진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새로 취임한 박진선 한국식품산업협회장을 만나 물가 안정화를 위한 기업들의 동참을 요청하기도 했다. 한국식품산업협회는 식품산업계를 대변하는 단체로 샘표·롯데칠성음료·오리온·동서식품·CJ제일제당 등 170여개 기업을 회원사로 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가격 인하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손사래를 친다. 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해당 분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한 상태”라며 “정부 차원에서 가격 조정을 강제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업 입장에서 인상된 제품의 가격을 내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고환율·원재료 가격 상승 등이 맞물린 현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물가 안정 동참 요구가 지속됨에 따라 일부 기업은 가격을 유지하되 기존보다 제품의 중량을 줄이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럼에도 기업들이 정부의 물가 안정 정책에 동참하기 위해 대대적인 제품 가격 인하를 단행한 사례는 분명 존재한다.
윤석열 정부 시절인 지난 2023년에도 기업들은 일부 제품의 가격을 낮췄다. 당시 가격 인하에 나선 곳은 CU·GS25 등 편의점과 농심·삼양식품·오뚜기·롯데웰푸드·해태제과·SPC 등 식품업체들이다.
정부의 정책에 발맞춰 최근 가격 인하에 나선 기업들도 일부 존재한다. 하이트진로는 맥아(싹이 튼 보리) 함량이 10% 미만인 발포주 필라이트 클리어를 지난 9월 1일부터 최대 25% 저렴하게 판매하기 시작했다. 포케 전문 프랜차이즈 샐러디는 지난달부터 일부 제품 가격을 기존 대비 3~9% 내렸다. 롯데웰푸드는 지난 7월 컴포트잇츠이너프 제품 일부 가격을 최대 21.1% 낮췄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식품기업의 경우는 국민의 삶과 연관이 크다”며 “과도하게 이익을 많이 보는 기업에 대해서는 정부가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자재 가격의 인하와 제품 인상률 그리고 기업 측면에서 이익이 많은 부분 등을 정밀하게 살펴봐야 한다. 이를 통해 가격 인하에 대한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 무조건적으로 가격을 낮추라고 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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