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박관훈 기자] 미국과 유럽의 강력한 보호무역주의에 한국 철강업계가 수출 판로를 잃고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철강에 이어 철강을 원료로 쓰는 가전제품까지 50% 관세 대상으로 지정했고, 영국은 한국산 후판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착수했다.

미국 상무부는 최근 50% 관세가 부과되는 ‘철강 파생 제품’으로 냉장고, 세탁기, 식기세척기 등 주요 생활가전 품목을 구체화했다. 이는 지난 3월 철강 파생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관세율을 50%로 대폭 인상한 조치다. 

이로 인해 미국 시장에서 국산 가전의 가격 경쟁력 하락이 불가피하다. 가전업계의 판매 부진은 곧바로 철강업계의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가전에 쓰이는 열연, 컬러강판 등의 매출 감소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3월 미국의 50% 철강 관세가 부과된 이후, 5월 대미 철강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0.6% 급감하며 타격을 입었다.

유럽의 압박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영국 무역규제청(TRA)은 한국산 후판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진행 중이다. 현지 업체들은 한국산 후판이 자국 제품보다 10% 저렴하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한국의 대(對)영국 후판 수출은 2021년 1만6000톤 수준에서 지난해 4만8000톤으로 3배가량 급증한 바 있어, 실제 관세가 부과될 경우 수출 타격은 불가피하다.

이러한 위기 속에 철강업계는 과거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관세를 면제받았던 ‘쿼터제(일정 물량까지 무관세 적용)’의 부활을 기대하고 있다. 업계는 현재 미국이 멕시코와 진행 중인 철강 쿼터제 협상 결과에 주목한다. 만약 미-멕시코 간 쿼터제 도입이 결정되면, 한국도 이를 명분으로 미국과의 협상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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