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트코인 트레저리]①
스트래티지 63만9000BTC 보유…평가액 100조원 돌파
테슬라·코인베이스·블록 이어 유럽 기업도 가세

[이코노미스트 정동진 기자]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으로 자리잡으면서 기업들의 자산 운용 전략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과거 현금성 자산과 국채, 금과 같은 전통적 안전자산에 의존하던 기업들이 이제는 비트코인을 자산으로 축적하는 ‘트레저리 전략’(Treasury Strategy)을 실험하기 시작했다. ‘트레저리’라는 말은 원래 기업이 현금과 단기자산을 관리하는 금고를 뜻하지만, 최근에는 여기에 디지털 자산을 포함하는 흐름이 본격화되고 있다.
현금성 자산의 일부를 비트코인으로 전환해 장기 보유하는 이 전략은 해외 상장사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 변동성 ▲규제 환경 ▲회계 처리 문제 등 불확실성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각 기업은 저마다의 목적에 따라 비트코인을 대차대조표에 편입하며 새로운 실험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비트코인 트레저리는 단순히 투자 차익을 노리는 전략이 아니다. ▲인플레이션에 대비한 헤지 수단 ▲기업 자산의 다변화 ▲디지털 전환 이미지를 강화하는 전략적 선택이 함께 깔려 있다. 특히 올해부터 미국 회계기준이 암호자산을 공정가치로 평가하도록 바뀌면서 기업들은 보유 이익을 재무제표에 반영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제도 변화는 비트코인을 바라보는 시각을 단순한 투자가 아닌 기업 가치 평가의 한 요소로 끌어올리고 있다.
해외 기업 가운데 가장 상징적인 사례는 스트래티지(전 마이크로스트래티지)다. 회사는 2020년 8월 약 2만개의 비트코인을 첫 매입한 뒤 매 분기마다 추가로 사들이며 보유량을 빠르게 늘려왔다. 현재 확보한 규모는 63만9000BTC로 비트코인 전체 공급량의 3%를 웃도는 수준이다. 이는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린 투자가 아니라 인플레이션 환경 속에서 주주 가치를 방어하고 장기적으로 기업의 자산 구조를 재편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이 과정에서 회사는 단순히 잉여 현금을 활용하는 차원을 넘어섰다. 전환사채와 주식 발행 등 적극적인 자본 조달 수단을 동원해 매입을 이어갔고, 이 때문에 사실상 ‘비트코인 투자회사’로 불릴 만큼 정체성을 바꿔 왔다.
최근 추세를 보면 매입 속도는 다소 조정되는 모습이지만 전체적인 전략적 기조는 변하지 않았다. 회사는 올해 7월 말 2만1021BTC를 매입했고, 9월에도 1955BTC와 525BTC를 추가로 확보했다. 이를 반영한 9월 기준 누적 투자액은 470억달러(약 64조원)를 넘어섰다. 이를 바탕으로 환산한 보유 비트코인의 총 평가액은 730억달러(약 100조원)에 달한다.
테슬라도 2021년 초 15억달러(약 2조680억원)를 투입해 4만8000BTC를 확보하며 트레저리 전략에 나섰다. 당시에는 혁신 기업이 암호자산을 재무 자산에 편입했다는 점에서 당시에는 과감한 혁신의 상징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이후 가격 급락과 채굴 과정의 환경 논란이 불거지면서 보유분의 상당수를 매각했고 현재는 약 1만1000BTC를 유지하는 수준으로 전략을 조정했다.

사업 모델과 트레저리 전략 결합한 기업도
코인베이스는 상장 직후 기업 자산에 비트코인을 포함해 트레저리 전략을 도입했다. 초기에는 수천개 수준이었지만 정기적 매입을 통해 보유량을 늘려 현재는 1만개를 넘어섰다. 최근 공시에 따르면 보유 수량은 약 1만1776BTC로 집계됐다. 규모는 스트래티지나 채굴 기업과 비교하면 적지만, 자사 재무자산에 비트코인을 공식 편입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코인베이스의 보유 전략은 사업 모델과 직결된다. 암호화폐 거래소라는 정체성상 비트코인 자산은 단순한 투자라기보다 사업 기반과 연결된 운영 자산의 성격이 강하다. 다만 회사는 고객 자산과 기업 자산을 명확히 구분해 보고하며 커스터디와 규제 준수 인프라를 강화해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다.
블록(구 스퀘어)은 창업자 잭 도시(Jack Dorsey)의 철학이 뚜렷하게 반영된 사례로 꼽힌다. 회사는 2020년부터 현금성 자산 일부를 비트코인으로 전환해 보유하기 시작해 현재 약 8692BTC를 확보했다. 블록 역시 단순히 비트코인을 쌓아두는 데 그치지 않고 자사 서비스와의 연계에 적극 나서고 있다.
블록이 보유한 비트코인은 자체 결제 서비스인 캐시앱(Cash App)에서 거래 지원 자산으로 활용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자체 하드웨어 지갑(Bitkey) 개발, 채굴 장비 사업 진출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 중이다. 블록에게 비트코인은 단순한 투자 자산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인터넷 금융 생태계의 기반이 될 수 있는 핵심 자산인 셈이다.
유럽에서도 비트코인을 재무 자산에 편입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프랑스 상장사 더 블록체인 그룹(The Blockchain Group)은 비트코인 확보를 핵심 전략으로 공식화했고, 네덜란드 일부 기업들도 비트코인 기반 금융상품 출시를 준비하며 제도권 편입을 모색하고 있다. 아직 보유 규모는 북미 기업들에 비해 제한적이지만 유럽연합의 가상자산 규제안(MiCA) 시행으로 제도적 기반이 강화되면서 상장사들의 참여가 점차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기업들이 비트코인을 전략자산으로 편입시키는 움직임이 단순한 유행을 넘어섰다고 보고 있다. 최근 공정가치 회계 도입과 커스터디 인프라 확충을 통해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고, 이에 호응하는 글로벌 상장사들의 참여 확대가 맞물리며 가상자산의 보유가 기업 가치 평가의 한 요소로 끌어올려졌다는 평가다.
때문에 트레저리 전략은 이제 단순한 자산 운용이 아니라 자본시장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하나의 요소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기업들은 비트코인 투자를 통해 현금성 자산을 보완하는 동시에 시장과 투자자에게 미래 지향적인 비전을 제시할 수 있다. 만약 글로벌 상장사들의 이같은 행보가 이어진다면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자산이 기업 재무 전략을 넘어 금융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촉진하는 촉매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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