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퀵턴·퀵턴·퀵턴”...쉼 없이 비행하는 에어프레미아 승무원들 [에어프레미아, 승무원 혹사 논란]①
- 내달부터 인천~다낭 노선 퀵턴 스케줄 운항
인천~방콕 노선도 퀵턴 운항 가능성 제기돼
비행 후 바로 돌아오는 일정으로 승무원 피로 누적
인천~LA 노선과 맞먹는 비행근무시간...“승객 안전 우려”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에어프레미아 소속 승무원들이 휴식 없는 장시간 노동에 내몰리고 있다. 회사가 비용 절감을 이유로 ‘퀵턴’(Quick Turn)을 확대하면서다. 퀵턴은 승무원이 당일 비행 후 현지 체류 없이, 곧바로 돌아오는 비행 업무에 투입되는 것을 말한다. 퀵턴 노선 대다수의 근무 시간은 적게는 13시간에서 많게는 19시간에 달한다. 장시간 근무로 인해 승무원들의 항공보안·승객보호 등 기내 안전 업무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에어프레미아는 8월 1일부터 인천~다낭 노선을 퀵턴 스케줄로 운항한다. 회사는 현재 인천~다카 노선도 퀵턴 스케줄로 소화하고 있다.
에어프레미아의 퀵턴 노선 확장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복수의 에어프레미아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항공사는 인천~방콕 노선도 퀵턴 스케줄로 운항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관계자는 “퀵턴 노선의 확대는 비용 절감에 혈안이 된 회사의 횡포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며 “휴식 없는 밤샘근무 구조가 승무원들의 체력 저하로 이어지고 결국 승객들의 안전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슬아슬한 비행시간
실제 에어프레미아가 ▲인천~다카 ▲인천~다낭 ▲인천~방콕 노선을 퀵턴 스케줄로 운항할 경우, 각각의 비행 근무 시간은 왕복 기준 ▲18시간 10분 ▲13시간 45분 ▲18시간 55분이다. 현지 체류형 노선인 인천~로스앤젤레스(LA)와 인천~샌프란시스코 노선의 편도 비행시간이 각각 ▲13시간 45분 ▲12시간 50분 점을 감안했을 때, 객실 안전 승무원의 피로도는 극심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또 다른 직원 B 씨는 “우리는 사람이지 로봇이 아니다”라며 “시차가 존재하는 국제선 스케줄과 밤샘 운항이 반복될 경우 승무원의 생체리듬은 극도로 혼란에 빠지게 된다”고 호소했다. 이어 “법이 정한 한계치를 마치 일상적으로 적용 가능한 기준처럼 해석해 이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항공안전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객실승무원 편조 인원이 법정 최소 인원(300석 기준 7명)보다 2명 이상 많을 경우, 최대 18시간까지 비행근무가 가능하다. 에어프레미아는 다낭 노선에 9명을 편성하며 이 기준을 준수하고 있다. 문제는 이 법적 한계가 결코 '권장 기준'이 아니라는 점이다. 현행 법령은 안전 확보를 위한 최소 기준선을 명시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에어프레미아 관계자는 “퀵턴 노선의 확대는 전사적인 경영 효율화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다낭 노선의 경우 상시 운항 노선이 아니기에 승무원 운항 효율성을 위해 변경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에어프레미아 승무원들의 비행 스케줄을 살펴본 전문가들은 퀵턴 피로 누적이 단순한 업무 강도를 넘어, 객실 안전 업무 전반을 흔든다고 지적한다. 다른 LCC의 경우에도 비용 절감을 위해 퀵턴 노선을 강행하는 경우가 있지만, 에어프레미아의 근무시간은 지나치게 길다는 것이다.
이휘영 인하공업전문대학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통상적으로 비행 시간이 10시간을 초과하면 승무원을 교체하거나, 최소한 휴식 시간(Rest Time)을 충분히 부여한다”며 “예를 들어 현지에 체류(레이오버) 하면서 호텔, 식사, 셔틀버스 등의 편의를 제공받고 다음 날 복귀하는 구조가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물론 노사 간 합의하에, 휴식 조건이 명확히 보장된다면 퀵턴 자체가 무조건 잘못된 건 아니다”면서도 “항공사에겐 퀵턴을 통해 여러 부대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그 대신 승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충분한 휴식이 보장되지 않을 경우 안전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안은 FRMS
한국항공우주의학회지 연구에 따르면 항공사고의 발생 원인의 약 70%가 인적 오류에 기인하고, 이 중 '피로'가 약 15∼20%의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피로도 관리가 항공 안전에 있어 중요한 요인 중 하나인 셈이다.
구조적 피로 누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 대안으로는 피로위험관리시스템(FRMS)이 떠오른다. FRMS는 승무원의 단순 근무시간 기준을 넘어서 과학적 데이터, 생체 리듬, 비행 환경 등 다양한 요소를 반영해 피로를 평가하고 관리하는 체계다. 주로 조종사 및 승무원의 수면 패턴·근무 일정·피로 수준을 데이터로 수집해 이를 바탕으로 피로 위험을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데 활용된다.
국토교통부도 FRMS 도입을 권고하고 있지만, 대한항공 등 대형항공사(FSC)와 국내 9개 저비용항공사(LCC) 가운데 이를 도입해 활용하는 항공사는 단 한 곳도 없다.
권보현 극동대 항공안전관리학과 교수는 “현지에 체류하면 가장 이상적이지만, 지금처럼 성수기거나 자주 운항하지 않는 특별 노선, 혹은 분쟁 위험이 있는 지역의 경우에는 퀵턴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며 “이럴 때는 갔다 온 뒤 하루 이상 충분히 쉬게 해주는 노사 합의가 핵심인데, 법정 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이상 회사가 퀵턴을 강행할 수 있는 구조인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구조 때문에 최근에는 FRMS 도입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다만 국내 항공사들은 여전히 시간 단위 중심으로 운용한다. 사람 중심이 아니라 ‘시간 중심’의 시스템이라 구조적으로 승무원이 힘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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