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적자 볼 순 없다”…물가 단속 나선 정부에 식품업계 ‘난색’
- [특명, 추석 물가 잡아라]②
커피·코코아 가격 5년 새 약 4~5배 상승
2분기 주요 식품사 영업이익률 5% 하회

[이코노미스트 강예슬 기자] 추석 연휴를 앞두고 정부가 장바구니 물가 잡기에 나섰다. 식품업계는 녹록지 않은 경영환경에 가격 인하 여력이 크지 않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국내 주요 식품 기업은 올해 2분기 원자재 가격 상승과 내수 위축 여파 등으로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다.
고물가에 먹거리 소비 9년 만에 ‘최저’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민생 안정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내세우며 여러 차례 물가 안정화를 주문했다. 관계 부처도 물가 관리를 위해 식품업계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9월 10일 서울 여의도에서 박진선 한국식품산업협회장을 만나 “원가 절감 등 가공식품의 가격 안정화 노력에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와 관련해 박진선 회장은 지난 15일 서울 서초구 한국식품산업협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원자잿값과 인건비가 급등하고 다른 경비도 동반 상승 중”이라며 ”기업이 한두 해 정도 (식품) 가격을 내릴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계속 적자를 보며 운영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식품 가격 안정을 위해서는 생산성을 높여 원가를 절감하는 방법 외에 기업에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면서 “지난 정부에서는 가격 규제를 많이 했는데, 이번 정부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사실상 송 장관의 요청을 거절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문제는 고물가로 인해 소비가 줄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가구 식료품·비주류음료 소비지출(명목)은 1년 전보다 1.8% 증가한 월평균 42만2700원으로 집계됐다. 물가 상승분을 제외한 실질 소비지출은 34만1100원으로 전년 대비 1% 줄었다. 지난 2016년 2분기 33만원을 기록한 이후 9년 만에 가장 적은 수준이다.
먹거리 지출액 자체는 늘었지만, 물가 상승분을 고려하면 실제 소비 규모는 감소한 셈이다. 지난해 말 큰 폭으로 올랐던 환율이 수입 원자재 가격 등에 반영되며 주요 식품업체가 출고가를 줄줄이 올리자 소비자가 지갑을 닫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분기 식료품·음료의 소비자물가는 작년 2분기보다 2.9% 상승했다. 전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2.1%)을 웃도는 수치다.
식료품·비주류음료 물가 상승률은 지난 2020년 1분기부터 최근까지 5년 넘게 전체 물가 수준을 상회하고 있다. 올해 2분기 식료품·비주류 음료 물가지수는 125.33(2020년=100)까지 오르며 전체 물가지수(116.32)를 크게 웃돌았다.

‘실적 부진’ 식품업계 “가격 인하는 무리”
고물가의 원흉으로 지목된 식품업계도 할 말은 있다. 불안정한 환율과 기후 위기, 인건비 상승 등으로 원가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한국은행이 지난 9월 16일 발표한 수출입물가지수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 물가는 135.21(2020=100)로 134.84였던 전달보다 0.3% 올랐다. 지난 7월 이후 두 달째 상승세다.
국제유가 하락에도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서 수입 물가가 상승했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지난 7월 배럴당 평균 70.87달러였던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달 69.39달러로 2.1% 내렸다. 같은 기간 원·달러 환율은 월평균 1375.22원에서 1389.66원으로 1.1% 올랐다.
톤당 커피(아라비카) 가격은 지난 2020년 6월 2142달러(약 295만원)에서 지난 2월 8873달러(약 1223만원)로 4배 넘게 뛰었다. 2020년 3월 기준 톤당 2406달러(약 332만원) 수준이었던 코코아도 지난 1월 1만1160달러(약 1539만원)를 기록하며 4.6배 올랐다.
근로자 평균 임금 상승률도 ▲2022년 5.3% ▲2023년 4.4% ▲2024년 4%로 연평균 4~5%씩 증가하는 추세다.
이로 인해 올해 2분기 삼양식품과 오리온 등 해외 매출 비중이 큰 곳을 제외한 대형 식품사의 영업이익률은 식품업계 평균인 5%를 밑돌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주요 식품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CJ제일제당(식품 부문) 3.35% ▲농심 4.63% ▲롯데웰푸드 3.22% ▲대상 3.79% 등으로 집계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수익성이 악화한 상황에서 가격을 더 내리면 이익을 내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물가 안정이 필요하다는 정부의 기조에는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비용 부담은 지속적으로 커지는데 일부 원재룟값이 하락했다고 당장 가격을 내리기는 어렵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식품업계 관계자도 “내수 침체로 올해 상반기 대다수 식품업체의 실적이 저조했다”며 “미국의 15% 식품 관세 영향으로 하반기 실적 개선도 장담할 수 없는데 식품 가격 인하는 쉽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박 회장의 발언에 공감한다”면서 “식품업계 대부분이 비슷한 입장일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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