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연봉 2800억원?”...저커버그가 일으킨 AI 인재 영입 ‘돈의 전쟁’ [한세희 테크&라이프]
- 메타, 초지능연구소 열고 슈퍼 인재 영입에 집중
과학적 상상력, 창의적 접근 키우는 환경 만들어야

그런데 이제 과학자와 엔지니어 중에서 이런 슈퍼스타 부럽지 않은 돈을 버는 사람들이 나오고 있다. 바로 인공지능(AI) 분야다. 수년에 걸쳐 10억 달러(약 1조4000억)를 받는 조건으로 영입 제안을 받은 인공지는(AI) 연구자가 있다는 소문도 나돈다. 슈퍼 인재에 대한 보상 인플레이션을 부채질하는 장본인은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이다.
그는 얼마 전 회사에 초지능연구소(Meta Superintelligence Lab) 조직을 신설하고, ▲오픈AI ▲구글 ▲딥마인드 ▲테슬라 ▲애플 등 경쟁사 초특급 AI 인재들에 대해 무차별적으로 영입 시도를 하고 있다.
2억 달러로 영입한 루오밍팡 수석 엔지니어
메타는 연봉과 계약 보너스, 주식 등을 합쳐 2억 달러(약 2800억원)를 제시해 애플에서 초거대언어모델 개발을 주도한 루오밍 팡 수석 엔지니어를 영입했다. 이어 애플에서 멀티 모달 AI를 연구하던 핵심 연구원도 메타로 옮겼다. 이런 식으로 애플에서 자체 AI 모델을 개발하던 팀에서 4명이 메타로 이동했다. ‘애플 인텔리전스’를 구현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해 시장 불신이 쌓여가는 애플로선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생성형 AI 시장을 개척한 오픈AI 인력도 예외가 아니다. 현재 10명 이상의 오픈AI 연구진이 메타 초지능연구소로 적을 옮긴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초지능연구소 40여 명 인원 중 오픈AI 출신이 전체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샘 알트먼 오픈AI CEO가 “메타가 1억 달러(약 1400억원) 규모의 보상을 제시하며 인재를 빼내려 한다”고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낼 정도다.
메타 초지능 연구소는 28살의 알렉산더 왕이 이끈다. 그는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를 다니던 중 AI 산업의 미래를 내다보고 AI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를 정제해 AI 개발사에 제공하는 스케일AI라는 회사를 창업했다. 이 회사는 10만여 명의 계약 직원을 두고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 등 주요 AI 개발사와 협력한다. 일반적 의미의 연구자는 아니지만, AI 업계 정보와 인맥의 허브라는 평을 듣는다.

메타는 왕을 영입하기 위해 지난 6월 스케일AI에 140억 달러(약 19조원)를 투자해 스케일AI의 지분 49%를 취득했다. 스케일AI는 독립된 회사로 운영되고, 왕은 스케일AI 이사 자리도 유지한다. 140억 달러는 왕을 메타 초지능 연구소로 데려오는 값인 셈이다.
이사회가 알트먼 CEO를 몰아내려 했던 ‘오픈AI의 난’ 때 알트먼과 갈등을 겪은 미라 무라티 당시 최고기술관리자(CTO)가 창업한 AI 스타트업 싱킹머머신랩(Thinking Machines Lab) 인력들도 대거 메타 헤드헌터의 목표가 됐다. 보통 4년 간 2억~5억 달러 수준의 보상을 제안받았고, 최고 10억 달러까지 몸값이 책정된 사람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I 인력이 대략 호날두만큼 번다는 이야기다.
초지능 구현 핵심은 슈퍼 인재
이는 호날두나 메시가 마케팅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이들 슈퍼 인재가 AI 분야에서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이다. 그 일은 바로 초지능 개발이다.
메타는 초지능 개발에 진심임을 가장 눈에 잘 띄는 지표, 즉 돈으로 증명하려 하고 있다. 초지능은 인간 지능을 뛰어넘는 수준의 인공지능을 말한다. 오픈AI 설립 목적이기도 한 일반인공지능(AGI)과 비슷하지만, AGI가 사람처럼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는 범용성에 초점을 맞춘다면, 초지능은 인간을 능가하는 수준의 성취에 방점이 있다.
초지능이 실현된다면 세상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초지능에 가장 먼저 도달한 기업이나 국가는 다른 누구도 갖지 못한 강한 힘을 갖게 된다. 그것이 자산이 될지, 무기가 될지는 장담하기 어렵지만 말이다.
메타나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빅테크로선 AI 학습과 운영에 필요한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데이터센터, 발전 시설 등 인프라 측면에서 경쟁자가 따라오기 힘든 해자를 쌓았으니, 이제 남은 것은 혁신적 돌파구를 뚫어낼 인재들이다.
최근 선보인 오픈소스 방식 초거대 언어모델 '라마'(LLaMA) 최신 버전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를 받는 등 AI 경쟁에서 밀리는 듯한 메타로서는 구글이나 오픈AI 같은 선도 주자를 따라잡기 위해서 인력을 공격적으로 끌어들일 수밖에 없다.
메타가 일으킨 AI 인재 영입 전쟁을 바라보는 후발 주자들은 마음이 복잡하다. 빅테크들이 GPU를 쓸어가 버려 우리나라는 추경 예산을 편성해 가며 따로 구매해야 했다. 이들에 맞먹는 인프라를 만들기도 어려운 판에, 인력에 대한 처우까지 상상 못할 수준으로 차이가 나면 인재 유출을 피하기 어렵다.
이를 극복할 한 가지 방법은 중국 딥시크가 했듯, 환경의 제약을 뚫고 혁신을 만들어낼 창의적 접근을 가능케 할 환경을 만드는 일일 터다. 또는 연구자를 가슴 뛰게 할 비전을 제시하는 방법도 있다. 자체 AI 개발과 외부 협력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며 길을 잃은 애플은 핵심 인력을 메타에 빼앗겼지만, 오픈AI 경험을 토대로 AI 기술 개발 방식과 사회적 역할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려 한 싱킹머신랩에선 아무도 이탈하지 않았다.
심지어 저커버그 역시 회사 블로그에 “초지능을 통해 각 개인 역량에 날개를 달고, 스마트 안경 같은 새로운 컴퓨팅 기기로 초지능을 생활화한다”는 글을 올리며 자신들의 작업을 비전으로 포장하고 있다.
우수 인재가 공대를 안 가고 의대만 간다며 꾸짖기 전에, 사람들이 환경의 제약을 뚫고 성취할 수 있도록, 가슴 뛰는 목표를 가질 수 있도록 보상 등 시스템을 개선하고 과학적 상상력을 북돋는 노력이 필요할 듯하다. 이건 인프라와 돈이 있다고 자동으로 이뤄질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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